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의 전운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이스라엘을 극비리에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비밀 안보 회담을 가졌다. 이스라엘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 우려가 극에 달한 시점에 성사된 이번 기습 회동은, 단순한 외교적 의례를 넘어 대규모 연합 군사 작전 조율을 위한 실질적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와 헤그세스 장관은 전날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 한복판에 위치한 우브다 공군기지에서 비공개 단독 회담을 가졌다. 언론에 일절 사전 예고되지 않은 전격적인 비밀 군사 접촉이었다.
슈필만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회담 직후 브리핑을 통해 "양측은 역내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핵심 요인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며 "공격과 방어 양면 모두에서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역내 안보 위협'은 사실상 이란과 그 배후 세력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군사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회담 장소와 의제다. 우브다 공군기지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핵심 공군 자산이 집결한 군사 요충지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자리에서 현재 이스라엘 영내에 전개 중인 수천 명 규모의 미군 주둔 병력을 직접 점검하고, 이들을 수용한 이스라엘 정부에 깊은 사의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 방어를 넘어 미사일 방어 체계 통합 운영 및 유사시 즉각적인 타격 자산 공동 전개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미국으로 복귀한 헤그세스 장관은 워싱턴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스라엘을 직접 찾아 주둔 미군 장병들을 위문하고 격려했으며, 그 과정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면담 기회를 가졌다"고 방문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그러나 세부 작전 논의에 대해서는 "군사 안보적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내용은 없다"며 철저히 함구했다. 다만 그는 "이스라엘이 보여준 굳건한 안보 파트너십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으며 고도의 보안을 유지했다.
이번 극비 회동은 군사적 전략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다. 미국 대선 정국과 맞물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공개 천명한 직후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슈필만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의 두터운 개인적 유대와 신뢰 관계 역시 이번 안보 회담의 핵심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워싱턴 권력 내부의 온도차도 감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격적인 우파 연대 움직임과 달리,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사뭇 신중한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최근 디지털 매체 '2WAY'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내가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대상은 오직 미국의 공직 후보자들뿐이며, 나의 전적인 관심은 미 중간선거에 쏠려 있다"고 못 박았다.
그는 과거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해 오르반 총리 지지를 공개 선언했던 행보와는 대조적으로, "네타냐후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지만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타국의 선거에 미국이 직접 개입할 이유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행정부 핵심 수뇌부 내에서도 이스라엘 총선 개입을 둘러싼 현실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방증한다.
오는 총선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침공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래 치러지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중대한 선거다. 이스라엘은 지난 1년여간 가자지구는 물론 레바논 헤즈볼라, 나아가 이란 본토 타격까지 전선을 확장하며 사활을 건 전쟁을 지속해 왔다.
현지 여론조사 지표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극도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가 이끄는 종교·민족주의 강경 우파 연합 정권은 과반 의석 확보가 불투명한 상태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피로도와 안보 실패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론이 거세다. 비록 야권 세력 역시 단일 정부를 구성하기에는 내부 분열이 심각해 정국 혼란이 장기화될 조짐이지만, 네타냐후로서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최대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결국 헤그세스 장관의 이번 극비 방문은 '대이란 군사 압박의 수위 조절'이라는 본래 안보 목적과 함께, 코너에 몰린 네타냐후 정권의 마지막 정치적 카드인 '미국의 든든한 군사적 후원'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물로 분석된다. 중동의 뇌관이 사막 한복판에서 다시 한번 가열차게 타오르고 있다.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네게브 사막 극비 행보는 표면적으로는 '지역 내 위협에 대한 연합 대응'을 표방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란을 겨냥한 정밀 타격 공조와 이스라엘 총선 판도를 뒤흔들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교차하고 있다. 향후 공·수 양면의 연합 방위 체계가 실전 행동으로 연결될지, 그리고 이것이 네타냐후 총리의 정권 재창출로 이어질지가 향후 중동 지정학의 판도를 완전히 재편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