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윤도하기자]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으로 의무지정된 공공병원 80곳 가운데 69곳이 아직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지원 인력을 갖추도록 둔 3년의 유예기간이 두 달 남짓 남았지만, 실제 운영에 들어간 병원은 11곳에 그쳤다.
한겨레는 27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의무지정 병원의 86.3%가 서비스를 개시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기준 운영 중인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은 의무지정 병원 11곳에 공모지정기관을 더해 전국 40곳이다. 병원 지정과 실제 검진 서비스 제공 사이에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018년 공모 방식의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2022년까지 운영기관이 22곳에 머물자 장애인건강권법을 개정해 공공병원을 의무지정하는 제도를 추가했고, 2023년 12월 이를 도입했다. 지정 병원이 검진 환경을 정비할 시간을 고려해 3년의 유예기간을 마련했다.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장애인용 출입구와 승강기, 화장실, 탈의실을 비롯해 휠체어 체중계 등 검진 장비를 갖춰야 한다. 의사소통을 지원할 인력도 필요하다. 장애인이 병원에 들어가는 단계부터 검사실을 이동하고 검진을 받는 과정까지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일부 병원은 진입로나 승강기 앞 경사로가 가팔라 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건강검진센터는 15층에 있는데 남성용 장애인 화장실은 1층에만 있는 병원도 있었다. 또 다른 대학병원은 검사실이 여러 건물과 층에 흩어져 검사를 받으려면 건물 사이를 이동해야 했다. 복지부 등은 환자 진료를 이어가면서 기존 병원 구조를 바꾸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 특성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도 검진 과정의 과제다. 뇌성마비 장애인의 검진에 동행하는 한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의료진으로부터 힘을 주지 말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밝혔다. 뇌성마비 장애인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근육이 뻣뻣해지는 강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이를 고려한 검진 대응이 필요하다는 사례다.
시설과 장비를 정비할 예산 지원도 제한적이었다. 의무지정 병원 가운데 예산을 지원받은 곳은 16곳으로 전체의 20%였다. 이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병원당 시설·장비비 지원액은 2년에 걸쳐 8000만원이었다. 이 의원은 지정된 기관을 장애인이 실제 이용할 수 있어야 제도의 취지가 살아난다며 시설·장비비 지원과 수가 개선을 요구했다.
복지부는 아직 운영하지 않는 69곳 중 11곳이 예산을 지원받아 서비스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중 일부 병원도 자체 예산을 활용해 올해와 내년에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개시 준비와 향후 운영 계획으로, 현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무지정 병원 11곳과는 구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