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어 동영상을 볼 때 자막을 따라 읽었지만 영상이 끝나면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경험이 있다. 듣고 이해하는 과정과 스스로 답을 만드는 과정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중국 푸단대학교(复旦大学)가 소개한 새로운 온라인 중국어 강좌는 연속된 이야기와 인물의 대화를 짧은 영상에 담고, 말하기 연습을 뒤에 붙였다. 영상의 길이를 줄이는 것과 학습자가 직접 말할 시간을 만드는 일을 함께 생각하게 하는 사례다.
푸단대 공자학원사무실이 10월 9일 공개한 소식에 따르면, 룩셈부르크대학교 공자학원(卢森堡大学孔子学院)은 10월 중문연맹(中文联盟) 온라인 강좌 플랫폼에 ‘실용한어 중급과정(实用汉语中级课程)’을 선보였다. 자기소개와 일상생활, 일과 학습, 여행과 음식, 쇼핑과 이동 등을 아우르는 15개 주제로 구성했다. 짧은 영상 속 연속된 줄거리와 인물 상호작용을 통해 생활 장면의 표현을 접하도록 설계했다.
강좌에는 15세트의 후속 연습도 마련됐다. 공개 설명은 듣고 따라 말하기, 질문에 답하기, 확장 질문에 답하기로 활동을 나누고, 스노클 온라인 학습 플랫폼의 음성인식과 자동 평가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말하기 시험인 HSKK의 문항 형식을 참고한 구성이다. 기관이 설명한 기능과 교육 설계이며, 수강생 전체의 실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입증한 결과로 읽을 자료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영상과 교과 학습을 연결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엔이능률 교과서 수업지원센터는 2026년 6월 2일 중국어와 중국 문화 교과서에 연계한 영상 수업자료를 안내했다. 인사와 자기소개, 음식 주문 같은 표현을 다룬다. 이번 중급 강좌와 같은 프로그램은 아니며, 6월에 공개된 한국의 비교 사례다. 두 자료를 함께 보면 영상의 흥미와 수업의 목표를 어떻게 연결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의 중국어 학습자가 이 사례에서 참고할 부분은 시청 뒤에 무엇을 하느냐다. 다음 화를 바로 재생하는 대신 한 장면의 목적부터 정리해 볼 수 있다. 주인공이 길을 묻는지, 약속을 바꾸는지, 자신의 선호를 설명하는지 생각하는 것이다. 사건의 흐름이 보이면 어떤 말이 필요한지 예상하기 쉬워지고, 배운 표현을 꺼낼 상황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다.
연습은 영상을 멈추는 위치를 바꾸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상대가 질문한 직후 화면을 멈추고, 주인공의 답을 듣기 전에 자신이 먼저 대답해 보는 방식이다. 나중에 영상 속 대답과 비교하면 같은 목적을 다른 말로 전달할 수 있는지도 살필 수 있다. 이는 해당 강좌의 실제 운영 지침을 옮긴 것이 아니라 한국 학습자에게 제안하는 활용 방법이다. 정답 문장을 맞히기보다 질문에 반응하는 경험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처음에는 한 문장만 말해도 충분하다. 이후 장소나 시간, 물건의 수량을 바꾸어 같은 장면을 다시 연습할 수 있다. 카페 주문 장면이라면 음료를 바꾸고, 여행 장면이라면 목적지나 출발 시간을 바꾸는 식이다. 바꾼 문장이 어색하지 않은지는 교재와 사전, 교사의 도움으로 확인한다. 원래 대사를 기억하는 데서 출발하되 새로운 조건에 맞춰 말하는 단계로 조금씩 넓혀 가는 것이다.
중급 학습자는 대답 뒤에 이유를 덧붙이는 과제도 해볼 수 있다. 선택한 교통수단이 편한 이유나 약속 시간을 바꾸고 싶은 사정을 짧게 설명해 보는 활동이다. 이미 아는 단어로 뜻을 전달하기 어려운 지점을 발견하면 그 부분이 다음 학습의 대상이 된다. 낯선 단어를 한꺼번에 많이 추가하기보다 지금 하고 싶은 말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표현부터 찾는 편이 공부의 방향을 분명히 한다.
자동 평가를 사용할 때는 점수와 실제 녹음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음성인식 결과가 자신이 의도한 말과 다르게 나왔다면 발음 때문인지, 주변 소음이나 마이크 상태 때문인지 점검해 볼 수 있다. 시스템이 높게 평가한 답이라도 상대의 질문에 맞는 내용인지는 따로 살펴야 한다. 점수를 얻는 연습과 의사를 전달하는 연습을 연결하려면 학습자가 자신의 말을 다시 듣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교 수업에서는 같은 장면을 서로 다른 역할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한 학생이 질문하고 다른 학생이 대답한 뒤 역할을 바꾸는 방식이다. 듣는 학생에게도 상대가 말한 장소나 시간을 다시 확인하는 과제를 줄 수 있다. 말하는 사람만 바쁘고 나머지는 기다리는 수업보다 대화의 양쪽에 할 일을 만들어 주는 구성이다. 교사는 문법의 정확성과 함께 질문을 알아듣고 적절하게 반응했는지를 살필 수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인과 중국어를 배우는 한국인이 서로의 영상을 만드는 활동으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같은 카페나 도서관 장면을 각자의 언어로 구성하고, 어떤 표현이 자연스러운지 상대에게 설명해 주는 식이다. 이는 이번 강좌에 한국어 과정이나 한중 공동 수업이 마련됐다는 뜻은 아니다. 생활 장면을 매개로 언어 학습을 연결해 볼 수 있다는 기자의 교류 제안이다.
콘텐츠를 직접 만들 때는 이야기와 설명의 분량을 함께 조절해야 한다. 재미있는 사건을 많이 넣으면 보는 즐거움은 커질 수 있지만, 학습자가 따라 말해야 할 문장이 묻힐 수 있다. 한 장면의 의사소통 목표를 정하고 대사 사이에 반응할 시간을 남기는 구성이 가능하다. 자막도 모든 내용을 한꺼번에 설명하기보다 지금 듣는 표현을 읽기 쉽게 보여주는 방향으로 검토할 수 있다.
학습 기록은 본 영상의 수보다 직접 해낸 말로 남길 수 있다. 한 주 동안 길을 묻고 목적지를 확인하는 대화를 해냈다면, 도움 없이 말한 부분과 다시 확인한 부분을 적는다. 다음 주에는 같은 상황에 조건을 하나 더 붙여 볼 수 있다. 이런 기록은 짧은 영상 여러 편을 보았다는 사실을 자신의 의사소통 경험과 연결한다. 학습량을 줄이자는 뜻이 아니라 시청한 자료를 연습으로 바꾸는 기준을 세우자는 제안이다.
이번 중급 강좌 소식은 중국어 디지털 자료가 영상 제공에서 연습과 피드백을 함께 설계하는 쪽으로 넓어지는 한 사례다. 한국 학습자가 오늘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질문도 간단하다. 다음 장면에서 나라면 무엇이라고 답할까. 화면을 잠깐 멈추고 자신의 목소리로 답해 보는 시간이 영상 속 표현을 실제 대화에 가까이 가져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참고자료]
푸단대학교 공자학원사무실 실용한어 중급과정 개설 소식
https://www.ci.fudan.edu.cn/1c/7f/c554a793727/page.htm
엔이능률 엔이티처 중국어 교과서 연계 영상 수업자료 안내
https://www.neteacher.co.kr/chinese/pages/customer/notice_View.asp?seq=53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