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허유빈]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는 것을 제도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학교 규모에 따라 실제 개설된 과목 수에는 차이가 있었다. 제도가 학생에게 선택의 기획을 열어놓았더라도, 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개설하느냐에 따라 학생이 마주하는 선택지의 폭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교육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6학년도 1학기 전국 일반고 1천577곳에서 1·2학년을 대상으로 개설된 과목은 학교당 평균 28.6개였다. 이 가운데 12학급 이하 소규모 학교 231곳은 평균 25.8개, 나머지 1천 346개 학교는 평균 29.3개를 개설했다. 두 집단의 차이는 3.5개였다. 학년별로 나누면 차이는 1학년보다 2학년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1학년은 소규모 학교 11.3개, 나머지 학교 11.5개로, 0.2개 차이였지만, 2학년은 각각 14.5개와 17.8개로 3.3개 차이를 보였다. 이는 ‘학생에게 과목 선택권을 준다’는 제도가 실제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동일한 폭으로 구현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별 주치에서는 차이가 더욱 컸다. 인천의 경우 소규모 학교 8곳이 개설한 과목은 평균 18.6개였고, 소규모 학교가 아닌 74곳은 평균 29.1개를 개설했다. 두 집단 사이의 차이는 10.5개였다. 인천의 2학년만 놓고 보면 소규모 학교의 평균 개설 과목은 10개, 나머지 학교는 17.7개로 7.7개 차이가 났다. 전국 평균의 차이만 놓고 보면 학교 규모에 따른 격차가 제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지역별로 들여다봅면 그 폭이 상당히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원 여건에서도 학교 규모별 차이가 확인됐다. 교육부 제출 자료상 전국 소규모 학교의 고교학점제 담당 교원은 평균 16명이었고, 소규모 학교가 아닌 학교는 평균 53명이었다. 인천 소규모 학교의 경우 평균 12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교원 수가 적기 때문에 과목 개설 수가 적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학교 규모와 교원 배치, 교육과정 편성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학교별 교육과정 편성 자료와 교원 배치 기준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이번 자료가 직접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같은 고교학점제 아래에서도 학교 규모와 지역에 따라 개설된 과목 수가 같지 않았다. 특히 인천에서는 소규모 학교와 나머지 학교의 평균 개설 과목 수가 10.5개 차이를 보였다. 이 차이가 학생의 실제 과목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학교를 통한 보완 수업의 이용 현황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결국 고교학점제가 형식적인 학점 이수 제도를 넘어 학생의 실질적인 과목 선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학교별로 ‘몇 학점을 이수했는가’뿐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과목 가운데 선택할 수 있었는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