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이 학생의 답을 빠르게 분석하는 시대에 교사는 무엇을 더 살펴야 할까.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교육학 국제회의는 기술의 성능과 함께 학생이 배우며 겪는 경험을 논의의 중심에 놓았다. 한국에서도 인공지능 기반 교육 혁신을 주제로 학교 경영자들이 만나는 국제 연수가 예정돼 있다. 도구의 도입을 넘어 수업의 목적과 교사의 판단을 묻는 일이 한중 교육 현장의 공통 과제로 다가온다.
베이징일보 계열 징바오망(京报网)의 10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인문포럼과 제6회 현상학 교육학 국제회의가 17~18일 수도사범대학교(首都师范大学)에서 열렸다. 주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 교육을 현상학 교육학의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였다. 국내외 대학과 연구기관의 전문가·교사·학생 대표 300여 명이 참가했다. 보도일과 실제 회의가 열린 날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현상학이라는 말은 낯설지만, 학생이 수업에서 실제로 무엇을 경험하는지 살핀다는 질문으로 접근할 수 있다. 같은 문제를 틀렸어도 어떤 학생은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고 다른 학생은 질문의 뜻을 잘못 읽었을 수 있다. 정답 여부가 같다고 필요한 도움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교실에서 학생의 설명을 듣고 다시 질문하는 과정은 이런 차이를 발견할 기회를 만든다.
중국 화중사범대학교(华中师范大学) 도덕교육연구소가 10월 12일 게시한 학술 글도 관련 문제를 다뤘다. 예전잉(叶贞莹)과 두스중(杜时忠)은 인공지능이 학습과 교사, 교육 공정성을 설명하는 기존 개념에 던지는 질문을 검토했다. 학습이 추적 가능한 데이터로 바뀔 때 수치로 담기 어려운 이해와 성찰을 어떻게 보존할지가 그중 하나다. 이는 정책 시행 결과를 보고한 자료가 아니라 교육의 기준을 검토하는 이론적 논의다.
학교에서 이 질문은 평가 방식을 설계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예컨대 학생이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글을 완성했다면 결과물만 보고 이해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 왜 특정 자료를 골랐는지, 어떤 설명을 수정했는지 짧게 말하도록 할 수 있다. 이때 말하기 활동의 목적은 도구 사용 여부를 추궁하는 데 있지 않다. 학생이 스스로 이해한 부분과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데 있다.
한국의 비교 사례도 있다. 교육부가 10월 20일 공개한 보도자료는 21~23일 진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학교 경영자 연수에서 인공지능 기반 교육 혁신을 다룬다고 안내했다. 21일 작성 시점에서 이는 공개된 연수 계획이다. 베이징 회의와 공동으로 운영되는 행사는 아니며, 두 행사에 대한 성과 평가가 나온 것도 아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교육의 변화와 학교의 역할을 논의한다는 점을 비교할 수 있다.
학교 경영자에게 필요한 판단은 어떤 서비스를 살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도입한 기능을 어느 과목의 어떤 수업에서 사용할지, 교사의 준비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지, 참여하기 어려운 학생에게 어떤 방법을 제공할지가 함께 정해져야 한다. 체험 행사에서 보기 좋은 결과를 만드는 일과 학기 전체에서 학생의 배움을 돕는 일은 서로 다른 계획을 요구한다. 기술 도입 계획표에 수업의 목표가 먼저 적혀야 하는 이유다.
학부모가 학교의 인공지능 수업을 이해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사용한 프로그램의 이름보다 학생이 어떤 질문을 만들었고 무엇을 확인했는지 물어볼 수 있다. 결과물이 매끄러워졌다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학생이 이전에는 못 했지만 지금은 설명할 수 있는 일을 들으면 배움의 변화가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 화면에 나타난 점수는 그 대화에 참고할 자료 가운데 하나로 놓을 수 있다.

교사가 학생을 만나는 시간 역시 따로 살펴야 한다. 자동화로 자료 정리 시간이 줄었다면 그 시간을 질문을 듣거나 피드백을 나누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도구를 운영하고 기록을 정리하느라 대화가 줄었다면 수업 구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확인은 특정 제품의 좋고 나쁨을 단번에 가리는 평가가 아니다. 수업 안에서 시간과 관심이 어디에 쓰이는지 관찰하는 일이다.
한중 학교가 서로의 경험을 나눈다면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발표와 함께 실제 수업의 질문을 공유할 수 있다. 같은 읽기 과제를 놓고 학생이 어려워한 지점, 교사가 다시 설명한 방식, 도구가 제공한 자료를 고친 이유를 비교하는 식이다. 서로 다른 교육과정과 언어 환경을 먼저 이해하면 한쪽 사례를 그대로 옮기는 부담도 줄어든다. 작은 수업 단위를 함께 살펴보는 협력은 적용 조건을 분명히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학생의 정보를 다루는 기준도 수업 목적과 맞아야 한다. 비교 활동을 위해 실제 학생의 이름이나 개별 성적을 전달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묻는 것이 좋다. 설명에 필요한 부분을 익명화하거나 가상의 사례로 바꾸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기록을 많이 모아야 좋은 교육이 된다는 전제 대신, 어떤 판단에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를 교사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는 규모가 작은 점검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한 차시를 마친 뒤 학생에게 새로 이해한 내용과 여전히 궁금한 점을 하나씩 적게 하고, 교사는 다음 시간의 설명을 조정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했다면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된 부분과 혼란을 준 부분도 함께 남길 수 있다. 여기서 제시한 방법은 기자의 수업 해설이며, 이번 국제회의나 한국 연수에서 채택한 공식 지침을 뜻하지 않는다.
중국의 최근 교육학 논의가 한국 독자에게 주는 질문은 분명하다. 기술이 알려 주는 학생의 모습과 교실에서 마주하는 학생의 모습을 어떻게 함께 읽을 것인가. 인공지능 교육의 진전은 기능이 늘어난 정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학생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말을 바탕으로 다음 배움을 준비하는 교사의 판단이 도구와 연결될 때 변화의 의미도 더 선명해진다.
[참고자료]
징바오망 베이징 인문포럼·현상학 교육학 국제회의 보도
https://xinwen.bjd.com.cn/content/s6ad5e10ee4b039a8e2f28441.html
화중사범대학교 인공지능 시대 교육학 개념의 불일치와 재구성
https://ime.ccnu.edu.cn/info/1026/8618.htm
교육부 APEC 학교 경영자 인공지능 기반 교육 혁신 연수 안내
https://www.moe.go.kr/boardCnts/viewRenew.do?boardID=294&boardSeq=107458&lev=0&m=020402&opType=N&page=1&s=moe&searchType=null&statusYN=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