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흙의 거친 표면에 시간의 지문을 새기고, 사라지는 것과 남겨지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이윤 조형작가가 누리아트작가회 창립 10주년 기념전에서 조각 작품 ‘시간의 본질’을 선보이며 생명의 근원과 존재에 대한 예술적 사유를 펼친다.
누리아트작가회는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루벤 1층에서 ‘NURI ART EXHIBITION 2026’을 개최한다. ‘가을의 하모니’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회원들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와 예술적 교류의 발자취를 조명하는 자리다.
이윤 작가의 ‘시간의 본질’은 20×16.5×16.5㎝ 크기의 혼합조형토 작품으로, 노천소성 기법을 통해 흙과 불이 빚어내는 원초적 질감과 물성의 변화를 드러낸다. 서로 다른 형태와 색채를 지닌 두 토기는 거친 표면과 불규칙한 흔적을 공유하며 풍화와 침식, 생성과 소멸의 시간을 환기한다.

왼쪽 작품의 붉은 흙빛과 사선으로 반복되는 표면의 흔적은 시간의 켜가 축적된 듯한 인상을 준다. 검은 자국과 밝은 반점은 자연스러운 마모와 변화의 흔적처럼 읽힌다. 오른쪽 작품은 황토색과 검은색이 겹쳐진 표면, 가장자리의 구멍과 깊게 파인 내부 공간을 통해 원시적이고 의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간의 본질’은 흙의 거친 표면에 시간의 지문을 새기고 존재의 근원을 묻는 작품이다. 붉은 흙빛과 검은 얼룩, 불규칙한 요철은 풍화와 침식의 흔적이자 생성과 소멸이 교차한 물질의 기억이다. 두 토기의 비정형적 형상은 완결된 아름다움 대신 불완전함 속에 깃든 생명력을 드러낸다.

이윤 작가는 흙과 불이 빚어낸 흔적을 통해 시간이란 흘러 사라지는 것만이 아니라 물질 속에 침전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작품은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라진 것들은 어디로 가며, 남겨진 흔적은 무엇을 증언하는가. 투박한 조형미 너머에는 존재의 지속과 변화에 대한 묵직한 성찰이 자리한다.
작가 노트에서도 이러한 창작관이 드러난다. 이윤 조형작가는 “강가에서 처음 출발하는 모든 생명의 근원처럼 처음으로 돌아가 본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흙을 다듬는 과정에서 생명의 출발점을 되새긴다고 밝혔다. 이어 “거센 불과 부드러운 흙으로 어떤 존재를 찾아가는 것은 매우 경이롭기까지 한 작업”이라며 창작의 어려움마저 즐기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작가에게 조형은 단순히 재료에 형태를 부여하는 행위가 아니다. 흙과 불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존재를 발견하고, 물질에 축적된 시간과 변화를 조형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이다.
이윤 작가는 초대전 2회를 비롯해 마루아트센터 6인전, 국회아시아 명인전 등 다양한 전시와 단체전, 아트페어에 참여했으며 공모전에서도 다수 입상했다.
회화와 조형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작가 개개인의 시선과 개성이 어우러진 작품 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누리아트작가회 운영진은 창립 10주년 인사말에서 지난 10년을 작가들이 서로의 예술세계를 존중하고 교류하며 함께 성장해 온 시간으로 평가했다. 이어 이번 기념전이 그동안의 예술적 발자취를 돌아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윤 조형작가의 ‘시간의 본질’은 흙과 불이 남긴 흔적을 통해 시간의 축적과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 전시는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4, 갤러리 루벤 1층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