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정채빈기자] 스페인 카탈루냐가 약물 부작용을 새로운 질환으로 오인해 다른 약을 추가하는 ‘처방 연쇄’의 위험을 알리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의료진과 시민을 대상으로 약물 사용을 점검하도록 안내하는 캠페인으로, 스페인 지역 가운데 처음이다.
엘파이스는 약물 부작용과 추가 처방이 이어지는 문제를 다루며 카탈루냐의 대응을 소개했다. 카탈루냐 보건부는 전체 입원의 5~10%가 약물 이상반응과 관련돼 있으며, 이 가운데 거의 절반은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캠페인 자료에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처방 연쇄 약 20종이 담겼다.
스페인 마드리드 지역 알헤테에서 일하는 약사 마르타 테요는 세비야의 일차의료팀에서 교육받던 중 18가지 약을 복용하는 환자 사례를 접했다. 약물 사용을 검토한 결과 재평가가 필요한 여러 처방 연쇄를 발견했다. 고용량에서 혈압을 높일 수 있는 항우울제 벤라팍신을 복용한 환자에게 혈압약이 처방돼 있었다. 혈당을 올릴 수 있는 히드로코르티손도 복용하고 있었으며, 의료진은 당뇨병 치료제 추가를 검토하던 상황이었다.
테요는 부작용을 일으킨 처방을 검토하는 대신 새 건강 문제로 받아들이면 불필요할 수 있는 약이 추가되고, 환자에게 심각한 임상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에 관한 그의 연구는 최근 오비에도에서 열린 스페인 약사회 총평의회 학술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평의회의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모리아노는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치료 약물의 증가에 따라 이런 위험도 더 빈번해진다고 지적했다.
캠페인이 제시한 사례에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 계열 약물도 있다. 일부 환자에게 나타나는 초조나 혼란을 별도 질환으로 판단하면 불필요한 항정신병약 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고, 불면 증상에는 수면제가 추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부프로펜·디클로페낙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로 혈압이 상승했을 때도 이를 고혈압으로 오인해 혈압약을 처방하는 연쇄가 생길 수 있다.
다만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추가 처방이 모두 부적절한 것은 아니다. 카탈루냐 보건서비스의 약물 담당자인 안나 코마는 철분제 때문에 변비가 생기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의사가 부작용을 인지하고 환자의 이익과 위험을 평가한 뒤 완하제를 함께 처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마는 혼동에 따른 처방과 의학적 판단에 따른 처방을 구별하려면 정기적인 약물 검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처방 연쇄는 진료 시점과 체계에도 영향을 받는다. 스페인 병원약학회의 다니엘 세비야는 응급실에서 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약을 사용한 뒤, 수일 또는 수주가 지나 부작용이 나타나면 원인 약물을 알아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증상을 치료하는 다른 약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러 전문의가 서로 조율하지 않은 채 각자 맡은 질환을 치료하는 ‘진료 단절’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스페인 일반·가정의학회의 카탈루냐 대표 마리암 데 라 포사는 환자의 병력과 과거 증상을 아는 일차의료의 연속성이 최근 약물 변경과 증상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페인 내과학회의 비르히니아 그라시아는 의료진이 처방 연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든 치료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으면 문제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카탈루냐의 캠페인은 불필요한 약물 추가가 새로운 부작용과 약물 상호작용뿐 아니라 추가 진료, 검사, 응급실 방문과 예방 가능한 입원으로 이어져 환자와 의료체계의 부담을 늘린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