
가족에게 무료로 살도록 내준 집이라도 소유자가 원할 때 언제나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명도소송을 검토하려면 월세를 받았는지뿐 아니라 언제까지, 어떤 목적으로 거주를 허락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반환 약정과 계약 종료 근거에 따라 주택을 돌려받을 시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27일 “월세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즉시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임대차인지 사용대차인지 구별한 다음 반환 시기와 해지 요건을 순서대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609조의 사용대차는 목적물을 무상으로 사용·수익하게 하고 나중에 돌려받기로 하는 계약이다. 반면 제618조의 임대차는 사용·수익의 대가로 차임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가족이라는 관계나 계약서 제목보다 실제 합의 내용이 중요하다.
월세를 약속하고도 내지 않은 경우와 처음부터 무상으로 살기로 한 경우를 구별해야 한다. 관리비·공과금 역시 거주 대가인지 생활비 분담인지 지급 경위를 살펴야 한다.
사용대차라면 민법 제613조에 따라 반환 시기를 판단한다. 특정 날짜까지 살기로 했다면 원칙적으로 그때 반환해야 한다. 별도의 적법한 종료 사유가 없다면 집주인에게 집이 필요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약정한 기간을 일방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
반환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면 계약이나 목적물의 성질에 따른 사용·수익이 끝났는지가 기준이 된다. 가령 집수리 중인 동생에게 “수리가 끝날 때까지 빈집에서 살라”고 한 가상 사례에서는 임시 거주를 허락한 취지와 실제 수리 완료 여부가 중요하다. 퇴거 날짜를 정하지 않았더라도 사용 목적에 관한 약정은 존재할 수 있다.
다만 사용 목적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환을 계속 미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613조 제2항 단서는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이 지났다면 빌려준 사람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다. 충분한 기간에 일률적인 기준은 없으며, 거주를 허락한 경위와 목적, 실제 이용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해지로 계약을 끝내려면 해지 사유와 의사표시의 도달을 각각 확인해야 한다. 민법 제111조에 따르면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효력이 생긴다. 통지서를 작성하거나 발송했다는 사실만으로 도달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내용증명을 이용한다면 보낸 문서와 함께 배달 자료도 보관할 필요가 있다.
내용증명 발송 자체가 모든 명도소송의 필수 요건은 아니다. 약정한 반환일이 지난 경우인지, 사용 목적이 끝난 경우인지, 충분한 사용기간 경과를 이유로 해지하는 경우인지 종료 근거를 구분하는 것이 먼저다. 반환 요구 문서에는 대상 주택과 기존 약정, 반환을 요구하는 이유를 명확히 담고, 이후 퇴거일을 다시 합의했다면 그 내용도 확인해야 한다.
엄 변호사는 “처음 주고받은 문자와 비용 지급 자료를 모아 무상 사용의 범위와 반환 약속부터 정리해야 한다. 해지에 따른 반환을 요구한다면 해지 사유와 의사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자료까지 함께 점검한 뒤 인도 청구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