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정부광고 대행사 선정 과정에서 내부 심사위원의 평가점수가 업체 순위를 뒤바꾼 사례가 전체 분석 대상의 23.8%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외부위원 평가에서 4위에 그쳤던 업체가 내부위원 점수를 합산한 결과 1위로 올라 계약을 따낸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심사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동일 업체가 3년 이상 연속 선정된 정부광고 관련 계약 168건 중 40건에서 내부위원 평가 반영 전후의 업체 순위가 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내부위원 평가점수 편중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재단은 동일 업체가 3년 이상 선정된 계약 192건 중 내부위원이 심사에 참여하지 않은 11건과 단독 응찰업체 평가 13건을 제외했다. 나머지 168건의 외부위원 평가 결과와 최종 평가 순위를 대조했다.
분석 결과 일부 계약에서는 내부위원의 점수가 낙찰업체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23년 공공기관 C의 해외광고 용역 입찰에서는 외부위원 평가 순위가 4위였던 업체가 내부위원 점수를 더한 뒤 1위로 뛰어올라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2022년 공공기관 D의 홍보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비슷한 순위 역전이 발생해. 외부위원 평가에서 4위 업체가 최종 1위로 낙찰, 또 다른 계약에서는 3위 업체가 내부위원 평가 반영 이후 1위를 차지했다.
내부위원의 평가점수가 외부위원들의 평가 결과와 크게 엇갈린 사례도 확인됐다.
2023년 국책은행 A의 광고대행사 선정 심사에서는 외부위원 평균점수에서 '나' 업체가 우세했지만, 내부위원 2명이 경쟁업체인 '가' 업체에 90점 만점 중 각각 89점과 90점을 부여하면서 최종 순위가 뒤집혔다.
2024년 공기업 B의 광고대행사 심사에서는 '다' 업체에 대한 외부위원 평균점수가 80.8점이었으나 내부위원 2명은 각각 55점과 11점을 매겼다. 같은 업체를 두고 평가 주체에 따라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내부위원의 영향력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재단이 오히려 내부위원 참여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이다.
재단은 국정감사가 열리기 일주일 전인 지난 7일 '정부광고업무시행지침'을 개정하면서 내부 심사위원 비율을 기존 전체 위원의 '40% 이하'에서 '50% 미만'으로 변경했다.
개정 지침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사업에서는 전체 심사위원 7명 가운데 내부위원이 최대 3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종전 최대 2명보다 1명 늘어난 것이다.
10억원 미만 사업은 심사위원 수를 5명으로 정하고 내부위원을 최대 2명까지 둘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외부위원 수는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줄어들 수 있게 됐다.
재단 측은 다른 내부 규정과 표현을 일치시키기 위한 지침 정비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정된 규정은 실제 내부위원의 참여 인원을 늘릴 수 있어 심사위원 구성과 평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개정 절차는 지난 2일 이사장 보고 이후 7일 최종 결재까지 불과 5일 만에 마무리됐다.
당시 실시된 부패영향평가에서는 구체적인 부패유발 요인이 없다는 이유로 개정안이 원안대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제출된 평가자료에는 내부위원 비율 확대가 심사 공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세부적으로 검토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진 의원이 내부위원 영향력 축소 필요성을 제기하자 김효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지적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답하며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재단이 직접 분석한 결과에서도 내부위원 평가로 계약 4건 중 1건가량의 순위가 달라졌는데, 이를 통제할 장치를 마련하기보다 참여 상한부터 늘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부위원 확대에 따른 영향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면 부패영향평가가 형식적인 절차에 머문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며 "내부위원의 심사 영향력을 축소하도록 관련 지침을 손질하고 외부위원에 대한 이해충돌 관리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