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만큼 맡길 것인가
얼마 전 『생각을 외주화한 사람들』이라는 책을 쓴 저자의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들었다. 외주화. 무엇을 외주화할 것인가? 내 삶에서 나에게 직접 질문한 적이 있다.
신혼 때 나는 요리를 못했다. 저녁에 뭐 먹을까 고민하다, 슈퍼 가서 재료 사 오고, 요리하면 남편 퇴근 시간이었다. 맡길까, 배울까. 밥을 외주로 돌리면 몇 년을 돌려야 하나 세어 보았다. 밥은 평생이었다. 나의 결론은, 도움은 받되 외주화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한식조리사 과정에 들어가 닭을 만지고, 동태를 만지고, 채소를 4cm로 채를 썰었다. 요리는 지금 내가 한다.
눈썹도 생각을 해 봤다. 문신을 하면 편하겠지만, 문신은 평생이다. 그 전에 내가 직접 그려 보고, 그래도 안 되면 맡기기로 했다. 한 시간에 3만 원 하는 수업을 네 번 듣고, 지금은 대충 그려서 산다.
평생 해야 하는 일이라면, 잘 못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아보기. 익숙할 때까지 반복하기. 그게 내 기준이 되었다.
아이가 고3이던 해였다. 공부와 진로는 딱 1년 외주화했다. 학원의 학습 전문가에게 맡겼다.
대신 집에는 간식이 있었다. 매일 밤 11시,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간식을 먹으며 고3 생활의 힘듦을 말했다. 가족이 그 시간에 모였다.
공부는 맡길 수 있었다. 힘들다는 말을 듣는 자리는 맡길 수 없었다.
나는 AI 강사다. 그런데 요즘 무엇이든 AI에게 먼저 물어보려는 나를 본다. AI 앞에서는 외주화일까, 아닐까. 외줄 타기 중이다.
의뢰받은 강의료를 정할 일이 있었다.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되물었더니, AI가 말했다. 너무 많이 물었다고. 너 자신을 믿으라고.
나는 답을 원한 게 아니었다. 그 결정 잘한 거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이 아니었다. 무섭기도 했다.
AI에게 잘했다고 인정받아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거라면, 그 결정은 누가 한 것인가. 나는 AI를 도구로 사용한 것인가, AI에게 끌려간 것인가.
그래서 아이 고3 때처럼, AI에 대한 나의 권한 사용을 쪼개기로 했다. 검색과, 필요한 과정의 방법 제안은 AI에게 맡긴다. 결정과 판단은 내가 한다.
지인의 농산물을 팔려고 랜딩 페이지를 만들었다. 누구에게 팔지, 무슨 말을 할지는 내가 정했다. 화면은 AI가 만들었고, 다른 AI가 검수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9월 생성형 AI 이용자 1,019명에게 물었더니, AI 조언만으로 퇴사나 이별 같은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는 응답이 10.6%였다. 내가 하기로 한 것을 맡긴 사람들의 숫자다.
눈썹은 오늘도 대충 그렸다.
나의 결정을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남겼는가.
#미래디지털AI협회 #디지털윤리 #생각의외주화 #AI와판단 #외주화 #생각의주인 #생성형AI #얼마만큼맡길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