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엑스에 나온 23종, 전시보다 제도 설계가 핵심
국립재활원 보조기기실용화연구개발사업단이 2026년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코엑스 D홀에서 '2026년 보조기기 메이커 페어'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노인 보조기기 연구개발사업(2024~2028)을 통해 개발한 보조기기 23종이 사흘간 공개됐다.
핵심 과제는 하나다. 전시장 안에 놓인 기기들이 실제 사용자의 집 안으로 들어가려면 안전성 검증, 공적 급여 연계, 수리 체계, 사용자 교육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이 연결망이 갖춰지지 않으면 23종은 연구개발 성과 목록에만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기술 소개 행사가 아니다.
장애인과 노인의 일상을 가족 돌봄과 시설 중심으로 떠넘겨 온 복지 체계가 개인의 이동, 의사소통, 안전을 어떻게 공적 기술 인프라로 전환할 것인지 묻는 자리였다. 국립재활원이 제시한 세 영역, 곧 이동·보행 및 안전, 의사소통 및 인지, 수요자 맞춤형 보조기기는 모두 독립생활의 조건과 맞닿는다.
본지는 이번 행사를 보조기기 연구개발(R&D)의 성과 발표가 아니라, 한국 복지국가가 돌봄 부담을 줄이고 자기결정권을 넓히기 위해 어떤 시장과 급여체계를 설계해야 하는지 드러낸 사건으로 본다. 전시 품목 가운데 인공지능(AI) 기반 능동회피 휠체어는 기술의 방향을 압축한다.
보건복지부 자료는 이 기기가 장애물 감지와 자동 속도 조절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동권 문제를 경사로 설치나 저상버스 같은 물리적 접근성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과 연결된다. 건물 구조와 보행 환경을 단기간에 전면 개조하기 힘든 상황에서, 보조기기는 개인의 이동 위험을 낮추는 두 번째 안전망이 된다.
다만 제품명과 기능 설명 외에 가격, 보급 일정, 건강보험 또는 장애인 보조기기 급여 연계 여부는 공식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전자제어형 유압식 대퇴의지는 또 다른 층위를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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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원본 자료는 이 제품이 한국인 체형과 문화에 맞게 개발됐다고 밝혔다. 보조기기는 몸에 붙는 기술이다.
해외 표준 제품을 그대로 도입하는 방식으로는 좌식 생활, 주거 구조, 계단 이용, 대중교통 환경까지 반영하기 어렵다. 맞춤형 설계가 중요한 까닭은 편의성 때문만이 아니라, 사용자가 기기를 포기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계속 쓰도록 만드는 지속 사용률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의사소통 및 인지 영역에서는 그림 상징을 활용한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앱, 실시간 자막 제공 보조기기, 스트레스 완화와 수면 개선을 돕는 귀 착용 보조기기가 소개됐다. 이 품목군은 장애를 신체 기능의 결핍으로만 보는 낡은 관점을 흔든다.
말하기가 어려운 사람이 의사를 표현하고, 청각 정보 접근이 제한된 사람이 회의와 수업에 참여하며, 수면과 긴장 조절이 필요한 사용자가 일상을 관리하는 문제는 모두 사회참여의 조건이다. 복지의 단위가 생계비나 시설 입소에서 의사소통권과 생활 리듬으로 넓어질 때, 보조기기는 주변 장비가 아니라 사회서비스의 일부가 된다.
본지가 추가로 검토한 국제 자료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가 2022년 발표한 세계 보조기술 보고서(Global report on assistive technology)는 전 세계에서 25억 명 이상이 하나 이상의 보조제품을 필요로 하며, 2050년에는 그 수요가 35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수치는 보조기기가 일부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령화와 만성질환, 재활 수요가 겹친 보편적 사회 인프라임을 보여 준다. 통계청이 2024년 공표한 장래인구추계는 한국이 2025년에 65세 이상 인구 비중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20%라는 문턱은 보조기기 정책을 선택 사업이 아니라 주거, 교통, 의료, 장기요양과 묶어 다뤄야 할 단계로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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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노인 일상 자립은 기술 보급 구조에 달렸다
문제는 기술이 전시장에 놓였다는 사실과 사용자의 집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 사이에 긴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보조기기 실용화는 안전성 검증, 사용성 평가, 수리 체계, 교육, 비용 지원을 함께 요구한다. 특히 AI 기능을 쓰는 이동 보조기기는 오작동 책임, 개인정보 처리, 실내외 환경 데이터 학습 범위 같은 쟁점을 피하기 어렵다.
장애인과 노인이 새 기기를 처음 접할 때 필요한 설명 시간과 사후관리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공식 자료만으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기술의 속도가 빠를수록 제도는 더 촘촘해야 한다. 반론도 있다.
보조기기 연구개발에 공공 재정을 투입하기보다 활동지원 인력 확대, 장기요양 서비스 개선, 주거 개조에 예산을 우선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반론은 현실의 급한 돌봄 공백을 짚는다는 점에서 가볍지 않다.
그러나 사람 손에만 의존하는 돌봄 체계는 인구구조 변화 앞에서 한계가 크다. 통계청의 고령화 전망을 고려하면, 보조기기는 인력을 대체하는 장치가 아니라 한 명의 활동지원사와 가족, 요양보호사가 더 안전하게 일하도록 돕는 기반 장비로 설계해야 한다.
재정 우선순위 논쟁은 기술 대 인력의 대립이 아니라, 어떤 기술을 공공 급여와 사회서비스 안으로 편입할지의 문제로 옮겨가야 한다. 이번 페어가 Reha·Homecare 2026의 일부로 열렸다는 점도 지나치기 어렵다.
홈케어, 재활, 복지 전시회라는 이름은 돌봄의 장소가 병원과 시설에서 집과 지역사회로 이동하고 있음을 말한다. 지역사회 계속거주, 곧 살던 곳에서 나이 들고 치료받으며 생활하는 모델은 보조기기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다. 침대와 욕실, 현관, 보행로, 스마트폰 화면, 응급 호출 체계가 서로 이어져야 노인은 요양시설 입소를 늦출 수 있고 장애인은 일과 교육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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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된 연구개발 23종은 이 연결망의 부품으로 평가해야 한다. 공공 연구개발의 성과를 산업으로 키우는 과정에서는 수요자 맞춤형 보조기기 영역이 가장 예민하다. 개인 맞춤은 복지 현장에서 환영받는 말이지만, 실제 제도에서는 표준 가격 산정과 급여 기준을 어렵게 만든다.
한 사람에게 꼭 맞는 장비가 다른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고, 제작 기간과 사후 조정 비용도 제품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국립재활원과 보건복지부가 실용화를 가속하려면 전시 이후 사용자 평가 자료, 실패 사례, 보급 대상 기준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축적해야 한다. 성공한 제품 목록만으로는 공적 급여 편입의 근거가 충분해지기 어렵다.
한국 독자에게 이 행사는 먼 산업 뉴스가 아니다. 부모의 낙상 위험, 자녀의 의사소통 지원, 사고 이후 재활, 직장 복귀 같은 문제와 직접 닿아 있다.
보조기기 접근성이 낮으면 가족은 시간을 잃고, 사용자는 외출과 노동을 포기하며, 국가는 장기요양과 의료비 부담을 더 크게 떠안는다. 반대로 검증된 장비를 적절한 시기에 제공하면 돌봄 시간과 사회적 고립을 줄일 여지가 커진다. 이번 전시의 가치는 첨단 제품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제품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연결하는 복지 행정의 속도를 요구한다는 데 있다.
가격·검증·급여체계가 보조기기 격차를 가른다
다만 신중함을 버려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재활원이 공개한 자료는 행사 일정, 전시 품목 수, 주요 기능, 전시 영역을 확인하게 해주지만 각 제품의 허가 단계, 임상적 효과, 가격, 대량 보급 계획을 모두 설명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독자는 전시 제품을 곧바로 구매 가능한 완성품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연구개발과 실용화 사이의 중간 단계로 이해해야 한다. 정부는 기대감을 키우는 홍보보다 실제 사용자가 겪는 고장, 배터리, 착용감, 데이터 보호, 교육 접근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앞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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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개인의 복지 신청, 보조기기 구매, 사회서비스 이용 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 장애인 보조기기와 노인 돌봄 서비스는 개인의 장애 유형, 건강 상태, 소득, 거주 지역, 기존 급여 이력에 따라 이용 가능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관련 판단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장애인복지법, 노인복지법, 사회보장기본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 관련 법령과 최신 고시·지침을 확인한 뒤 담당 기관과 전문가 상담을 거쳐야 한다.
보조기기 정책과 통계의 효과는 시기와 지역,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AI 기반 장비는 안전성, 개인정보 처리, 책임 소재 기준이 제품별로 다를 수 있으므로 공식 자료와 제조사 안내, 의료·재활 전문가 의견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법률과 국제 규범, 정부 보조기기 급여 기준은 개정될 수 있다.
최신 정보 확인을 건너뛰면 개인에게 필요한 지원을 놓치거나 부적합한 장비를 선택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보건복지부가 2026년 10월 20일 공개한 국립재활원 보조기기실용화연구개발사업단의 '2026년 보조기기 메이커 페어' 개최 자료를 참조하여 작성했다.
국제 비교와 고령화 관련 내용은 본지가 추가로 검토한 세계보건기구(WHO)·유니세프(UNICEF)의 2022년 세계 보조기술 보고서(Global report on assistive technology)와 통계청의 2024년 장래인구추계 자료에 근거한다.
FAQ
Q. 일반 관람객도 이번 보조기기 전시 내용을 생활 정보로 활용할 수 있나?
A. 이번 메이커 페어는 2026년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코엑스 D홀에서 열린 Reha·Homecare 2026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이동·보행 및 안전, 의사소통 및 인지, 수요자 맞춤형 보조기기 세 영역에 걸쳐 23종의 기기가 공개됐으나, 각 제품의 판매 여부, 가격, 공적 지원 적용 여부는 공식 자료에서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 전시 관람 경험을 실제 구매나 급여 신청으로 연결하려면 국립재활원, 지방자치단체 보조기기센터, 의료·재활 전문가 상담을 거치는 절차가 필요하다. 보조기기 공적 급여는 장애 유형, 소득 수준, 거주 지역에 따라 지원 범위가 달라지므로 담당 기관에 개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Q. 인공지능(AI) 휠체어 같은 장비가 돌봄 인력을 대신하게 되나?
A. 이번 자료에 소개된 능동회피 휠체어는 AI 기반 장애물 감지와 자동 속도 조절 기능을 갖춘 이동 보조기기다. 이런 장비는 사용자의 안전과 자립 이동을 지원할 수 있지만, 활동지원사나 가족 돌봄을 전면 대체할 수 있다는 근거는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 현장에서는 기기 조작 교육, 충전과 수리, 돌발 상황 대응이 함께 필요하다. 공공 정책은 기술을 인력 감축의 명분으로 삼기보다 돌봄 노동의 위험을 낮추고 사용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하며, 기기와 인력은 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로 운용될 때 효과가 크다.
Q. 보조기기 정책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A. 전시 제품의 기능보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사람이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를 실현하려면 안전성 검증, 사용성 평가, 수리망 구축, 개인정보 보호 기준, 공적 급여 연계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노인 보조기기 연구개발사업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이어지는 중기 사업이므로, 중간 성과와 실제 사용자 평가가 축적될 여지가 있다. 정부와 연구기관은 전시 이후 보급 기준과 사후관리 자료를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꾸준히 공표함으로써, 급여 편입과 산업화 근거를 투명하게 쌓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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