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직접 써서 내던 자기소개서가 2024학년도 대입부터 사라졌지만, 자소서 폐지 후 대입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수상경력과 독서활동까지 반영되지 않으면서 학생이 자신을 따로 설명할 통로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 스스로 설명하던 통로가 줄었다
예전에는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됐고 무엇을 해 왔는지를 학생이 자소서에 직접 풀어 쓸 수 있었다. 이제는 그 이야기를 별도의 글로 덧붙일 수 없으니, 학교 수업 안에서 쌓인 기록과 면접에서의 설명이 그 역할을 나눠 맡게 됐다.
여기에 2028학년도부터는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뀌어 1등급 범위가 4%에서 10%로 넓어지고, 수능도 선택과목 없는 통합형이 된다. 서류의 항목이 줄어든 데 이어 성적의 변별력까지 무뎌지는 흐름이 겹치는 셈이다.
입시 현장에서는 이 변화로 세특과 수행평가, 면접처럼 학생이 수업 속에서 직접 질문하고 검증한 흔적이 더 중요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대학마다 평가 방식이 달라 이를 모든 대학에 그대로 통하는 정답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 '무엇을 했나'보다 '어떻게 했나'
자소서 폐지 후 대입 준비에서 자주 거론되는 말이 바로 탐구의 과정이다. 결과물 한 줄보다 왜 그 질문을 골랐고 어떤 방법으로 확인했으며, 예상과 다를 때 무엇을 고쳤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짧은 시간에 외워서 만들기 어렵다. 실제로 질문을 세우고 근거를 모으고 반론에 답해 본 경험이 있어야 자기 언어로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탐구를 한 번이라도 끝까지 해 보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예상과 다른 결과를 얻었을 때가 중요하다. 결과가 빗나간 이유를 따져 보고 계획을 어떻게 고쳤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그 과정 자체가 탐구하는 힘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의 발표나 수행평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답을 그대로 말하는 것보다 자신이 내린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학생의 생각이 드러나고, 그 설명력은 직접 탐구해 본 경험에서 나온다.
■ 에세이 한 장으로 뽑는 연구 프로그램
교육 기업 TST가 1기 참가자 48명을 모집하는 고등학생 연구 멘토링 프로그램 'THE SELECT TEN'(셀렉트 텐)은 바로 이 과정을 4주에 압축해 경험하도록 설계됐다.
멘토로는 하버드·스탠퍼드·MIT 등 미국 8개 대학에서 연구 중인 한국인 박사과정·박사후연구원과 국내 상위대학 4곳의 연구실이 참여한다. 연구실 12곳이 학생을 4명씩 맡는 소그룹 구조다.
미국 쪽 분야는 하버드 생물학, 스탠퍼드 생화학, MIT 전기·컴퓨터공학, 프린스턴 정치학, 예일 종교인류학, UC버클리 컴퓨터과학, 노스웨스턴 물리화학, 에모리 심리학으로, 이공계뿐 아니라 인문사회 연구실도 포함됐다.
선발 방식도 눈에 띈다. 성적 조건 없이 자유 양식 지원서와 에세이 '내가 이 연구에 참여해야 할 이유'(A4 1쪽)로 1차 서류 심사를 하고, 2차는 지도 연구진 인터뷰로 진행한다. 운영사는 에세이가 1차 선발의 핵심이라고 안내했다.
성적이나 실적 대신 왜 이 연구가 궁금한지, 무엇을 해 보고 싶은지를 자기 말로 설명하는 글을 먼저 보겠다는 것이다. 연구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궁금함이라는 판단이 선발 구조에 담겨 있다.
■ 4주 동안 말하고 고치는 수업
선발된 학생은 2027년 2월 4주간 주 1회 화상 수업을 듣는다. 1주차 탐구 질문과 1쪽 제안서, 2주차 랩 미팅과 동료 검토, 3주차 중간 점검과 진로 탐색을 거쳐 4주차에 1인 20분의 미니 연구발표와 최종 보고서로 마친다.
랩 미팅에서는 학생마다 약 20분의 발언 시간이 보장되고, 동료들은 "틀렸어요" 대신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라고 묻도록 훈련받는다. 자기 생각을 말로 설명하고 근거로 방어하는 연습이 수업의 중심에 놓인다.
평가는 결과의 화려함이 아니라 질문·방법·근거·수정 과정을 보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도 과정이 충실하면 유효한 탐구로 인정한다. 진행 언어는 멘토에 따라 한국어 또는 영어로 모집 전에 확정되지만, 언어 능력은 평가 대상이 아니다.
수료 후에는 탐구 제안서, 연구 기록, 최종 보고서, 발표자료와 함께 멘토의 서면 피드백이 남는다. 1기 참가비는 TST가 전액 지원하며, 탐구 과정은 사전 서면 동의 범위 안에서만 영상으로 기록되고 2기부터는 정규 과정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자소서 폐지 후 대입 준비의 방향을 고민하는 학생이라면, 결과를 꾸미는 대신 탐구 과정을 직접 겪으며 설명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기회다. 과제는 주 3~4시간 분량으로 실험 장비 없이 집에서 수행할 수 있고, 사람·동물 대상 실험은 배정하지 않는다.
지원은 예비 고1부터 고3까지 성적 제한 없이 가능하며,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학생도 온라인 인터뷰를 거쳐 전형에 참여할 수 있다. 원서는 12월 15일까지 메일(theselectten@naver.com) 또는 문자(010-8565-1009)로 받는다.
앞서 소개한 서류 심사와 지도 연구진 인터뷰의 2단계 전형을 거쳐 최종 선발하며, 가까운 종로엠스쿨 지점을 찾으면 프로그램 안내와 접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