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호수 위로 구성진 가락이 울려 퍼지며 짙어가는 가을밤의 정취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용인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처인 동백호수공원이 화려한 전통 예술의 무대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올해로 29회째를 맞이한 용인민속예술대동제가 주말 동안 동백호수공원 일대에서 성황리에 개최되며 수만 명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차가운 빌딩 숲 사이로 붉게 물든 단풍과 어우러진 오색찬란한 청사초롱은 현장을 찾은 이들에게 일상 속에서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몽환적인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대동제는 단순히 옛것을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현대적인 감각과 탁월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입체적인 문화 축제로 기획되었다.
특히 용인 특례시의 눈부신 발전 속에서도 지역의 뿌리와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는 지역 사회의 오랜 노력이 동백호수라는 열린 공간을 통해 폭발적으로 분출되었다. 축제 현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밀려든 관람객들의 환호와 열기로 가득 찼으며, 전통문화가 지루하다는 편견을 완벽하게 깨뜨리며 21세기형 도심 축제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성과는 잊혀져 가는 용인 지역 고유의 무형 문화유산을 대중 앞에 생생하게 부활시켰다는 점이다. 축제의 포문을 연 용인 거북놀이와 길놀이 시연은 꽹과리와 징, 장구 소리가 웅장하게 어우러지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압도했다. 과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이웃과 음식을 나누던 거북놀이의 전통은 오늘날 이웃 간의 정이 메말라가는 현대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땀방울을 흘리며 열정적인 상모돌리기와 역동적인 군무를 선보인 지역 농악 보존회 회원들의 몸짓에는 오랜 시간 전통을 지켜온 장인들의 자부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대동제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세대의 장벽을 허물고 전통과 현대를 교묘하게 직조해 낸 기획력에 있다. 메인 무대에서 펼쳐진 퓨전 국악 공연은 전통 악기의 깊은 울림에 신디사이저와 일렉트릭 기타의 경쾌한 리듬을 얹어 젊은 MZ세대 관람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익숙한 대중가요와 팝송이 국악기로 연주될 때마다 객석에서는 떼창이 터져 나왔다.

제29회 용인민속예술대동제는 '크게 하나 되어 어울린다'는 대동(大同)의 본래 의미를 동백호수공원이라는 현대적 공간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로 실현해 냈다. 천 명의 시민이 어깨를 들썩이며 하나가 되었던 이번 축제는, 지역 사회가 문화 예술을 매개로 어떻게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모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성공적인 축제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린 지역 예술인들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수준 높은 관람 의식을 보여준 시민들의 성숙한 협력이 있었다. 내년이면 대동제는 서른 번째라는 뜻깊은 이정표를 맞이하게 된다. 올해의 뜨거운 열기를 발판 삼아, 내년 제30회 축제는 용인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민속 예술 축제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