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김서율기자]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을 빼앗아 20여일 동안 돌려주지 않은 80대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절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영장을 오래 보관했다는 사실만으로 자기 물건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경찰관을 폭행한 행위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유죄 판단은 인정했다.
경향신문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와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86)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던 하급심과 달리, 대법원은 영장을 가져간 행위가 절도죄의 요건을 갖췄는지를 달리 판단했다.
사건은 2025년 1월 부산에 있는 A씨의 집에서 벌어졌다. 당시 경찰의 압수수색 대상은 허위 전입신고로 주택을 분양받은 혐의를 받던 A씨의 배우자였다. 경찰이 집을 수색하면서 A씨의 은행·카드 명세서 30장을 압수하자 A씨는 이에 항의했다. 이어 탁자 위에 놓인 압수수색 영장을 가져가 소파에 깔고 앉았고, 명세서를 돌려주면 영장도 반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씨는 영장을 돌려달라는 경찰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경찰관의 손등을 때렸다. 경찰이 영장을 돌려받지 못한 채 문밖으로 나간 뒤에는 굵은 소금 뭉치를 뿌려 경찰관의 뒤통수에 맞혔다. 영장은 사건 발생 후 20여일이 지나서야 임의제출 형식으로 경찰에 반환됐다. 검찰은 국가 소유의 영장을 훔친 혐의와 압수수색 중 경찰관을 폭행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경찰의 압수수색 집행이 적법했고, A씨가 경찰관을 폭행해 공무를 방해했다고 봤다. A씨가 내세운 정당방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영장을 20여일 동안 보관한 사정을 근거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불법적으로 가지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2심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A씨가 스스로 영장을 돌려줬을지 의문이라고 봤다. 경찰의 반환 요구를 거부한 채 상당 기간 영장을 점유한 행위를 단순한 일시적 사용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 항소심의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영장을 장기간 점유했다는 사실과 절도죄에 필요한 의사를 구분했다. 절도죄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 소유물처럼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사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A씨가 영장을 가져갔다는 사정만으로 그러한 이용·처분 의사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압수수색 영장을 이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영장을 오래 갖고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건은 절도 혐의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을 반영해 다시 심리하도록 부산지법으로 돌아가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