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 전면 시행…실제 사용 편의는 별도 과제
고령자가 직접 사용해 평가하고, 어려울 때는 직원 도움받을 수 있어야
병원에서 진료과를 찾거나 음식점에서 주문하려고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앞에 선 고령자가 있다.
화면에는 큼직한 글씨가 나타나고 음성 안내 버튼도 있지만,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여러 메뉴를 차례로 선택해야 한다.
낯선 용어 때문에 어느 항목을 눌러야 할지 모르거나, 잘못 선택한 화면을 되돌리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내용을 읽는 도중 화면이 초기화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키오스크에 큰 글씨와 물리 버튼, 음성 안내 기능을 갖추는 것은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조치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만으로 고령자가 실제로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고령층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려면 화면의 정보구조와 조작 절차, 이용시간, 오류 수정 방법, 도움 요청 수단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기기를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령자가 원하는 일을 스스로 끝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글씨만 키우면 될까…메뉴부터 이해하기 쉬워야
고령층 친화 키오스크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이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가다.
서울디지털재단이 발행한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표준(키오스크 적용가이드)」은 정보구조, 서비스 흐름, 대체수단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다.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고, 서비스 이용 절차를 단순하게 만들며, 이용자의 신체적 특성과 사용 환경에 따라 다른 조작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글씨를 크게 표시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병원 안내 화면에 '외래', '진료지원', '검사·처치'처럼 기관 내부에서 사용하는 용어만 나열하면 이용자는 어느 항목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반면 '진료과 찾기', '검사실 찾기', '접수하는 곳', '화장실 찾기'처럼 방문 목적을 중심으로 메뉴를 구성하면 정보를 이해하기 쉬워질 수 있다.
한 화면에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를 배치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고령자가 사용하기 쉬운 화면은 단순히 글씨가 큰 화면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고 다음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화면이다.
물리 버튼과 음성 안내, 실제로 도움이 되려면
키오스크에 물리 버튼과 음성 안내 기능을 추가하면 터치 화면만 사용하는 기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손가락으로 화면의 작은 부분을 정확하게 누르기 어려운 사람은 물리 버튼을 활용할 수 있고, 화면의 글씨를 읽기 어려운 사람은 음성 안내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기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용 편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음성 안내가 현재 화면의 선택 항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거나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이용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물리 버튼도 마찬가지다.
버튼에 표시된 기호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거나 버튼을 눌렀을 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알 수 없다면 조작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특히 고령자는 시력과 청력, 손 움직임, 디지털 기기 사용 경험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화면 터치와 물리 버튼, 음성 안내 등 여러 조작 방법을 제공하고 이용자가 자신에게 편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접근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기능의 개수가 아니라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고 필요한 절차를 마칠 수 있는지에 있다.
시간이 부족하면 처음부터 다시…조작시간도 접근성의 조건
키오스크 이용 과정에서 시간 제한은 중요한 문제다.
화면에 표시된 내용을 읽고 이해한 뒤 다음 항목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거나 시력과 손 움직임에 어려움이 있는 고령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일정 시간 조작이 없다는 이유로 화면이 갑자기 초기화되면 이용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시간 제한이 필요한 기기라면 종료 전에 충분히 알리고, 이용자가 간단한 조작으로 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못된 항목을 선택했을 때 쉽게 이전 단계로 돌아갈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검사실을 찾는 과정이라면 '검사 종류 선택 → 검사실 위치 확인 → 이동 경로 확인'처럼 단계가 분명해야 한다.
이용자는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하며, 잘못 선택했더라도 전체 과정을 다시 시작하지 않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고령층 친화 설계 가이드가 강조하는 서비스 흐름과 조작성 원칙을 실제 이용 상황에 적용한 것이다.
병원 키오스크, 목적지까지 실제로 찾아갈 수 있어야
키오스크의 사용성은 설치 장소와 제공하는 서비스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음식점의 주문·결제 기기와 병원이나 공공기관의 시설 안내 기기는 이용 목적부터 다르다.
병원 안내 키오스크라면 진료과나 검사실의 이름을 검색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이용자가 실제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검사실이 다른 층에 있다면 층수뿐 아니라 이용할 엘리베이터와 이동 방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휠체어나 보행보조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계단을 피할 수 있는 경로도 필요할 수 있다.
경로 안내 기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보행이 불편한 고령자가 목적지까지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 이동 가능 여부는 안내 내용의 정확성과 엘리베이터 위치, 통로 상태, 이동 경로의 접근성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병원 진료과나 검사실이 이전했는데 예전 위치가 표시된다면 이용자는 잘못된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운영기관은 시설이나 서비스가 변경될 때 키오스크의 안내 정보도 함께 수정하고 점검해야 한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법적 기준과 실제 사용 편의는 별개
키오스크 접근성은 편의 기능을 넘어 법과 제도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1월 28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 시행령에 따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운영 의무가 전면 시행됐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공공과 민간의 재화·용역 제공자는 접근성 검증기준을 준수한 무인정보단말기를 설치하고 관련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다만 바닥면적 50㎡ 미만의 일부 소규모 근린생활시설과 소상공인 사업장, 테이블 주문형 소형 키오스크 설치 현장 등에는 예외적인 이행 방식이 허용된다.
해당 사업장은 일반 키오스크와 호환되는 보조기기·소프트웨어 설치 또는 보조 인력 배치와 호출벨 설치 등의 방법으로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점이 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의 직접적인 법적 근거는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에 있다.
고령자의 사용 편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지만, 장애인 접근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해서 모든 고령자에게 사용하기 쉬운 기기라는 의미는 아니다.
법적 기준 충족 여부와 실제 고령자의 이용 편의는 각각 살펴야 한다.
고령자가 직접 사용해 봐야…실사용 평가가 필요한 이유
키오스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설계 지침을 적용했더라도 실제 이용자가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고령자가 직접 기기를 사용하면서 어느 단계에서 막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병원 안내 키오스크를 평가한다면 '진료과 찾기', '검사실 위치 확인', '화장실 찾기' 등의 과제를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
이때 확인해야 할 사항은 단순히 화면을 누를 수 있는지가 아니다.
▲ 처음 화면에서 필요한 메뉴를 찾을 수 있는가.
▲ 안내 내용을 이해하고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가.
▲ 잘못 선택했을 때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가.
▲ 시간 제한 때문에 이용을 중단하지 않는가.
▲ 음성 안내와 물리 버튼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가.
▲ 안내받은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가.
▲ 도움이 필요할 때 직원에게 쉽게 요청할 수 있는가.
이는 고령층 친화 설계의 원칙을 실제 이용 상황에 적용한 점검 항목으로, 특정 기기에 대한 시험 결과는 아니다.
사용성 평가에서는 과제 성공 여부와 소요시간, 오류 발생 횟수, 직원 도움 여부 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고령자만 평가에 참여한다면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
기기 이용 경험이 적거나 시력·청력·손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고령자도 평가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기계 사용이 어려울 때 사람에게 도움받을 수 있어야
모든 고령자가 같은 방식으로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화면의 글씨를 읽기 어렵고, 다른 사람은 음성 안내를 듣기 어렵거나 작은 버튼을 누르는 데 불편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이용자가 자신에게 맞는 조작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기를 이용하다 막혔을 때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호출벨을 설치하더라도 위치를 찾기 어렵거나 실제로 직원이 응답하지 않는다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병원 접수나 공공서비스 신청처럼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업무에서는 키오스크 이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서비스 자체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령자가 스스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과 필요할 때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서로 배치되는 일이 아니다.
'배리어프리'라는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이용할 수 있는가
큰 글씨와 물리 버튼, 음성 안내는 키오스크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고령자가 실제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려면 화면의 정보구조와 용어, 조작시간, 오류 수정, 안내 정보의 정확성, 도움 요청 방법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법적 접근성 기준을 충족했는지도 확인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실제 이용 편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운영기관은 기기를 설치한 뒤에도 안내 정보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고령자가 이용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령자가 직접 사용해 보고 필요한 일을 끝까지 마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고령자에게 쉬운 키오스크는 기능이 많은 기기가 아니라, 이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찾고 실수를 수정하며 원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마칠 수 있는 기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