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정치사에 지울 수 없는 굵직한 궤적을 남긴 '거산(巨山)'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원한 정치적 동반자,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이 기나긴 투병 생활 끝에 지난 2026년 10월 24일 향년 92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군부 독재의 서슬 퍼런 탄압 앞에서도 결코 무릎 꿇지 않았던 민주화의 투사였으며,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가 개혁의 최일선에서 뚝심 있게 정책을 밀어붙였던 불도저 같은 행정가였다.
그의 타계 소식은 한국 현대 정치사의 한 페이지가 저물었음을 의미하며, 여야를 막론한 수많은 정치인과 국민들의 가슴 깊은 곳에 묵직한 슬픔을 안겨주고 있다.고인의 영결식은 27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거행된 후 국립 4·19민주묘지에 영면에 들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조사룰 통해 고인을 "민주화의 꺼지지 않는 불꽃이자, 거산의 영원한 동지"라 칭하며 애통한 마음을 표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지난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뇌졸중으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빈소를 찾아 영정 앞에서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통한의 눈물을 토해내던 고인의 모습을 회고했다. 모진 시대의 풍파를 함께 온몸으로 맞고 살아온 참된 동지애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그 장면은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김 이사장은 고인이 신군부의 가혹한 고문과 무자비한 탄압 속에서도 결단코 신념을 굽히지 않았으며, 민주산악회와 민주화추진협의회의 최선봉에서 목숨을 건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던 맹장 중의 맹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세간에서 '좌동영 우형우'라 부르며 고 김영삼 대통령의 가장 든든하고 강력한 날개 역할을 했던 그의 기개는 후배 정치인들에게 영원한 귀감으로 남을 것이라는 추모의 메시지도 덧붙였다.이날 영결식에는 진영을 초월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조사를 통해 고인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남긴 거대한 족적을 기렸다. 특히 문민정부 내무부 장관 재직 시절, 정치 선진화의 초석이 된 공직자 재산 등록 의무화와 금융실명제 정착에 앞장섰던 고인의 올곧은 개혁 의지를 높이 샀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역시 고인이 문민정부를 열어 우리 정치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세웠음을 강조하며, 평생을 바쳐 밝혀온 민주주의의 횃불을 후배들이 온전히 이어받아 더욱 환하게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헌정회 정대철 회장(홍기훈 사무총장 대독) 또한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성숙한 민주주의와 투명한 공직사회를 견인한 고인의 공로를 기렸다.상도동계 원로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이인제 전 경기지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한동훈 의원 등 여야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는 진영 논리를 떠나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했던 고인의 정치적 무게감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중에게 알려진 강인한 정치인으로서의 이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병마와의 처절한 사투, 그리고 이를 극복해 낸 한 인간의 눈물겨운 집념이 숨어 있었다. 고인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무려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걷지도, 말하지도 못한 채 깊은 침묵 속에 갇혀 지내야 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육체적 한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으나,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던 그의 강인한 정신력은 병마 앞에서도 기적을 만들어냈다.이 기적의 중심에는 고인의 재활을 헌신적으로 도운 일본 유활치료원 청해 이진주 이사장의 따뜻한 손길이 있었다. 이 이사장의 정성 어린 치유와 돌봄 속에서, 철옹성 같았던 20년의 침묵이 마침내 깨지는 놀라운 순간이 찾아왔다.

2016년, 고인은 기적처럼 다시 입을 열어 말을 하고, 나아가 벅찬 목소리로 노사연의 ‘만남’ 노래를 불렀으며, 휠체어에서 일어나 자신의 두 발로 다시 걷는 뭉클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당시 고인과 함께했던 이진주 이사장은 "스무 해의 침묵을 깨고 다시 말씀하시고, 노래하시고, 걸으셨던 그날"을 회상하며, 환하게 웃음 짓던 고인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다고 전했다.
오랜 마비의 고통을 딛고 다시 걷게 된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치유자에게도 벅찬 감사의 시간이었다. 이 이사장은 "이제는 모든 아픔 내려놓으시고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걸으소서"라는 애달픈 추모의 인사를 남기며, 병마를 이겨낸 고인의 그 환한 미소를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헌사를 바쳤다.
모진 고문도, 20년간 육체를 억압한 질병도 끝내 그의 굳센 영혼을 꺾지는 못했다. 정치적 억압 앞에서는 민주주의의 방패로, 국가의 부조리 앞에서는 개혁의 칼날로, 그리고 스스로의 병마 앞에서는 기적을 일궈낸 승리자로 살다 간 최형우 전 장관. 그가 남긴 웅장한 생의 발자취는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고(故) 최형우 전 장관의 생애는 꺾이지 않는 신념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정치적 억압 속에서도 '우형우'로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냈으며, 20년의 뇌졸중 전신 마비라는 가혹한 운명 앞에서도 결국 다시 일어나 노래를 부르는 기적을 증명했습니다. 이제 무거운 정치의 짐도, 육신의 고통도 모두 내려놓은 그가 하늘에서는 자유롭고 평안하게 걷기를 온 국민과 함께 기원합니다. 그의 투지와 환한 미소는 대한민국 역사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