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최하율기자] 유방암 수술에 앞서 항암치료로 종양 크기를 줄이는 선행 항암화학요법이 확대되면서, 치료 전 병변 위치를 표시하는 유방 조직 마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병변이 작아지거나 영상에서 보이지 않게 된 뒤에도 원래 위치를 찾아 수술하고 남은 암세포를 평가하는 데 쓰이는 장치다.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허호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유방외과 교수 겸 한국유방암학회 보험이사는 선행 항암치료의 적용 대상과 마커의 역할을 설명하고, 마커 재료비 보상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선행 항암화학요법은 일반적으로 2기 이상 유방암 환자가 주요 대상이다. 항암치료 반응이 좋은 삼중 음성 유방암이나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HER2) 양성 유방암은 1기 후반부터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종양이 유두 가까이에 있어 바로 수술하면 유두까지 절제해야 하는 경우에도 종양을 줄인 뒤 보존 수술을 시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건강보험 급여는 현재 2기 이상에 인정된다고 밝혔다.
선행 항암치료는 수술 범위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허 교수는 겨드랑이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절제할 때 생길 수 있는 림프부종 등 후유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림프부종은 림프액이 원활하게 이동하지 못해 팔이 붓는 질환이다. 수술 때 채취한 조직으로 항암치료 반응을 평가하고, 암세포가 남아 있으면 다른 약제로 바꾸는 치료 전략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치료 반응이 좋을수록 수술 위치를 정하기 어려워지는 문제도 있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초음파에서 병변이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조직을 현미경으로 검사하면 미세 암세포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영상상 병변 소실만으로 수술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원래 위치를 짐작해 절제하면 잔여 암세포를 놓치거나 정상 조직까지 과도하게 제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유방 조직 마커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삽입한다. 초음파로 암 조직 위치를 확인한 뒤 바늘을 이용해 목표 병변에 약 3㎜ 크기의 마커를 넣는다. 종양이 줄어든 뒤에도 마커가 원래 자리에 남아 엑스레이나 초음파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한다. 허 교수는 시술 방법과 안전성이 일반적인 유방 조직 검사와 거의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마커로 절제 대상을 찾는 것은 수술 후 약물 반응을 평가하는 과정과도 연결된다. 허 교수는 실제 병변과 다른 부위를 절제하면 남은 암세포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약제 변경이 필요한 환자에게 기존 약물을 계속 투여하는 판단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용 보상 문제도 제기됐다. 허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는 독립된 마커 삽입술 수가 코드가 없어, 수술 당일 유도 철사를 사용하는 ‘비촉지 유방종양 침위치 결정술’ 코드를 빌려 청구하고 있다. 몸속에 수개월간 머물고 MRI 촬영도 가능해야 하는 마커에는 티타늄 등 인체 삽입용 특수 금속이 쓰이지만, 재료비를 별도로 산정하지 못해 병원에 재정 부담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허 교수는 개선 방안으로 마커 재료비를 별도로 인정하거나, 독립된 마커 삽입술 행위 코드를 만들고 수가에 재료 가격을 반영하는 두 가지 안을 설명했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수가 인정 등 제도 문제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