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문학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문학적 대화가 서울에서 펼쳐졌다. 한국장애예술인협회가 마련한 ‘2026 A+Festival 장애인문학 포럼’이 지난 10월 15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모두미술공간 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축제 개막에 앞서 열린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장애문인의 작품에 담긴 정서적 깊이와 상징적 표현을 살펴보고 장애인문학의 의미를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포럼의 핵심 화두는 장애인문학을 어떠한 문학적 시각으로 읽고 평가할 것인가에 있었다. 한국장애예술인협회 석창우 회장이 이끄는 협회는 축제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소개하는 동시에 문학 작품 자체의 예술적 가치를 논의할 기회를 제공했다. 발표자들은 장애라는 창작자의 개인적 조건뿐 아니라 작품 속 언어와 이미지, 정서, 해석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문학의 가치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성찰도 이어졌다. 기조 발표를 맡은 이승하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는 문예창작학과에 재학했던 자신의 동생이 40년 넘게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개인적 사연을 소개했다. 이러한 경험으로 장애인문학에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됐다고 밝힌 그는 장애인문학의 문학적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장애인문학에 담긴 상징은 독자에게 여러 갈래의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문학적 장치로 제시됐다. 주제 발표에 나선 맹문재 안양대학교 교수는 장애문인의 작품에서 상징이 차지하는 비중을 강조했다. 특히 장애를 직접적인 표현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작품에 다양한 의미를 담아내는 방식에 주목했다. 장애라는 경험이 반드시 명시적인 언어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며, 상징적 표현을 통해 복합적인 해석의 여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학의 보편성은 장애인문학을 이해하는 또 다른 중요한 관점으로 떠올랐다. 김재홍 국민대학교 외래교수는 문학이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을 지니지만, 그 바탕에는 인간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요소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학은 특정 집단에 한정되지 않는 모두의 문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장애문인의 작품 역시 독립적인 문학적 성취와 보편적인 감상의 대상으로 읽을 수 있음을 환기하는 발언이었다.
작품을 직접 창작한 시인들의 발표는 이론적 논의를 실제 문학 세계로 확장했다. 설미희 시인과 최명숙 시인은 각자의 작품에 활용한 상징적 표현과 서정적 특성을 설명하며 창작 과정에 담긴 의미를 소개했다. 두 시인의 발표는 작품 속 표현을 창작자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특히 같은 문학적 개념이라도 시인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별 작품의 고유한 표현 세계에 관심이 모였다.
짧은 시어에 삶의 의미를 담아내는 창작 방식도 소개됐다. 한 줄 시를 쓰는 강남국 시인은 시 창작을 삶의 명제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제한된 분량의 언어를 통해 삶의 본질적인 질문을 표현하는 자신의 문학관을 제시한 것이다. 박재홍 시인은 박사학위 논문에서 연구한 자신의 시 세계를 바탕으로 작품에 나타나는 환상성을 설명했다. 이처럼 발표자들은 서로 다른 창작 방식과 연구 주제를 통해 장애문인의 문학적 관심이 폭넓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고전 번역을 통한 문학적 실천 역시 이번 포럼에서 주목받은 사례다. 장애문인 당사자로 발표에 참여한 주영숙 박사는 자신이 펴낸 ‘완역 한글판 목민심서’ 전 10권을 중심으로 고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주 박사는 목민심서에 담긴 뜻을 소개하면서 우리 국민에게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에너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발표는 고전의 내용을 현대 독자에게 전달하는 번역 작업과 그 안에 담긴 정신적 가치를 함께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이번 포럼은 장애인문학을 단순히 창작자의 경험으로만 해석하지 않고 작품의 예술적 특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정성과 상징성, 보편성, 환상성 등 다양한 문학적 개념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으며, 창작자의 작품 해설과 학계 전문가의 비평적 관점이 함께 제시됐다. 이를 통해 장애문인의 창작 활동을 보다 폭넓은 문학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2026 A+Festival 장애인문학 포럼은 장애인문학의 서정적 표현과 상징적 의미를 중심으로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살펴본 행사다. 문학 연구자와 장애문인들이 함께 참여해 이론과 창작 경험을 공유했으며, 고전 번역을 비롯한 다양한 문학 활동도 소개했다.
이번 논의는 장애인문학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넓히고, 장애문인의 작품을 문학적 완성도와 표현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인문학의 가치는 창작자가 지닌 장애의 유무만으로 규정할 수 없다. 작품에 담긴 언어의 힘과 정서, 상징, 인간에 대한 성찰 역시 중요한 평가의 대상이다.
이번 포럼은 장애인문학이 지닌 고유한 표현 세계와 문학 전반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가치를 함께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장애문인의 작품을 더욱 다양한 시각으로 읽고 이해하기 위한 문학적 대화가 이어질 필요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한국장애예술인협회 (사진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