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박도율기자] 압수수색에 항의해 경찰관에게서 영장을 빼앗고 반환을 거부한 80대의 절도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영장을 오래 보관했다는 사정만으로 자기 소유물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다만 경찰관들을 폭행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유죄로 본 판단은 받아들였다.
뉴시스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A씨의 절도·공무집행방해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주심은 서경환 대법관이다. 절도 부분에 관한 판단이 뒤집히면서 사건은 다시 심리를 받게 됐다.
사건은 2025년 1월 8일 부산의 A씨 자택에서 발생했다. 당시 사법경찰관들은 A씨 배우자를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었다. A씨는 경찰이 자신 명의의 은행 및 카드 명세서 30장을 함께 압수하자 해당 명세서가 영장의 압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항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관들에게서 영장 원본 2부 등을 빼앗은 뒤 소파에 깔고 앉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영장을 되찾으려는 경찰관의 가슴을 밀치고, 명세서를 돌려주면 영장 원본 등을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검찰은 이 행위에 국가 소유 영장을 절취했다는 절도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관들이 여러 차례 영장 반환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손등을 때리고, 집을 떠나려는 경찰관들에게 굵은소금 뭉치를 던져 맞힌 행위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A씨는 사건 일주일 뒤 경찰서를 방문했을 때도 영장 원본을 반환하지 않았으며, 같은 해 2월 4일 경찰에 임의 제출했다.
1심은 당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 측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직무를 수행하던 공무원을 폭행한 행위를 공무집행방해로 인정했다. 절도 혐의에 대해서도 영장을 장기간 반환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봤다. 항소심 역시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1심 형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영장을 상당한 시간 점유했다는 사실과 절도죄 성립에 필요한 의사는 구별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영장 등을 자기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추가로 증명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점유 기간만으로는 그 의사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취지다.
특히 대법원은 A씨가 영장을 가져갈 당시 자신의 은행·카드 명세서를 돌려주면 영장도 반환하겠다고 말한 사정을 살폈다. 이러한 경위를 고려하면 영장을 자기 소유물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무집행방해 부분의 유죄 판단은 수긍하면서도 절도 부분은 무죄 취지로 뒤집어, 부산지법이 사건을 다시 살펴보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