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이 글과 이미지를 빠르게 만드는 시대, 중국어 교사는 어떤 능력을 더 갖춰야 할까. 산둥대학교에서는 지난 10~11일 웨이하이 캠퍼스에서 국제중문교사의 전문성 발전과 수업 혁신을 주제로 학술회의가 열렸다. 대학이 12일 공개한 소식에 따르면 30여 대학의 전문가와 교사·학생 120여 명이 참여해 교사 역량, 교육 자료와 교실 수업의 변화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9개의 기조발표와 3개의 병행 분과가 마련됐고 온라인 분회장도 운영됐다. ‘전경중문’과 ‘HSK 3.0 실전 모의시험지’ 등 교재 발표도 함께 진행됐다. 주최 측 발표에서 확인되는 것은 여러 대학이 새로운 기술과 교육의 관계를 공동 의제로 삼았다는 점이다. 행사가 교재의 효과를 입증한 것은 아니지만, 국제중문교육의 교류가 교육 현장의 구체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AI가 자료를 만드는 속도와 교사가 자료를 판단하는 책임이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문과 대화문을 쉽게 얻을 수 있어도 그 내용이 학생의 수준에 맞는지, 실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지는 검토해야 한다. 중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교사와 한국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같은 문장을 보더라도 서로 다른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각자의 경험을 나누는 일이 자료의 완성도를 높이는 출발점이 된다.
한국의 중국어 교육기관이 국제교류를 준비할 때도 함께 살펴볼 수업 자료를 정하면 논의가 구체적이 된다. 기관 소개와 방문 일정에 더해 한 단원의 대화문이나 연습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학생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어떤 설명이 필요한지, 어느 표현을 바꿔야 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작은 자료 하나라도 실제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교류가 학생의 배움으로 이어지는 길이 열린다.
가령 초급 학습자를 위한 음식 주문 대화를 함께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문법적으로 맞는 표현을 넣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학생이 아는 단어로 주문과 질문을 할 수 있는지, 음식과 결제 상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한국 중학생과 중국 대학의 국제학생은 나이와 학습 경험이 다르므로 같은 자료를 그대로 쓰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협력 수업을 설계할 때 검토할 수 있는 예시다.
중국어 모국어 교사는 표현이 실제로 쓰이는 맥락을 설명할 수 있고, 한국의 교사는 학생들이 헷갈리는 어순과 뜻을 짚을 수 있다. 두 관점은 어느 쪽이 더 옳은지 고르는 관계가 아니다. 자연스러운 문장이라도 초급 학생에게는 지나치게 어렵고, 쉬운 문장이라도 실제 대화에서는 쓰임이 제한될 수 있다. 공동 검토는 이 차이를 드러내고 수업의 목적에 맞는 표현을 찾는 과정이다.
학생의 어려움을 공유할 때는 관찰과 해석을 구분하는 편이 좋다. 특정 문장에서 어순을 잘못 골랐다는 사실과 그 이유가 한국어의 영향일 것이라는 추정은 다르다. 교사가 실제 답안에서 발견한 특징을 익명으로 정리하고, 다른 교실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있었는지 물어볼 수 있다. 경험을 곧바로 전체 학습자의 특성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상대 교사의 설명도 더 정확하게 듣게 된다.
AI로 만든 자료를 공유한다면 결과와 함께 제작 과정도 남겨 둘 필요가 있다. 어떤 학습 수준과 상황을 요청했는지, 교사가 어느 문장을 고쳤는지 적으면 다른 사람이 수정 이유를 이해하기 쉽다. 같은 도구라도 요청과 생성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예문만 보내면 검토 과정이 빠진다. 교사가 바꾼 내용을 기록하는 일은 자료를 다시 활용할 때 도움이 되고, 기술과 사람의 역할을 구분하는 근거도 된다.
교류 뒤 공동으로 남길 결과물은 크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 수업 목표와 짧은 대화문, 활동 방법, 수정한 이유를 묶은 자료면 시작할 수 있다. 어떤 학습자에게 사용하는지와 활동 뒤 무엇을 말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적으면 교사는 자신의 교실에 맞는지 판단할 수 있다. 자료를 실제로 써 본 뒤 학생이 어려워한 부분을 다시 공유하면 다음 만남의 의제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학생 간 교류로 연결할 때는 화려한 소개문보다 상대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활동을 생각할 만하다. 한국 학생이 학교생활을 설명하고 상대 학생은 이해한 내용을 묻는 식이다. AI가 초안을 도와주더라도 학생이 뜻을 모르거나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소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소개할 내용을 줄이더라도 자신의 말로 설명하고 다시 묻는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 언어 학습의 목적에 가깝다.
문화적 맥락도 협력 수업에서 다뤄야 한다. 중국어 표현은 지역과 세대,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 교사의 경험을 중국 전체의 관습으로 설명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관찰한 내용인지 덧붙이는 것이 좋다. 한국 학생의 반응도 모두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사용 경험을 비교하고 가능한 표현을 함께 제시하면 언어를 배우면서 문화의 다양성도 이해할 수 있다.

자료의 공유 범위는 미리 정해야 한다. 수업에서 참고하는 것과 수정해 배포하는 것은 이용 조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재 내용이나 사진, 학생의 발화 기록을 포함한다면 사용 권한과 필요한 동의를 살펴야 한다. 공동 자료를 만들 때도 작성자와 검토자를 표시하고 수정·공유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 두면 이후 활용이 수월하다. 협력이 이어질수록 이런 기본 약속의 역할도 커진다.
학교가 교류의 성과를 살필 때는 방문 기관 수와 참가 인원 외에 실제 수업의 변화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공동 자료를 사용했는지, 학생의 질문을 다시 나눴는지, 교사가 설명을 고쳤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한 번의 활동으로 학습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다음 협력을 이어 갈 근거는 얻을 수 있다. 학생이 대화 목적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상황 안내를 바꾸고, 표현이 어려웠다면 문장을 줄이는 식으로 개선할 수 있다.
산둥대의 이번 회의는 국제중문교육이 AI 기술과 교사의 전문성을 함께 논의하는 흐름을 보여 준다. 한국 교육기관이 참고할 부분은 행사 형식보다 협력의 내용이다. 어떤 자료를 함께 읽고, 어떤 질문을 나누며, 그 결과를 학생의 수업에 어떻게 반영할지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교사들의 교류가 학생이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 자료로 남을 때 국제교육 협력도 교실 안에서 지속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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