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임서율기자]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의 국제투자분쟁(ISDS) 환송중재에서 약 153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에 대해 추가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정부 개입을 둘러싸고 2018년 시작된 분쟁이 8년 만에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10월 28일 엘리엇 ISDS 환송중재 사건과 관련해 9월 30일 선고된 중재 판정에 대해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 등을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관계부처와 정부대리로펌, 외부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논의했으며, 판정문 분석 결과와 추가 소송에 드는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환송중재는 영국 법원이 올해 2월 원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한 뒤 이뤄졌다. 당시 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 자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관련성 있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법원은 정부의 개입과 엘리엇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중재판정부로 돌려보냈다. 국민연금의 국가기관 해당 여부에 관한 정부 주장이 받아들여졌어도, 정부 자신의 개입 행위에 따른 배상책임까지 배제된 것은 아니었다. 환송중재 판정부는 이후 정부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개입과 엘리엇 측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정부의 배상책임을 다시 인정했다.
환송중재에서 인정된 배상원금은 원 중재와 같은 약 4849만 달러다. 여기에 지연이자 등을 합친 배상 규모는 약 1530억원으로 제시됐다. 엘리엇은 당시 배상금에 이자와 법률비용 등을 포함하면 한국 정부가 지급해야 할 총액이 약 1억1300만 달러, 약 1513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이 제시한 총액은 당사자 측 주장으로, 환송중재 판정의 배상 규모와 구분된다.
분쟁의 출발점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였다. 엘리엇은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며 2018년 한미 FTA를 근거로 ISDS를 제기했다. 중재판정부는 2023년 6월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배상금과 지연이자 등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정부는 같은 해 7월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한미 FTA상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조치가 아니므로 중재판정부에 관할권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었다. 1심 법원은 2024년 8월 소송을 각하했으나, 영국 항소법원은 2025년 7월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건을 1심으로 돌려보냈다.
환송된 1심의 올해 2월 일부 취소 판단에 이어 9월 환송중재에서 배상책임이 다시 인정되면서 정부는 추가 불복 여부를 검토해 왔다. 이번 결정은 해당 환송중재 판정에 대해 영국 법원에서 다시 취소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