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에 쏠린 교육재정…AI 시대 중장년·고령자 재교육은 누가 책임지나

교육부 평생·직업교육 예산 비중 1.35%…유·초·중등교육은 82.32%

고용노동부 직업훈련·지방정부 평생학습까지 포함하면 국가 전체 지원 규모 달라져

부처마다 대상·신청 창구 제각각…중장년이 필요한 교육 찾기 어려운 구조

  1. 고령자는 취업훈련뿐 아니라 의료·금융·행정서비스 이용할 디지털교육 필요
  2.  
  3. 예산 확대와 함께 참여 문턱·집행률·취업 및 생활역량 성과까지 점검해야

 

 

인공지능(AI)이 기존 업무를 바꾸고 생산연령인구가 줄면서 학교를 졸업한 뒤 다시 배우는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장년에게 재교육은 재취업과 직무전환의 조건이 되고, 고령층에게는 금융·의료·교통·행정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생활 기반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 교육재정은 여전히 학령기 학교교육에 집중돼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분석한 2024년 교육부 본예산 가운데 평생·직업교육 분야가 차지한 비중은 1.35%였다. 

유아·초·중등교육 예산은 82.32%였다.

 

다만 1.35%를 우리나라가 성인교육에 쓰는 전체 재정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과 지방정부의 평생학습, 다른 부처의 디지털·산업인력 교육이 별도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한 분야의 예산 비중이 낮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인 재교육 지원이 여러 부처와 지방정부에 흩어져 있어 필요한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제도를 찾기 어렵고, 교육과 취업·직무전환·일상생활을 연결하는 체계도 충분히 갖춰졌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장년과 고령 학습자가 교육상담자와 AI·디지털 재교육 과정 및 직업훈련 지원제도를 확인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교육부 예산 89조5664억원 중 평생·직업교육 1조2162억원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8일 공개한 ‘삼중전환 시대 국가인재개발 전략’에 따르면 2024년 교육부 본예산은 총 89조5664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유아·초·중등교육은 73조7290억원으로 82.32%, 고등교육은 14조4772억원으로 16.16%를 차지했다. 

 

평생·직업교육은 1조2162억원으로 1.35%였다. 유아·초·중등교육 예산이 평생·직업교육 예산의 약 61배에 이른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AI를 비롯한 기술 전환, 기후·환경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학교교육에 집중된 인재개발 체계를 생애 전반의 학습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에는 인구·AI·기후 전환 분야와 교육·산업 현장 전문가 60명이 참여한 델파이 조사와 여섯 차례의 미래전망 워크숍, 분야별 전문가 집단면접 결과도 반영됐다. 인구 전환 분야에서는 여성과 고령층의 인력 활용이 중요하고 시급한 정책으로 제시됐다.

 

‘성인에게 교육재정 1.35%만 쓴다’는 뜻은 아냐

교육부 평생·직업교육 예산 비중은 학교교육 중심의 재정구조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이를 30대 이상 국민에게 투입된 교육비 전체와 동일하게 보면 실제보다 범위를 좁게 잡게 된다.

 

우선 1.35%는 교육부 예산을 회계상 분야별로 나눈 결과다. 성인의 나이를 기준으로 정부가 지급한 교육비를 모두 집계한 수치가 아니다.

 

고등교육 분야에도 성인학습자와 재직자가 참여하는 대학 평생교육이나 직업교육 사업이 포함될 수 있다. 

반대로 평생·직업교육 분야에는 청년과 학생이 이용하는 사업도 들어갈 수 있다. 예산 분야와 이용자의 연령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교육부 이외의 예산도 있다. 

구직자와 재직자, 자영업자 등의 직업훈련은 고용노동부가 상당 부분 담당한다. 

지방정부는 평생학습관과 복지관, 도서관, 대학 등을 통해 문해교육·디지털교육·자격과정·문화교육 등을 운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도 사업 목적에 따라 디지털·산업인력 교육을 지원한다.

 

따라서 ‘30대부터 80대까지 성인에게 교육재정의 1.35%만 투입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확한 국가 전체 규모를 파악하려면 부처와 지방정부에 흩어진 사업을 공통 기준으로 다시 분류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내일배움카드 예산안만 1조3191억원

교육부 밖의 성인 직업훈련 재정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내일배움카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내일배움카드 사업의 2024년 정부 예산안은 일반회계 5849억원과 고용보험기금 7342억원을 합해 1조3191억원이었다. 

이는 국회 심의 전 정부 예산안 기준이므로 교육부의 2024년 확정 본예산과 같은 조건에서 직접 비교하거나 합산해서는 안 된다. 

 

국민내일배움카드는 일반 직종훈련과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특화훈련, 디지털 신기술 교육 등을 지원한다. 

과정과 참여자의 조건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고, 일부 국가기간산업·첨단산업 훈련은 더 높은 수준의 지원이 이뤄진다. www.work24.go.kr

 

이 밖에도 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과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산업별 인력양성 사업 등이 별도로 운영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재직자 교육비까지 고려하면 교육부의 평생·직업교육 예산만으로 우리나라 성인학습 투자를 설명하기는 더욱 어렵다.

 

전국 성인교육 재정 한눈에 보여주는 통계 부족

평생교육 재정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에도 분산돼 있다.

 

시·도와 시·군·구는 지역 평생교육진흥원과 평생학습관, 복지시설, 도서관 등을 통해 주민 대상 교육을 운영한다. 교육청과 일자리·복지·노인·디지털 관련 부서의 사업에도 성인교육 성격의 프로그램이 포함될 수 있다.

 

문제는 지방정부마다 사업 분류와 예산 편성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중앙정부 보조와 지방비가 함께 들어가는 사업도 있어 각 기관의 예산을 단순히 더하면 같은 금액이 중복 계산될 수 있다.

 

국가 전체의 성인교육 지원 규모를 파악하려면 ▲교육부 평생교육 ▲고용노동부 직업훈련 ▲다른 중앙부처의 디지털·산업교육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평생학습 ▲기업훈련 지원을 구분하고 중복을 제거한 통합 재정통계가 필요하다.

 

현재처럼 부처별 사업과 회계만 제시하면 총액뿐 아니라 어느 연령대와 고용상태에 지원이 집중되는지도 알기 어렵다. 

저소득층과 경력단절자, 퇴직자, 비정규직, 고령자 등 교육이 더 필요한 집단이 실제로 얼마나 지원받는지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중장년은 직무전환, 고령층은 생활역량까지 필요

성인 재교육은 대상에 따라 목적이 다르다.

 

재직 중인 중장년층에게는 현재 업무에서 AI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퇴직을 준비하거나 구직 중인 사람에게는 기존 경력을 새로운 직업으로 연결하는 교육과 현장실습, 취업지원이 중요하다.

 

고령층의 수요는 더 다양하다. 계속 일하려는 사람에게는 직업교육이 필요하지만, 취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으로 병원을 예약하고 교통정보를 찾거나 금융거래와 복지 신청을 할 수 있는 생활 디지털교육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AI 개발자 과정과 스마트폰 기초교육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중장년 직업훈련은 취업과 직무전환, 임금과 고용유지 등을 성과로 볼 수 있지만 고령자 생활교육은 의료·금융·행정서비스를 혼자 이용할 수 있게 됐는지를 살펴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국민내일배움카드도 현행 안내상 만 75세 이상은 원칙적인 지원 제외 대상에 포함된다. 

후기고령층의 디지털 적응과 사회참여 교육은 직업훈련 이외의 평생교육 체계가 보완해야 한다. 

 

무료교육이 있어도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

성인이 다시 배우기 어려운 이유는 수강료만이 아니다.

재직자는 근무시간과 교육시간이 겹칠 수 있고, 퇴직자와 구직자는 장기간 교육을 받는 동안 생활비 부담을 겪을 수 있다. 

 

농어촌이나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는 원하는 교육기관까지 이동하기 어렵다. 디지털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는 온라인 신청 단계에서부터 막힐 수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평생교육 이용권의 지원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히고, 학습 기간의 훈련비와 생계비를 함께 지원하는 가칭 ‘역량 개발 급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개인의 교육·경력·자격 이력을 관리하는 평생학습계좌제의 개선도 제시했다. 이는 확정된 정부 정책이 아니라 연구진이 제시한 정책과제다. 

 

교육비 지원과 함께 유급학습휴가, 야간·주말 과정, 짧은 단위의 교육, 생활권 교육시설, 오프라인 신청 지원 등이 필요한 이유다. 온라인 교육을 확대하더라도 디지털 접근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대면 과정과 상담창구를 남겨둬야 한다.

 

예산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사용과 성과

성인교육 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편성된 예산이 실제로 집행되고, 수요에 맞는 과정이 개설되며, 교육 결과가 일과 생활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내일배움카드 사업에서 신규 과정 준비 지연과 훈련기관 부족, 훈련 수요 미확보 등으로 불용액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일부 과정에서는 중도탈락률과 취업률, 고용유지율 등 성과지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이 늘어도 참여자가 원하는 과정이 없거나 수업을 끝까지 듣기 어렵다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취업률만 높이기 위해 단기 취업이 쉬운 과정에 집중하면 장기적인 직무전환과 고용유지라는 목적도 놓칠 수 있다.

 

평생교육은 참여 인원과 수료증 발급 건수만으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중장년이 교육 후 더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동했는지, 고령자가 배운 기술로 금융·의료·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부처 중심에서 개인의 학습경로 중심으로 바꿔야

현재 성인학습 지원은 교육부의 평생교육,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 지방정부의 주민교육, 다른 부처의 산업인력 양성으로 나뉘어 있다. 이용자는 자신의 나이와 소득, 고용상태, 거주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신청 창구를 찾아야 한다.

 

앞으로는 어느 부처가 사업을 운영하는지가 아니라 개인이 어떤 교육을 필요로 하는지를 중심으로 지원체계를 연결해야 한다. 한 곳에서 교육과정과 지원금, 본인부담금, 신청조건을 비교하고 상담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기존 경력과 자격, 수강 이력을 확인해 다음 교육을 추천하고, 수료 뒤에는 취업·직무전환·창업·지역 활동으로 연결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지방정부는 지역 산업과 주민의 연령구조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고, 중앙정부는 지역에 따라 기회가 달라지지 않도록 기본적인 지원 수준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부 예산에서 평생·직업교육이 차지하는 1.35%는 학령기 교육에 집중된 재정구조를 다시 살펴보게 하는 지표다. 그러나 국가 전체의 성인교육 지원 규모를 뜻하지는 않는다.

 

고령화와 AI 전환에 대응하려면 예산 비중 논쟁을 넘어 부처와 지방정부에 흩어진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중복과 사각지대를 찾아야 한다. 

 

정책의 성과도 몇 명이 교육에 참여했는지가 아니라 중장년과 고령자가 필요한 때 다시 배우고 그 배움을 일과 생활에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작성 2026.10.11 11:36 수정 2026.10.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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