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연구실에서 열리는 '랩 미팅'을 고등학생이 직접 해 보는 수업이 나왔다.
교육 기업 TST가 1기 48명을 모집하는 'THE SELECT TEN'은 미국 대학과 국내 상위대학 연구실에 몸담은 연구자가 학생을 이끄는 고등학생 대학 연구실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연구실이 일하는 방식을 4주 동안 압축해 경험하게 한다.
고등학교 수업은 대개 교사가 설명하고 학생이 듣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반면 연구실에서는 각자 맡은 연구를 직접 설명하고, 동료의 질문에 근거로 답하며, 그 과정에서 계획을 고쳐 나가는 일이 일상이다. 이 프로그램은 바로 그 차이를 고등학생이 몸으로 겪어 보도록 짜였다.
■ 랩 미팅이란… 발표하고 검토받고 고치는 연구실의 일상
랩 미팅은 연구실 구성원이 진행 중인 연구를 발표하고 서로의 계획과 근거를 검토하는 자리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 4명과 멘토 1명이 서로의 연구 계획을 검토하는 랩 미팅을 핵심 수업 방식으로 삼는다. 학생 한 명에게는 10분 발표와 동료 검토, 수정 계획 공유까지 약 20분의 발언 시간이 보장된다.
검토의 말투도 연구실 문화를 따른다. 동료는 "틀렸어요"라고 말하는 대신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라고 묻도록 훈련받는다. 상대의 결론을 깎아내리기보다 근거를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발표자는 계획을 고치고, 질문한 학생은 자기 주장의 근거를 함께 점검하게 된다.
이런 문화는 결과를 대하는 태도로도 이어진다. 평가는 결과의 화려함이 아니라 질문·방법·근거·수정 과정을 보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도 과정이 충실하면 유효한 탐구로 인정한다. 실패처럼 보이는 결과에서도 무엇을 배웠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연구실의 기준을 옮겨 온 셈이다.
■ 하버드에서 에모리까지… 현지에서 연구하는 한국인 멘토
멘토는 하버드(생물학), 스탠퍼드(생화학), MIT(전기·컴퓨터공학), 프린스턴(정치학), 예일(종교인류학), UC버클리(컴퓨터과학), 노스웨스턴(물리화학), 에모리(심리학)에서 현재 연구 중인 한국인 박사과정·박사후연구원이다. 대학 이름은 멘토가 연구하는 곳을 뜻한다.
여기에 국내 상위대학 4곳의 연구실이 더해져 모두 12개 연구실이 학생을 4명씩 맡는다. 멘토들은 수업에서 연구 질문과 방법뿐 아니라 막혔던 지점과 생각을 바꾼 근거 같은 자신의 연구 이야기도 들려준다.
멘토 1명이 맡는 학생이 4명뿐이라는 점도 연구실 분위기를 살리는 요소다. 인원이 적어야 발표와 질문이 한두 사람에게 쏠리지 않고, 모두가 발표자이자 검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가 하루 중 무엇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지처럼 책으로는 알기 어려운 궁금증을 현직 연구자에게 직접 물을 수 있다는 점은 이 고등학생 대학 연구실 멘토링이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이다. 연구자의 하루를 막연하게 상상만 하던 학생이라면 자기 진로를 한층 구체적으로 그려 볼 수 있다.
■ 3주차엔 한국·미국 연구실 문화 비교… 진로 질문에 답하다
4주 과정 가운데 3주차는 중간 점검과 진로 탐색을 함께 다룬다. 멘토가 한국과 미국의 연구실 문화를 비교해 설명하고,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전공 선택과 진로 문제에 직접 답하는 시간이다. 해외 연구실의 분위기를 그곳에서 연구하는 사람에게서 듣는다는 점에서 다른 주차와 성격이 다르다.
두 나라 연구실의 차이를 듣는 일은 단순한 견문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 유학이나 연구자의 길을 멀게만 느끼던 학생도, 실제로 그 길을 걷고 있는 선배 연구자에게 전공과 진로의 고민을 묻고 답을 들으며 자기 계획을 점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뒤 주차의 흐름은 연구 과정 그대로다. 1주차에 분야를 이해하고 탐구 질문을 세워 한 쪽짜리 제안서를 쓰고, 2주차 랩 미팅에서 계획을 검증받은 뒤, 4주차 미니 연구발표회에서 20분 발표와 질의응답을 거쳐 최종 보고서를 낸다.
특히 1주차에 쓴 제안서는 2주차 랩 미팅에서 처음으로 동료들 앞에 놓인다. 10분 동안 자기 질문과 방법을 설명하고, 이어지는 검토에서 받은 질문을 바탕으로 수정 계획을 세워 공유한다. 혼자 세운 계획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거치며 단단해지는 과정이다.
■ 해외에서도, 지방에서도… 온라인으로 여는 연구실 문
고등학생 대학 연구실 멘토링이라고 해서 연구실을 직접 찾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27년 2월 주 1회 수업과 선발 인터뷰가 모두 화상으로 진행돼 거주 지역의 제약이 없고, 과제도 별도 실험 설비나 고가 장비 없이 집에서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해외에 사는 한국 학생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진행 언어는 멘토별로 한국어 또는 영어로 모집 전에 확정되므로 지원 전에 수업 언어를 확인할 수 있고, 언어 능력 자체는 평가 대상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종로엠스쿨 전국 지점이 프로그램 안내를 도와 온라인 정보에 익숙하지 않은 가정도 가까운 곳에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1기 참가비는 TST가 전액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예비 고1~고3으로 성적 조건이 없고, 해외 거주 학생은 온라인 인터뷰로 지원한다.
서류(지원서·에세이)와 지도 연구진 인터뷰 2단계로 뽑으며, 12월 15일까지 메일(theselectten@naver.com)이나 문자(010-8565-1009)로 접수한다. 접수 상담은 종로엠스쿨 지점에서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