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많이 마시고 아스피린 먹으면 예방?…잘못 알려진 건강정보 주의
한쪽 다리 갑자기 붓거나 아프다면 진료…호흡곤란·가슴통증은 응급신호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혈전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실제로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상태는 다리 정맥의 혈액 흐름을 느리게 해 혈전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고령자나 최근 수술·입원을 경험한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혈전은 혈액이 혈관 안에서 굳어 만들어진 덩어리다.
흔히 '피떡'이라고 부르지만 단순히 피가 끈적해진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해당 부위의 혈액 흐름에 문제가 생긴다.
심장이나 뇌로 가는 동맥이 막히면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고, 다리 정맥에 생긴 혈전이 폐로 이동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폐색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혈전은 발생하는 혈관과 원인에 따라 예방 방법이 다르다.
모든 혈전을 생활습관만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시간을 줄이고 심혈관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것은 혈전 관련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혈전은 왜 생길까…동맥과 정맥에서 발생 원인 달라
혈액이 굳는 현상 자체는 우리 몸에 필요한 방어기능이다.
상처가 나면 혈소판과 혈액응고인자가 작용해 출혈을 멈추게 한다. 그러나 혈관 안에서 불필요하게 혈액이 굳어 혈류를 막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혈전은 발생하는 혈관에 따라 크게 동맥혈전과 정맥혈전으로 구분한다.
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각 장기로 보내는 혈관이다.
동맥경화로 혈관벽에 쌓인 죽상판이 파열되면 그 부위에 혈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혈전이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근경색, 뇌혈관을 막으면 허혈성 뇌졸중인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정맥은 몸의 각 부위에서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혈관이다.
특히 다리 깊은 곳의 정맥에 혈전이 생기는 '심부정맥혈전증'이 중요하다.
다리 정맥에 생긴 혈전 일부가 떨어져 혈류를 따라 폐로 이동한 뒤 폐동맥을 막으면 '폐색전증'이 발생한다.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을 통틀어 '정맥혈전색전증'이라고 한다.
동맥혈전과 정맥혈전은 발생 원인과 예방·치료 방법이 다르므로 모든 혈전을 같은 방식으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
고령자에게 중요한 이유…수술·골절·암·활동량 감소가 위험요인
정맥혈전이 발생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혈액의 흐름이 느려지는 것, 혈관벽이 손상되는 것, 혈액이 평소보다 쉽게 굳는 상태다.
오랫동안 누워 있거나 움직이지 않으면 다리 정맥의 혈액 흐름이 느려진다.
수술이나 골절 등은 혈관 손상과 활동 제한을 동반할 수 있다.
암과 일부 항암치료, 특정 호르몬 치료 등도 혈전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고령 역시 정맥혈전색전증의 위험요인이다. 다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혈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령자는 골절이나 관절수술 이후 움직임이 줄어들거나 만성질환으로 장기간 침상생활을 하는 상황에 주의해야 한다.
과거 혈전 병력이 있거나 최근 수술을 받았고 암 치료도 받고 있는 경우처럼 여러 위험요인이 겹치면 혈전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고령자에게 중요한 것은 막연하게 혈전을 걱정하기보다 자신의 건강상태와 위험요인을 파악하는 일이다.
오래 앉아 있다면 자주 움직이기…종아리 근육이 혈류 도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정맥혈전 예방법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다리 정맥의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종아리 근육의 움직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걷거나 발목을 움직이면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하면서 정맥의 혈액 흐름을 돕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비행기나 자동차, 버스, 기차 등으로 4시간 이상 이동할 때 가능하면 1~2시간마다 일어나 걷도록 권고한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렵다면 앉은 상태에서 발뒤꿈치와 발끝을 번갈아 들어 올리거나 다리 근육을 수축하고 이완하는 동작을 할 수 있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상 앞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경우에도 중간중간 일어나 걷고 다리를 움직이는 습관이 바람직하다.
다만 CDC의 1~2시간 간격 권고는 장거리 이동 상황에 관한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같은 간격으로 움직이면 혈전을 확실히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장거리 이동과 관련한 혈전 발생 위험은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에게 낮은 편이다.
단순히 오래 앉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혈전이 생겼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다.
수술·입원 후에는 의료진 지시에 따라 조기 활동
수술이나 질병 때문에 장기간 누워 있으면 다리 정맥의 혈액 흐름이 느려져 혈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고관절이나 무릎관절 수술, 골절, 중증질환으로 인한 입원 등은 정맥혈전 발생 위험을 평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CDC는 수술이나 질병, 부상으로 침상생활을 한 뒤 가능한 시점부터 움직이는 것을 중요한 예방 방법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수술 직후 무조건 걸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수술 부위와 골절 상태, 출혈 위험,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시점과 범위가 달라진다.
따라서 의료진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침상 운동이나 보행을 시작해야 한다.
혈전 위험이 높은 환자는 생활습관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항응고제나 의료용 압박장치 등 추가적인 예방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금연·체중 관리와 만성질환 관리도 중요
혈전 관련 질환을 예방하려면 신체활동뿐 아니라 심혈관 건강을 관리하는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과체중과 비만, 장기간의 활동 부족은 정맥혈전색전증의 위험요인이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동맥혈전과 관련된 심근경색·뇌경색을 예방하려면 금연과 함께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은 동맥경화성 심뇌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이다.
다만 이러한 생활습관이 모든 종류의 혈전을 직접 예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맥혈전은 수술이나 입원, 움직임 제한 등과 관련된 위험평가가 중요하고, 동맥혈전은 동맥경화와 심혈관 위험요인 관리가 핵심이다.

물 많이 마시면 혈전 예방?…과학적 근거 충분하지 않아
물을 많이 마시면 피가 묽어져 혈전을 예방할 수 있다는 건강정보가 있다.
그러나 물을 많이 마시는 것만으로 혈전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임상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CDC의 2026년판 여행의학 지침은 탈수와 여행 관련 정맥혈전색전증 사이의 연관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으며, 물을 자주 마시는 행동이 혈전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직접적인 근거도 없다고 설명한다.
적절한 수분 섭취는 일반적인 건강관리에 필요하지만, 이를 특정 혈전질환의 예방 효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특히 심부전이나 신장질환 등으로 수분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고령자는 무조건 많은 물을 마시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혈전 예방을 이유로 모든 사람에게 하루 2~3L 이상의 물을 마시도록 권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마늘이나 양파, 은행잎 추출물, 오메가3 등 특정 식품이나 보충제가 혈전을 예방한다는 주장도 주의해야 한다.
일부 성분이 혈소판 기능이나 혈액응고 과정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특정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심부정맥혈전증이나 폐색전증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일부 보충제와의 상호작용으로 출혈 위험이 높아지거나 약효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아스피린 미리 먹으면 안전할까…고령자 임의 복용 주의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혈전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미리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스피린은 모든 종류의 혈전을 예방하는 약이 아니다.
아스피린은 혈소판이 서로 달라붙는 작용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제다.
심근경색이나 일부 허혈성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 등에게 재발 예방 목적으로 사용된다.
반면 장거리 이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정맥혈전 예방을 위해 일반인이 아스피린을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CDC의 여행의학 지침도 장거리 여행자의 혈전 예방을 위한 약물 사용은 개인별 위험과 출혈 가능성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설명하고 있다.
고령자에게는 아스피린 복용에 따른 출혈 위험도 중요하다.
미국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는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60세 이상 성인이 첫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예방할 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새로 시작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이는 예방에 따른 이득과 함께 위장관 출혈이나 두개내 출혈 등의 위험을 고려한 판단이다.
다만 이미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등을 경험해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면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항응고제 역시 혈전 예방과 치료에 사용되지만 출혈 위험이 있으므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장거리 이동이나 수술 후 사용하는 의료용 압박스타킹도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혈전 위험이 높은 일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압박 강도와 착용 여부는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한쪽 다리 갑자기 붓고 아프다면…호흡곤란은 응급신호
혈전은 예방뿐 아니라 증상을 조기에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주로 다리에서 발생하며 한쪽 다리가 붓거나 종아리 또는 허벅지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해당 부위에 열감이 느껴지거나 피부색이 붉게 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모두 혈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근육이나 관절질환, 피부감염 등 다른 원인으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심부정맥혈전증이 있어도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다.
CDC는 심부정맥혈전증 환자의 약 절반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최근 수술이나 입원, 장기간 움직임 제한, 암 치료 등의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한쪽 다리 부종이나 통증을 경험한다면 신속히 진료받아야 한다.
특히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 빠르거나 불규칙한 심장박동, 실신, 피가 섞인 기침 등은 폐색전증의 경고신호일 수 있다.
폐색전증은 다리의 통증이나 부종이 먼저 나타나지 않더라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또한 갑자기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은 뇌졸중,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과 식은땀 등은 심근경색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신속한 응급 대응이 필요하다.
혈전 예방, 특별한 건강법보다 자신의 위험요인 파악이 우선
혈전은 발생하는 혈관과 원인에 따라 예방 방법이 다르다.
모든 혈전을 막을 수 있는 단일한 음식이나 운동, 약은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 시간을 줄이고 규칙적으로 걷거나 다리 근육을 움직이는 습관은 정맥의 혈액 흐름을 돕는다.
금연과 적정 체중 유지,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는 동맥경화와 관련된 심근경색·뇌경색 예방에 중요하다.
최근 수술이나 골절을 경험했거나 암 치료 중인 사람, 과거 혈전 병력이 있는 사람은 일반적인 생활수칙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의료진과 혈전 발생 위험을 평가하고 필요한 예방조치를 결정해야 한다.
혈전 예방에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피를 묽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혈전이 생기기 쉬운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게 관리하는 것이다.
장시간 앉아 있었다면 중간중간 일어나 움직이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한쪽 다리 부종이나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 나타났다면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