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에게 "믿고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하던 상담자도 자기 아이 앞에서는 마음이 급했다. 아이가 혼자 걷기를 바라면서도 넘어질까 먼저 손을 잡았다. 허그맘허그인 파주센터 전기남 대표의 이야기다.
청소년과 부모를 만나온 그는 자녀를 키우며 기다림의 어려움을 배웠다고 했다. 상담자가 된 계기부터 아빠로서의 시행착오, 가족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 변화까지 물었다.
Q. 상담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내내 학급반장을 했고, 대학에서는 학과 회장을 맡았습니다. 책임지는 자리에서 인정받으려 애썼지만, 정작 제 마음은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대학 시절 집단상담 수업이 전환점이었습니다. 낯설었던 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 마음을 마주하는 일이었습니다. 과거가 바뀌지는 않았지만 과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졌습니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이 이렇게 많은데,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라는 질문이 생겼지요. 지금도 아이의 잘못을 말하기 전에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먼저 이해하려 합니다.
Q. 학교폭력 관련 상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요?
피해학생의 안전과 회복, 가해학생의 책임과 변화입니다. 절차가 끝났다고 아이의 어려움까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학생이 일상의 안전감을 되찾도록 돕고, 가해학생에게는 행동의 영향을 이해하고 책임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부모 역시 분노와 죄책감, 두려움을 겪습니다. 그 감정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지지 않도록 돕는 일도 중요합니다. 심의위원과 상담자의 역할은 구분합니다. 심의에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안전과 회복을 중심에 둡니다.
Q. 상담 전문가도 자신의 아이 앞에서는 평범한 아빠가 되나요?
오히려 공부했으니 더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이 컸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두 돌이 가까워지도록 혼자 걷지 못하자 '아이마다 속도가 다르다'는 말이 제 아이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신체활동 프로그램에 데려가고 걷기 연습도 시켰습니다.
그러다 제 모습을 돌아봤습니다. 아이를 자주 안고 다녔고, 걸으려 하면 넘어질까 손부터 잡았습니다. "조심해." "아빠 손 잡아." 빨리 걷기를 바라면서도 혼자 걸어보려는 순간에는 제가 먼저 손을 내밀었던 겁니다.
발달이 늦을 때 필요한 평가와 지원을 받는 것도 부모의 몫입니다. 다만 제 도움 중 일부는 아이에게 필요해서라기보다 제 불안을 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지금 잘 걷고 뛰어다닙니다. 그 경험 이후 부모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습니다. 너무 사랑하고 걱정해서 기다리지 못하는 마음을 저도 겪었으니까요. 아이가 혼자 걷는 법을 배우는 동안, 저 역시 아이의 손을 놓아주는 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Q. 파주센터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상담 원칙은 무엇인가요?
아이의 어려움을 단편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같은 등교 거부라도 또래관계나 학업 부담 등 이유가 다릅니다. 필요하면 심리검사를 활용해 상담 계획을 세웁니다.
센터에서는 아동·청소년부터 성인·부부·가족까지 상담하고, 놀이·미술치료와 언어치료 등을 진행합니다. 아이의 변화가 가정에서도 이어지도록 부모상담과 양육 코칭을 함께합니다. 지역 공공기관 연계 상담과 느린학습자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화를 터뜨리던 청소년이 잠시 멈추고 감정을 말로 표현하거나, 아이를 바꾸려던 부모가 자신의 반응을 돌아보는 순간이 있습니다. 성급하게 결과를 약속하기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작은 변화를 함께 확인하려 합니다.
Q.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요?
아이를 바꾸려 하기 전에 관계를 먼저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숙제했어?"보다 "오늘 하루 어땠어?"를 먼저 물어보세요. 부모도 화를 내고 실수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아까 아빠가 화낸 건 잘못했어. 미안해." 아이는 부모가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며 배웁니다.
오늘 대화가 부족했다면 내일 다시 시도하면 됩니다. 아이의 어려움을 부모의 실패로 여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상담을 망설이는 분들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상담 내용은 비밀보장 원칙에 따라 보호되며, 건강검진처럼 마음도 어려움이 깊어지기 전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부모 역시 위로와 도움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만큼 자신의 마음도 소중히 돌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프로필
전기남 대표는 허그맘허그인 파주센터 대표·센터장이자 고양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이다.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기독교학과 기독교상담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의정부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와 청소년중독예방운동본부 상담 부원장을 역임했다. 청소년상담사 2급과 사회복지사 1급 자격을 갖췄고, 한국상담학회와 한국상담심리학회 정회원으로 상담심리사 1급 수련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