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 방과 후 교육·돌봄을 국가가 책임지는 ‘늘봄학교’가 전국 6,100여 개 초등학교에 전면 도입되며 외형적으로는 성공적인 안착세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늘봄학교 참여율은 80%를 웃돌며 맞벌이 가구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핵심 교육 복지 제도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책의 급격한 양적 팽창 이면에는 심각한 ‘질적 양극화’와 ‘인프라 불균형’이라는 어두운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특히 대도시와 읍·면 도서지역 간의 강사 수급 격차, 늘봄 강사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아이들이 누려야 할 교육 복지의 질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치로 본 늘봄학교의 현실: 참여율은 고공행진, 강사 공급은 ‘지역별 편차’
교육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외부 강사는 전국적으로 수만 명 규모에 달하며, 전체 늘봄 프로그램 강사 중 외부 강사 비율은 80%를 넘어서고 있다. 학교 현장의 정규 교원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부 인력 투입을 원칙으로 세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력 공급의 극심한 지역별 비대칭이다. 수도권 및 대도시 중심 학군에서는 예체능, 코딩, 창의과학 등 다양한 전문 강사 풀이 형성되어 양질의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반면, 지방 읍·면 지역과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는 만성적인 ‘강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원거리 이동에 따른 교통비 지원 미비와 낮은 시급 구조로 인해 전문 강사들이 농어촌 학교 출강을 기피하면서, 일부 지방 학교에서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지 못하거나 돌봄 전담 인력이 아이들에게 TV 시청이나 단순 자습을 시키며 시간을 때우는 파행 운영이 반복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사는 지역에 따라 우리 아이가 받는 돌봄의 질이 천차만별”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현장 강사 80% “처우 악화로 이탈 고민”... 고용 불안이 낳은 전문성 저하
늘봄학교의 핵심 축을 담당해야 할 전문 강사들의 현장 이탈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방과후학교·늘봄학교 강사 1,6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4%가 늘봄학교 도입 이후 “수강생과 수입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늘봄학교 2시간 무료 프로그램 도입 과정에서 기존 수익자 부담 형태의 방과후 프로그램이 위축되고, 책정된 강사료가 물가 상승률과 이동 비용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실질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 강사의 30% 이상이 생계를 위해 학교 밖에서 다른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유능한 교육 인력들이 학교 현장을 떠나 사설 학원이나 민간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결국 피해는 전문적인 배움의 기회를 잃어버린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진단과 해법] ‘시간 때우기 보육’ 넘어 ‘가치 중심 교육’으로 가려면
전문가들은 늘봄학교가 진정한 의미의 교육 복지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아이 맡아주기’식 보육을 탈피하고, 지속 가능한 인프라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 지자체-교육청-지역 대학 연계 '공공 강사 풀' 구축: 개별 학교가 강사를 섭외하는 각자도생식 시스템을 중단하고, 지역 교육지원청과 지자체가 주도하여 대학, 문화예술기관과 연계된 표준화된 강사 풀을 직접 운영·파견해야 한다.
2. 원거리 출강 지원 및 현실적 처우 개선: 교통이 열악한 농산어촌 및 도서벽지 학교에 출강하는 강사를 대상으로 '원거리 교통 보조비'와 '농어촌 특별 가산금'을 신설해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제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3. 가치·인성·체험 중심의 통합 프로그램 확충: 국·영·수 위주의 주입식 보충수업이나 단순 영상 시청을 지양하고, 마술, 연극, 생활 체육, 사회적 관계 맺기 등 청소년기의 정서적 안정과 자존감을 높여주는 체험형 가치 교육 콘텐츠를 정규 커리큘럼으로 보강해야 한다.
4. 전담 행정지원 체계 분리 완성: 교원과 강사, 돌봄전담사 간의 업무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청 산하의 '늘봄지원센터'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여 계약, 공간 관리, 민원 대응 등 행정 일체를 전담해야 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늘봄학교의 성패는 몇 명의 아이가 학교에 남아있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존중받고 질 높은 성장을 경험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강사의 안정적인 처우와 지역 격차 해소라는 기초 체력을 다지지 않는다면 늘봄학교는 ‘질 낮은 공적 보육’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