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정보 접근·치료 과정에서도 격차…소득과 거주지역이 건강에 영향
복지부, 생애초기부터 건강격차 해소 추진…저소득층 예방·검진 지원 과제
소득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간에 8년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역에 따른 건강수명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소득수준에 따른 격차는 지난 10년간 오히려 확대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건강수명 격차는 8.13년으로 집계됐다. 2013년 7.14년보다 0.99년 늘어난 수치다.
반면 지역 상위 20%와 하위 20%의 건강수명 격차는 2016년 2.86년에서 2023년 2.03년으로 감소했다.
건강수명은 단순히 오래 사는 기간이 아니라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인한 건강 손실을 고려해 건강한 상태로 살아갈 것으로 기대되는 기간을 뜻한다.
같은 나이까지 살더라도 건강 문제로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기간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소득에 따른 건강수명 차이는 건강검진과 암 예방정보 접근, 치료 과정 등에서도 나타났다.
정부는 건강격차를 줄이기 위해 질병 발생 이후의 치료뿐 아니라 예방과 조기 발견, 생활환경 개선까지 정책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소득별 건강수명 격차 10년 새 약 1년 확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23년 건강수명 통계집'에 따르면 소득 상·하위 20%의 건강수명 격차는 2013년 7.14년, 2016년 7.59년, 2018년 8.04년, 2023년 8.13년으로 확대됐다.
반면 지역별 격차는 2013년 2.28년에서 2016년 2.86년으로 커졌다가 2018년 2.74년, 2023년 2.03년으로 감소했다.
| 구분 | 2013년 | 2016년 | 2018년 | 2023년 |
|---|---|---|---|---|
| 소득 상·하위 20% 격차 | 7.14년 | 7.59년 | 8.04년 | 8.13년 |
| 지역 상·하위 20% 격차 | 2.28년 | 2.86년 | 2.74년 | 2.03년 |
자료: 한국건강증진개발원 「2023년 건강수명 통계집」, 보건복지부 2026년 10월 22일 발표
지역별 격차가 감소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소득에 따른 건강수명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다만 두 지표는 각각 지역과 소득을 기준으로 집단을 구분해 산출한 수치다.
단순히 수치의 크기를 비교해 소득이 지역보다 건강에 몇 배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또한 격차의 변화만으로 특정 정책의 효과나 소득 불평등 확대의 직접적인 원인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건강수명에는 질병 발생과 만성질환 관리, 의료서비스 이용, 생활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건강수명 68.56년…소득 하위층은 62.94년
국회에 제출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자료에서도 건강수명 격차가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지원 의원이 2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전체 건강수명은 68.56년이었다. 2020년 70.93년에서 2021년 70.51년, 2022년 69.89년으로 감소한 데 이어 3년 연속 하락했다.
같은 해 소득 상위 20%의 건강수명은 71.07년, 하위 20%는 62.94년으로 8.13년의 차이가 났다.
이는 전체 평균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소득계층별 건강 불평등을 보여준다.
건강수명이 62.94년이라는 것은 저소득층의 평균 사망 연령이 62.94세라는 의미가 아니다.
질병이나 건강 손실을 고려해 산출한 건강수명 지표로, 실제 기대수명과 구분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 제시한 건강수명 목표는 73.3년이다. 2023년 실제 건강수명은 이보다 4.74년 낮았다.
따라서 건강수명 연장이라는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체 평균을 높이는 동시에 건강수명이 낮은 계층의 건강상태를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검진 수검률 격차 최대 19.4%p…질병 조기 발견부터 차이
건강격차는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받는 과정뿐 아니라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단계에서도 나타난다.
박종헌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관리실장이 제14차 미래 건강전략 포럼에서 제시한 분석에 따르면 의료급여 수급권자와 건강보험 소득 상위 20% 가입자의 건강검진 수검률 격차는 지난 10년간 최대 19.4%포인트까지 확대됐다.
반면 검진 이후 만성질환 사후관리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났다.
2024년 건강검진 수검률 분석 결과, 6개 검진 항목 모두에서 건강보험 소득 상위 20% 가입자의 수검률이 의료급여 수급권자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대장암 검진에서는 2014년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수검률이 고소득층보다 2.0%포인트 높았지만, 2024년에는 오히려 17.4%포인트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결과는 저소득층의 건강검진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 건강형평성 개선의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검진 대상에 포함돼 있더라도 실제 검진을 받지 못하면 질병이나 위험요인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다만 검진 수검률 차이가 건강수명 격차를 얼마나 발생시켰는지는 이번 자료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두 지표의 관련성을 규명하려면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암 예방정보 접근부터 치료까지…소득·지역별 격차
암 관리에서도 건강정보를 얻는 단계부터 치료와 돌봄에 이르기까지 차이가 나타났다.
한규태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 부본부장은 포럼에서 암 예방정보를 찾아보는 비율이 소득수준에 따라 최대 10.5%포인트 차이 난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암 수술 대기시간과 호스피스 충족률 등 치료 과정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암 관리의 형평성을 판단할 때 생존율이나 치료 성과뿐 아니라 예방정보 접근, 조기 발견, 치료 과정, 말기 돌봄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추가로 확인된 포럼 현장 발표에서는 2023년 지역별 암 연령표준화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세종 558.9명, 제주 456.8명으로 차이를 보였다.
다만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세종 468.2명, 제주 417.0명으로 격차가 달라졌다.
암종 구성과 진단 양상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역별 암 발생 위험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또한 암 진단 이후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율도 암종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치료의 질이 낮았거나 환자가 불필요한 진료를 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암 관리의 불평등을 줄이려면 환자가 어디에 살고 어떤 경제적 여건에 놓여 있더라도 필요한 정보를 얻고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 불평등,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소득·주거·노동환경도 중요
건강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접근성뿐 아니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제6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의 건강형평성 지표 관리체계 개선 방향을 살펴보고, 미국과 영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소득·노동·교육·주거 등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까지 정책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성장하며 일하고 생활하는 환경 가운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뜻한다.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건강관리를 위한 시간과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번 건강수명 통계는 소득계층별 격차의 크기와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로, 어떤 요인이 격차 확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까지 규명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건강검진과 의료 접근성 개선에 더해 생활환경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은 향후 원인 분석과 정책 효과 평가를 통해 구체화할 과제로 볼 수 있다.
생애초기 건강관리 확대…양육환경 불평등 완화 가능성
건강격차를 줄이기 위한 개입은 노년기뿐 아니라 임신·출산과 영유아기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됐다.
강영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생애초기 건강관리 사업이 양육 관련 안전지식과 산모 정신건강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양육환경 지표의 불평등을 약 18~20% 줄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생애초기 건강관리 사업은 간호사 등 전문인력이 임산부나 만 2세 미만 영유아를 양육하는 가정을 방문해 건강상담과 영아 발달상담, 양육교육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발표 당시 전국 90개 보건소에서 시행되고 있다.
강 교수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의 전국 확대와 함께 소득·고용·돌봄을 연계한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18~20%는 연구에서 추정한 양육환경 관련 불평등 지표의 개선 효과다.
실제 건강수명 격차가 같은 비율로 감소했다는 뜻은 아니며, 전국 확대에 따른 효과가 이미 확인됐다는 의미도 아니다.
지역 격차는 줄었지만 소득 불평등은 확대…정책 효과 검증 과제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22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4차 미래 건강전략 포럼에서 건강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모두의 건강, 격차를 해소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예방의학과 공중보건 분야 전문가들이 건강검진, 암 관리, 생애초기 건강관리 등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김한숙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치료 기술과 성과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은 여전히 소득과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격차가 시작되는 초기 단계부터 대응하고 여건이 어려운 계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한편, 건강격차를 줄이는 사업의 효과를 검증해 확산하겠다는 방침을 설명했다.
김헌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도 지역별로 건강격차가 발생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을 설계·운영할 수 있도록 현장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핵심은 건강수명의 지역별 격차가 감소하는 동안 소득수준별 격차는 확대됐다는 점이다.
특히 건강검진 참여와 암 예방정보 접근에서 나타난 차이는 질병이 발생한 이후의 치료뿐 아니라 예방과 조기 발견 단계에서도 건강형평성을 높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지역별 격차 감소가 어떤 정책의 성과인지, 소득별 격차 확대가 어떤 요인에서 비롯됐는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건강수명이 낮은 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실제 건강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건강수명 격차는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건강하게 생활할 기회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지, 그 기회가 소득과 거주지역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에 관한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