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박채린기자] 공소청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따라 서울의 한 모텔에서 사흘간 고립돼 지내던 30대 남성이 경찰에 구조됐다. 조직은 피해자에게 대출받은 돈 3100만원을 송금하게 했으며, 경찰은 추가 대출 절차에 개입해 4200만원의 피해를 막았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예방순찰대는 10월 22일 서울 강동구의 한 모텔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를 구조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가 조직의 전화를 받은 것은 구조 이틀 전인 20일로, 당시 경기북부 지역의 직장에 있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을 공소청 검사라고 소개했다. 이어 A씨 명의가 도용된 계좌가 범죄에 이용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체포되기 전에 숨으라고 요구했다. 수사 중인 사건이므로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서는 안 된다는 말로 외부에 도움을 구하지 못하게 했다.
조직은 구치소에 들어가는 대신 약식 조사를 받도록 편의를 봐주겠다는 명목으로 A씨를 강동구의 모텔로 유인했다. 이를 실제 수사로 믿은 A씨는 회사에 연차를 내고 모텔로 이동했다. 이후 조직의 요구에 따라 휴대전화를 구매하고 원격제어 악성 앱도 설치했다.
금전 요구에는 계좌 추적을 위한 조사라는 이유를 댔다. 조직은 A씨에게 모바일로 3100만원을 대출받도록 한 뒤 이 돈을 가로챘다. 추가 송금을 위해 저축은행 대출심사도 받게 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에 확인 전화를 걸었지만, 실제 전화를 받은 사람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모텔에 머무는 동안에는 반성문 작성까지 강요받았다. A씨는 사흘간 휴대전화 메모장에 A4용지 약 45장 분량의 반성문을 썼다. 수사기관을 사칭한 조직의 지시가 숙박 장소 이동과 대출뿐 아니라 모텔 안에서의 행동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경찰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에서 악성 앱 설치가 의심되고 연락이 잘 닿지 않는 등 피해 우려가 큰 대상자들의 연락처를 전달받아 대응에 나섰다. 이 가운데 A씨를 특정해 연락했으나, A씨는 처음에는 실제 경찰관도 의심했다. 조직이 미리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하는 경찰은 가짜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경찰관은 바쁘니 다음에 만나자는 A씨의 말에서 불안감 등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여러 차례 통화를 이어갔다. 공소청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사례 등을 설명하며 A씨가 겪는 상황이 실제 수사가 아니라 범죄조직의 범행임을 설득했다.
이후 A씨가 4200만원의 추가 대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서울경찰청에 공조를 요청했다. 모텔로 이동하면서 대출을 심사하던 신용대출사 2곳에도 연락해 심사 승인을 중단하도록 요청했다. 경찰은 현장에 도착해 A씨를 구조했지만, 앞서 송금된 3100만원은 이미 계좌에서 빠져나간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지시를 따르지 말고 즉시 112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