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사회에서 전염병보다 더 빠르게 퍼지는 것이 바로 '잘못된 정보'이다. 이른바 '인포데믹(Infodemic)'으로 불리는 정보 전염병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불안을 조장하고 국가 방역 체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민국 보건 당국과 의료계 최고 권위 학술 단체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예방의학회는 2026년 10월 23일 금요일, 대국민 건강 증진과 신뢰할 수 있는 질병 정보 제공을 목표로 하는 '감염병 정보 팩트체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공식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약은 단순히 두 기관의 만남을 넘어, 범국가적 차원의 감염병 위기 소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사실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다양한 건강 정보들이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발생해 왔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양 기관은 각자의 고유한 전문성을 융합하여 더욱 강력한 팩트체크와 대국민 소통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주요 협력 의제로는 감염병 정보 팩트체크 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전문 지식의 상호 교류, 언론 및 전문가 집단과의 유기적 소통을 통한 정확한 정보 산출, 그리고 장기적인 팩트체크 역량 강화를 위한 심도 있는 연구 및 학술 활동 지원 등이 포함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에 새롭게 출범하는 '팩트체크 협의체'의 운영 방식이다. 질병관리청은 공중보건학적으로 긴급한 검토가 요구되는 핵심 안건을 발굴하여 제안하고, 이에 필요한 각종 기초 자료 공유와 대국민 홍보 소통을 측면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반면, 실제 정보의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검증 패널'은 대한예방의학회의 주도하에 독립적으로 꾸려진다. 관련 학회의 엄격한 추천 과정을 거쳐 약 10명 내외의 다학제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이 패널은 과학적 근거를 치밀하게 검증하고 그 결과를 대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학술적으로 풀어내는 중책을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안을 신속하게 평가하고 전문가들 사이의 합의를 도출해 내기 위해 '신속 델파이(Delphi)' 기법이 적극 도입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시스템의 가장 큰 강점은 '독립성'과 '객관성'의 확보에 있다. 판정 주체를 정부 기관인 질병관리청에서 분리함으로써, 일각에서 제기될 수 있는 관제 팩트체크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학계의 순수한 전문적 판단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국민들이 특정 의도에 휘둘리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스스로 건강 정보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강력한 제도적 장치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예방의학회 윤석준 이사장은 "과학적인 판단은 그 무엇보다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도출된 근거뿐만 아니라 그 근거가 가지는 한계점까지 투명하게 대중에게 밝혀야만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유관 학회들과 긴밀히 연대하여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치우침 없이 균형 있게 사실을 검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아울러 임승관 질병관리청장 역시 "치명적인 감염병 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이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과학적 사실 정보야말로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중요한 방어 기제"라고 역설하며, "의과학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 결과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최대한 신속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화답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다가오는 연말까지 강도 높은 실무 협의를 지속하여 팩트체크 협의체의 구체적인 운영 규정과 세부적인 협력 가이드라인을 확정 지을 방침이다. 또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향후 필요시 타 관계 학회나 관련 의료 기관으로까지 협력 네트워크의 외연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원대한 계획도 세우고 있다. 10월 23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이번 협약식은 대한예방의학회의 가을학술대회 중 '인포데믹 대응 팩트체크 모델' 세션이 성황리에 종료된 직후 진행되었으며, 이는 과학계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공식 선포한 상징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가짜뉴스는 바이러스만큼 치명적이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예방의학회가 구축한 '감염병 정보 팩트체크 협의체'는 인포데믹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에 맞서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과학적 근거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이번 민관 협력 모델이 대한민국 보건 위기 소통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강력히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