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개 거점·5만명 교육 목표가 던진 질문
아랍에미리트(UAE)가 고령층 디지털 교육을 복지 정책의 전면에 배치한 사실은 한국 사회에도 가볍지 않은 신호다. UAE 통신규제청(TRA)은 2026년 말까지 전국에 실버테크(SilverTech) 교육 거점 50개 이상을 구축하고 고령층 5만 명 이상에게 스마트폰·온라인 뱅킹·화상 통화·소셜미디어·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이용 교육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숫자는 단순한 교육 사업 규모 지표가 아니다. 복지 신청, 금융 거래, 의료 예약, 가족과의 연락이 모바일 화면으로 이동한 시대에 노년의 시민권을 국가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묻는 정책 선언이다. 한국은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3%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3년 조사 기준 고령층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70.7에 그쳤다.
UAE의 실험이 한국 복지 행정에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고령층을 디지털 서비스의 뒤늦은 소비자로 남겨 둘 것인가, 아니면 공공서비스와 경제 활동의 실질적 사용자로 재배치할 것인가. The National News, PureHealth, Digital Dubai, WAM(에미리트 통신)이 전한 자료를 종합하면, UAE는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지역사회 센터를 활용해 고령층 전용 디지털 학습 공간을 마련하고 자원봉사자와 전문 강사가 일대일 맞춤 교육을 담당하는 방식을 택했다.
UAE 정부 관계자는 WAM 보도를 통해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 강화는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라며 "모든 세대가 디지털 시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포용적인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의 핵심은 고령층을 디지털 서비스의 뒤늦은 소비자로 두지 않고, 공공서비스와 경제 활동의 실질적 사용자로 다시 배치하겠다는 정책 의지다. 필자는 UAE 사례의 핵심을 '기술 교육'보다 '복지 접근권의 재설계'에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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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가 서두르는 배경에는 인구 구조 변화가 있다. UAE 인구통계청은 2026년 기준 60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고령 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라도 행정·의료·금융이 빠르게 디지털화하면 배제의 속도는 인구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
특히 온라인 뱅킹과 공공 앱 사용 능력은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생계와 안전의 문제로 전환됐다. 은행 창구가 줄고 병원 예약이 앱으로 이동하면, 비밀번호 하나를 잊은 노인은 가족에게 의존하거나 서비스를 포기하는 선택지에 갇힌다. 한국은 이 장면을 남의 나라 이야기로 넘기기 어렵다.
통계청이 2025년 9월 발표한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25년 전체 인구의 20.3%로 집계됐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 기준(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을 넘어섰다. NIA가 2024년 3월 공개한 '2023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는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 종합 지수가 일반 국민을 100으로 놓을 때 70.7에 그쳤다.
이 수치는 노년층이 기기를 전혀 쓰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접근·역량·활용 전반에서 공공서비스가 요구하는 수준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해당 조사는 2023년 기준 데이터이며, 2026년 현재 격차가 추가로 변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본지 추가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약점은 교육의 부재보다 교육과 제도의 분리에 있다.
주민센터, 복지관, 도서관, 통신사 매장, 민간 재단이 스마트폰 강좌를 운영해 왔지만, 실제 복지 신청과 의료·금융 이용 흐름에 맞춘 반복 훈련은 지역별 편차가 컸다. 디지털 교육을 이수한 뒤에도 본인 인증, 공동인증서, 간편인증, 앱 업데이트, 보안 경고, 키오스크 결제 앞에서 다시 멈추는 사례가 적지 않다.
NIA 조사에서 고령층 수치가 70점대에 머문 배경에는 기기 보급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활용 격차가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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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켜는 법을 아는 것과 긴급지원 신청을 혼자 완료하는 것은 요구되는 역량이 다르다.
한국 고령층 디지털 격차의 복지 비용
UAE 모델에서 주목할 대목은 교육 거점과 서비스 설계를 함께 묶었다는 점이다. 원천 자료는 UAE가 고령층 친화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스타트업 지원과 공공 서비스 웹사이트·앱 접근성 개선 작업을 병행한다고 전했다.
이는 강의실에서 "사용법을 익히라"고 요구하는 방식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접근이다. 앱의 글자 크기, 인증 절차, 오류 안내, 상담 연결 버튼을 그대로 둔 채 노인에게 적응만 요구하면, 교육은 매번 같은 장벽에 부딪힌다. 접근성 개선은 복지 예산의 부수적 항목이 아니라 급여와 서비스를 실제로 손에 닿게 만드는 행정 인프라다.
국제 흐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1년 발표한 '건강한 노화의 10년(Decade of Healthy Ageing) 2021~2030' 실행 계획에서 고령자가 지역사회 안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환경을 바꾸는 정책을 강조했다.
UN은 2024년 발표한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4'에서 세계 고령 인구 증가가 노동·돌봄·보건 체계에 장기 압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지 추가 분석은 이 국제 자료를 UAE 사례와 연결해 본다. 디지털 배제는 스마트폰 보유 여부에 머물지 않고, 연금 수급, 만성질환 관리, 재난 문자 이해, 가족 돌봄 부담 가중으로 이어진다.
결국 실버테크 교육은 산업 육성 정책이면서 동시에 사회보장 체계의 유지 비용을 낮추는 예방 투자다. 반론도 있다. 고령층에게 AI 기반 서비스와 온라인 뱅킹을 가르치는 일이 오히려 보이스피싱·개인정보 유출·금융 사고 위험을 키운다는 주장이다.
이 우려는 현실적 근거를 가진다. 한국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이 매년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강조해 온 이유도, 고령층이 복잡한 인증 절차와 사기 메시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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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험을 이유로 디지털 교육을 늦추면 고령층은 더 취약한 위치에 남는다. 필요한 처방은 접속 금지가 아니라 안전한 사용 훈련, 피해 신고 경로, 가족·기관의 보조 권한, 쉬운 언어의 경고 체계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다. 한국 복지 행정은 UAE의 50개 거점 목표를 그대로 복제할 필요가 없다.
인구 규모와 지방자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원칙은 가져올 수 있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노인복지관을 단순 강좌 장소로 활용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기초연금·장기요양·건강보험·긴급복지·교통 및 주거 지원 신청을 실제 화면으로 연습하는 생활형 실습 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육생 숫자를 성과 지표로 삼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한 차례 수료 인원보다 교육 3개월 뒤 본인이 공공 앱에 접속해 필요한 서비스를 신청했는지, 사기 메시지를 구분했는지, 가족에 대한 의존도가 줄었는지가 더 정밀한 복지 지표다. 기업과 스타트업을 끌어들이는 방식도 신중해야 한다.
UAE는 고령층 친화 앱 개발 지원을 내걸었지만, 한국에서 이를 추진한다면 공공 데이터와 민감 정보 처리 기준을 먼저 정립해야 한다. 복지 대상자의 위치·소득·건강·돌봄 정보는 상업 서비스의 원료로 쉽게 넘길 수 없는 자료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가 역할을 분담하고, 고령층 사용자를 시험 대상으로만 취급하지 않는 윤리 기준을 계약 조건에 명문화해야 한다. 기술 기업의 참여는 필요하지만, 공공성이 약해지면 디지털 복지는 또 다른 비용 청구서로 전락한다.
앱 접근성 개선 없이는 교육도 한계
UAE 사례가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고령층 디지털 격차는 개인의 학습 의지 부족이 아니라, 복지 행정과 금융·의료 서비스가 빠르게 무인화되면서 발생한 접근권의 문제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NIA의 70.7이라는 수치는 대응 여유가 많지 않다는 신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앱이 아니라 덜 배제하는 앱, 더 긴 안내문이 아니라 실제 신청을 완료할 수 있는 훈련, 더 빠른 무인화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사람에게 연결되는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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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시민이 화면 앞에서 멈추는 사회를 효율적 행정이라고 부를 수 없다. ※ 이 기사는 The National News, PureHealth, Digital Dubai, WAM(Emirates News Agency)의 UAE 실버테크 교육 확대 관련 2026년 보도 및 자료와 UAE 통신규제청(TRA) 목표 수치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해당 매체들의 구체적 기사 제목 및 기자명은 원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아 매체명과 보도 시점 기준으로 표기한다.
한국 관련 통계는 통계청 '2025 고령자 통계'(2025년 9월 발표)와 NIA '2023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2024년 3월 공개)를 본지 추가 분석에 활용하였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과 사회·복지 정책 분석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개인의 복지 신청·수급·사회서비스 이용 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 고령층 디지털 교육, 복지 급여 신청, 금융·의료 서비스 이용은 개인의 건강 상태, 소득, 거주 지역, 가족 관계, 정보 접근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사회·복지 관련 판단은 사회보장기본법,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 관련 법령과 최신 고시·지침을 확인한 뒤 해당 기관이나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기사에 언급한 해외 정책과 국내 통계는 각 발표 시점의 자료에 근거하며, 제도와 국제 규범은 개정될 수 있다.
FAQ
Q. UAE 실버테크 교육 방식은 한국 노인복지 정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나
A. UAE가 제시한 2026년 말 50개 이상 거점·5만 명 이상 교육 목표는 한국에 그대로 이식할 정책 처방이 아니다. 한국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노인복지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등 이미 촘촘한 공공 접점을 보유하고 있어 UAE와 전달 체계가 다르다. 그러나 일대일 맞춤 교육, 지역사회 센터 활용, 공공 앱 접근성 개선을 묶은 통합 방식은 한국이 참고할 만한 구조다. 한국에서는 기초연금, 장기요양, 건강보험, 긴급복지 신청 화면을 실제로 다루는 생활형 교육으로 전환하는 접근이 더 적합하다. 수료 인원 중심의 성과 집계 대신, 교육 3개월 뒤 실제 서비스 신청 완료율을 지표로 삼아야 정책 실효성을 평가할 수 있다.
Q. 고령층에게 온라인 뱅킹과 AI 서비스를 가르치면 금융 피해가 늘지 않나
A. 위험은 실재한다. 온라인 뱅킹, 간편인증, AI 기반 상담 서비스는 편리하지만 보이스피싱과 개인정보 유출에 노출될 수 있다. 한국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이 매년 고령층 대상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도 이 현실을 반영한다. 그렇다고 위험을 이유로 디지털 교육을 유예하면 고령층은 더 취약한 상태로 남는다. 교육 내용에 사용법보다 안전 절차를 먼저 배치하고, 의심 문자 식별법·송금 전 지연 장치·피해 신고 번호(금융감독원 1332, 경찰청 112)·가족 또는 공공기관의 보조 권한 설정을 함께 가르칠 때 디지털 참여가 보호 장치와 결합한다. 안전 교육과 활용 교육은 분리가 아닌 통합 설계의 대상이다.
Q. 일반 가정에서 고령 부모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가족이 대신 처리하는 방식은 당장의 불편을 해소하지만 장기적으로 의존도를 높인다. 고령 부모가 자주 쓰는 기능을 세 가지 안팎으로 좁혀 반복 연습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병원 예약, 가족 화상 통화, 공공 앱 로그인처럼 생활과 직결된 과제부터 시작하고, 비밀번호 관리와 사기 문자 구분 원칙은 종이에 적어 두는 아날로그 보조 수단을 병행하면 기억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금융 거래는 소액 연습과 지연 이체 설정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 안전하다. 지역 노인복지관이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의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확인해 반복 수강 기회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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