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조태겸기자] 서울시립보라매병원이 노숙인·무연고자 등 행려환자를 위한 전용 병상을 26개에서 14개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병원은 병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임시조처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겨울철 취약계층의 입원 치료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6일 한겨레가 입수한 병원 내부 회의자료에 따르면, 병원은 지난 13일 진료과장회의에서 행려환자 전용인 39병동의 병상을 줄이고 일반환자용 당일 입·퇴원 병상 8개를 마련하는 계획을 공유했다. 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서울시립 공공병원이다. 1992년부터 운영한 39병동을 공공의료의 대표 사례로 소개해왔다.
쟁점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병상 수요다. 39병동의 병상가동률은 여름에 낮고 겨울에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2024년 1월에는 73.2%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8월 22.8%, 9월 25.6%에서 11월 40.6%로 높아졌다. 올해 2월과 3월에도 각각 51.9%, 56.2%로 나타났다. 노조는 노숙인 환자가 늘어나는 겨울을 앞둔 시점에 병상 축소를 추진하는 데 우려를 제기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정부 지원 감소로 다수 병원이 행려환자 병상을 폐쇄한 상황에서도 보라매병원이 해당 병동을 유지해왔다며, 이번 계획이 공공의료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러운 추위로 건강이 악화된 노숙인 환자가 몰리면 병상 부족으로 제때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은 39병동의 낮은 병상가동률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려는 임시조처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조는 병원 전체 병상가동률이 약 75%인 상황에서 행려환자 병상을 우선 줄여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일반환자의 당일 입·퇴원을 수용할 여유 병상이 있다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분회는 과거 임시조처가 장기화된 사례가 많았다는 점도 들어 축소 방안이 일시적인 운영 변경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환자 동선과 간호 인력 운영도 논란이다. 병원은 행려환자 병상과 새로 마련할 일반환자 병상 사이에 출입통제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행려환자 병상 쪽에는 화장실이 없어 환자들이 일반환자 병상 쪽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구조다. 간호 인력도 두 구역을 함께 담당하도록 돼 있다. 분회 관계자는 건강이 취약한 환자들이 일반환자와 동선이 겹치고 같은 간호 인력의 돌봄을 받으면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병상 축소가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행려환자 병상 축소는 확정이 아니라 검토 단계”라며, 최대한 많은 시민에게 의료를 제공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려환자가 늘어날 경우 그에 맞춰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