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감천/ 이은택 時論
조직 관리학에는 ‘피터의 원리(Peter Principle)’라는 유명한 명제가 있다. "모든 직원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나는 직위까지 승진한다"는 것이다. 특정 직무에서 유능하다고 해서, 그 상위 직무에서도 유능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훌륭한 야구 선수가 반드시 뛰어난 감독이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원리가 가장 참혹하게 작동하는 현장이 바로 정치권이다.
정치판에서 승진의 절대 기준은 ‘선거 승리’다.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언변, 상대 진영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공격력, 혹은 높은 인지도와 팬덤을 가진 인물들은 어김없이 공천을 받고, 의원이 되며, 나아가 행정부의 장관이나 기관장 자리를 꿰찬다.
문제는 '선거에서 표를 얻는 능력'과 '국정을 운영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능력'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역량이라는 점이다. 싸움꾼으로 발탁된 인물이 정책을 조정해야 하는 자리에 오르는 순간, 그의 무능은 온 천하에 드러난다. 그럼에도 정치의 속성상 한번 잡은 권력의 자리는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진영 논리의 보호막 아래 무능한 인사가 자리를 보전하는 동안,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이 ‘피터의 원리’를 막을 방어선이 있는가. 정답은 ‘인사청문회’여야 한다.
인사청문회의 본래 취지는 명확하다. 후보자가 걸어온 과거의 성과에 착시를 일으키지 않고, 그가 '앞으로 맡을 자리의 역량'을 갖추었는지 사전에 정밀 검증하는 제도다. 학자 출신 후보가 수천 명의 관료 조직을 이끌 리더십이 있는지, 정치인 출신 후보가 부처의 복잡한 예산과 정책을 이해할 전문성이 있는지를 가려내는 최종 스크리닝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인사청문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정책 역량과 조직 통솔력에 대한 정밀한 검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청문회장은 후보자의 과거 신상 털기와 자극적인 도덕성 공격, 그리고 진영 간의 정치적 흠집 내기 격전지로 전락했다. 후보자가 지명된 부처의 무능력 단계에 해당하는지 가려내야 할 청문회가, 단지 정쟁의 도구로 소비되면서 피터의 원리를 차단하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결국 도덕성 검증에만 매몰된 청문회를 통과하거나, 혹은 파행 속에서 임명이 강행된 인사들은 여전히 자신의 무능이 증명된 자리에 앉아 국가적 손실을 만들어낸다.
피터의 원리가 지배하는 정치를 바꿀 방법은 하나다. 인사청문회를 '도덕성 검증(비공개)'과 '정책·역량 검증(공개)'으로 엄격히 이원화해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이력과 정치적 득표력 뒤에 숨겨진 실질적 리더십을 가려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무능한 권력자'의 탄생을 막을 수 있다. 청문회가 껍데기를 벗고 본래의 검증 시스템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정치권의 피터의 원리라는 잔혹한 법칙도 깨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