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급여 선정기준은 이미 확정…새 종합계획의 단계별 시행 일정 주목
보건복지부, 11월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심의 예정…재정 확보·사각지대 해소 관건
정부가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의 35%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고, 주거급여 지원 대상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의료급여는 질병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건강관리, 일상회복까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교육·자활급여의 보장성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보건복지부는 2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제4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7~2029년)'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생계·의료·주거·교육·자활급여 등 5개 분야에 걸쳐 16개 핵심 과제가 제시됐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지원 대상을 넓히고, 기존 제도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의 생활 안정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방향이다.
다만 이날 공개된 내용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이 제안한 종합계획안이다.
생계급여 선정기준 35% 상향이나 주거급여 50% 확대 등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검토해 계획을 보완한 뒤 11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생계급여 32%에서 35%로…지원 대상 확대 추진
이번 종합계획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생계급여 선정기준의 단계적 인상이다.
생계급여는 생활이 어려운 가구에 기본적인 생활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가구의 소득과 재산 등을 반영한 '소득인정액'이 일정 기준 이하이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생계급여 선정기준은 기준 중위소득의 32%다. 기준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소득으로, 각종 복지제도의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연구진은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35%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선정기준이 높아지면 기존에는 소득인정액이 기준을 조금 초과해 지원받지 못했던 가구도 새롭게 수급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소득인정액이 기존 32% 기준을 초과하지만 35%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가구라면, 선정기준 상향 이후 다른 수급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선정기준을 35%로 높인다고 해서 모든 수급자의 실제 지급액이 동일한 비율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생계급여는 원칙적으로 가구별 선정기준액에서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생계급여 35% 확대는 새로운 목표만은 아니다. 정부는 2023년 발표한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도 선정기준을 30%에서 35%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2024년 32%로 인상됐지만, 2027년에도 32%가 적용된다.
따라서 이번 종합계획에서는 35%라는 목표를 실제로 언제 달성할 것인지, 단계별 인상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의료급여, 치료비 지원에서 예방·건강관리까지 확대 논의
의료급여 분야에서는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기존 역할을 넘어 질병 예방과 건강관리, 치료 이후 일상회복까지 지원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연구진은 개인의 의료 필요도에 따라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적극적 건강보장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의료급여는 생활이 어려운 국민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의료비 지원만으로는 만성질환 관리나 치료 이후의 건강 회복까지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여러 만성질환을 앓거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에서는 정기적인 진료와 약물 관리뿐 아니라 질병 악화 예방, 퇴원 이후 건강관리 등이 중요하다.
정부가 지난 9월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한 제4차 의료급여 기본계획에도 이러한 방향이 반영됐다.
당시 중증장애인 가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간병비 지원 등이 검토 과제로 제시됐으며, 의료급여를 질병 예방부터 치료·회복, 지역사회 복귀까지 연결하는 방향이 논의됐다.
다만 의료급여의 구체적인 서비스 확대 범위와 적용 대상, 본인부담 수준 등은 별도 계획과 후속 제도 개선 과정에서 확정해야 할 사항이다.
주거급여 50%로 상향 제안…관리비 지원도 검토
주거급여 분야에서는 지원 대상 확대와 주거비 부담 완화가 함께 제시됐다.
연구진은 현재 기준 중위소득의 48%인 주거급여 선정기준을 50%로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주거급여는 저소득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임차가구에는 임차료를, 자가가구에는 주택 수선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선정기준이 50%로 높아지면 기존 소득기준을 초과했던 일부 가구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지원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됐다. 임차가구의 지원금액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기준임대료와 자가가구의 주택 수선한도를 인상하고, 관리비 지원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관리비는 임대료와 별개로 매달 부담해야 하는 주거비라는 점에서 저소득층의 생활 안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고정적인 소득이 부족한 고령가구에서는 임대료뿐 아니라 관리비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도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관리비 지원의 구체적인 대상과 항목, 지원금액은 이번 공청회에서 확정되지 않았다.
향후 종합계획에 포함되더라도 세부적인 시행기준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교육급여 신청 간소화…자활지원은 개인별 여건 반영
교육급여 분야에서는 지원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연구진은 교육급여의 최저 보장 수준을 높이는 한편, 교육급여와 교육활동지원비 이용권인 바우처를 동시에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교육급여는 저소득층 학생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교육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신청 절차가 개선되면 대상 가구가 급여와 바우처를 각각 신청해야 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활급여 분야에서는 참여자의 자활 역량과 근로 의지 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체계 개편이 제안됐다.
획일적인 지원보다는 참여자의 여건에 맞는 자활지원 방식을 마련해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교육급여 인상 수준과 자활사업의 세부 지원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수급자 267만 명으로 증가…빈곤 사각지대는 여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지원 대상은 꾸준히 늘었지만, 여전히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21년 236만 명에서 2024년 267만 명으로 31만 명 증가했다.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차상위계층 규모는 394만 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준 중위소득의 40% 이하이면서 생계·의료급여를 받지 않는 비수급 빈곤층은 산정 방식에 따라 65만 명에서 99만 명으로 추산됐다.
2021년과 동일한 선정기준을 적용하면 65만 명이지만, 기준 중위소득 인상과 재산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 사항을 반영하면 99만 명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비수급 빈곤층이 65만 명에서 99만 명으로 증가했다는 뜻이 아니다. 적용하는 기준과 산정 방식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기존 비수급 빈곤층 산출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평가 대상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로 확대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뿐 아니라 공적 소득보장제도 전체를 포괄해 빈곤 사각지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급여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도 이뤄졌다. 2024년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한 2026년 최저생계비는 표준 4인 가구 기준 월 253만 4,861원이었다.
연구진은 현행 생계급여 보장 수준이 최저생계비 계측을 통해 산출한 생계급여액보다 56만 1,661원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과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30%에서 32%로 높인 효과 등이 반영된 결과로 추정했다.
다만 이는 조사에서 산출한 기준액 간 비교로, 모든 수급가구가 해당 금액을 실제로 지급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2027년 생계급여 1인 가구 최대 87만 5,533원…35% 상향은 별도 과제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생계급여 35% 상향 방안은 이미 확정된 2027년도 급여 선정기준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28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2027년도 기준 중위소득과 급여별 선정기준을 확정했다.
2027년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월 692만 9,885원으로, 2026년보다 6.70% 인상된다.
하지만 급여별 선정기준 비율은 2026년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생계급여 32%, 의료급여 40%, 주거급여 48%, 교육급여 50%다.
이에 따라 2027년 생계급여 선정기준이자 최대 지급액은 1인 가구 월 87만 5,533원, 4인 가구 월 221만 7,563원으로 결정됐다.
주거급여는 1인 가구 월 소득인정액 131만 3,300원 이하, 4인 가구 332만 6,345원 이하가 선정기준이다.
또한 정부는 2027년 임차가구의 기준임대료를 지역과 가구원 수에 따라 월 1만 2천 원에서 5만 원 인상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번 공청회에서 제안된 생계급여 35%, 주거급여 50% 상향이 2027년부터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적용 시기는 향후 확정될 종합계획과 관련 제도 개편에 따라 결정된다.
11월 종합계획 심의…선정기준 인상 시기와 재정 확보가 관건
정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제4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보완하고, 11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진영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공청회에서 제시된 전문가와 언론,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해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선정기준 인상의 구체적인 시행 일정과 추가 재정 규모, 지원 대상 확대에 따른 사각지대 해소 효과다.
특히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35%까지 높이는 방안은 이미 이전 종합계획에서도 제시됐던 목표인 만큼, 이번에는 단계별 이행 일정과 실행 방안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마련되는지가 중요하다.
의료급여의 예방·건강관리 확대, 주거급여의 관리비 지원, 교육급여 신청 간소화 등도 실제 수급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소득 보전을 넘어 의료·주거·자립까지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