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증가에 치료법도 변화…내성검사 기반 맞춤치료 강조
약 복용했다고 끝 아니다…제균 성공 확인하고 위내시경 관리해야
건강검진이나 위내시경 검사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양성이라는 결과를 받으면 치료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이 없다면 굳이 항생제를 먹어야 하는지, 나이가 많아도 치료할 필요가 있는지 궁금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 점막에 서식하는 세균이다. 감염돼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만성 위염과 위·십이지장궤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위암 발생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최근에는 헬리코박터 감염을 치료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소화성궤양이나 조기위암 치료 후처럼 제균치료의 필요성이 분명한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했다면, 최신 국내 진료지침은 헬리코박터 위염 환자에게도 위암 예방을 위한 제균치료를 고려하도록 권고 범위를 넓혔다.
다만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모든 사람이 반드시 같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감염 여부와 위 점막 상태, 항생제 내성, 복용약과 전신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중장년과 고령자는 위암 예방의 이점과 항생제 복용에 따른 부담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달라진 국내 진료지침…헬리코박터 위염도 제균치료 고려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는 '2025 개정 한국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진단·치료 근거기반 진료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은 2020년 지침을 개정한 것으로, 2026년 국제학술지 'Helicobacter'에 발표됐다. 지침 개발 과정에서는 전문가 64명이 주요 권고안에 대한 합의 절차에 참여했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위암 예방을 위한 제균치료 대상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개정지침은 헬리코박터 위염 환자에게 위암 예방을 위한 제균치료를 제안했다. 이 권고에는 전문가 64명 가운데 61명인 95.3%가 동의했다. 근거수준은 '중등도', 권고 강도는 '약한 권고'로 평가됐다.
'약한 권고'는 치료 효과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연구에서 예방 효과가 확인됐더라도 항생제 부작용과 내성, 환자의 건강상태와 선호도 등에 따라 치료의 이득과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헬리코박터 위염이 확인됐다면 증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치료 필요성을 배제하기보다는 의료진과 제균치료의 이득과 위험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헬리코박터균 없애면 위암 위험도 줄어들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염성 위험요인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1군 발암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위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감염 기간과 위 점막 상태, 유전적 요인, 흡연과 식생활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국내 개정지침은 헬리코박터 위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을 종합 분석해 제균치료의 위암 예방 효과를 평가했다. 분석에서는 제균치료가 위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에서 제시된 상대위험 감소 효과를 모든 감염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
원래 위암 발생 위험이 낮은 사람과 위축성위염이나 장상피화생 등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의 실제 예방 이득은 다를 수 있다.
또한 제균치료를 받더라도 위암 발생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없는데도 치료해야 할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속이 쓰리거나 소화가 잘되지 않는 증상이 없더라도 위 점막에서는 만성 염증이 지속될 수 있다.
과거에는 특별한 증상이나 궤양이 없는 사람에게 제균치료가 필요한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헬리코박터 감염과 위암 발생의 관계, 제균치료의 예방 효과에 관한 근거가 축적되면서 치료를 고려하는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최신 국내 지침이 헬리코박터 위염에서 제균치료를 제안한 것도 이러한 변화에 따른 것이다.
다만 검진 결과에 '헬리코박터 양성'이라고 표시됐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활동성 감염이 확인됐다고 볼 수 있는지는 검사 종류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혈액 항체검사는 과거 감염의 흔적이 남아 양성으로 나올 수 있다. 따라서 항체검사 결과만으로 현재 감염 여부가 불확실하다면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현재 감염을 확인하는 검사에는 요소호기검사, 대변항원검사, 위내시경 조직을 이용한 검사 등이 있다.
제균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는 어떤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는지, 현재 감염이 확인된 상태인지부터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궤양·조기위암 치료 후에는 제균 필요성이 더 분명
모든 헬리코박터 감염자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환자, 과거 소화성궤양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는 제균치료의 필요성이 분명하다.
헬리코박터균은 궤양의 발생과 재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감염이 확인되면 제균치료를 통해 재발 위험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 발생하는 일부 림프종인 위 점막연관림프조직 림프종, 즉 위 MALT 림프종에서도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는 중요한 치료 방법이다.
조기위암을 내시경으로 절제한 뒤 헬리코박터 감염이 확인된 경우에도 제균치료가 권고된다.
이미 발생한 위암을 치료한 뒤 남아 있는 위에서 새로운 위암이 발생할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위암 가족력이나 일부 혈액질환, 장기간 아스피린 복용과 궤양 병력 등은 감염 검사와 치료 필요성을 별도로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헬리코박터 감염이 확인됐다면 위내시경 결과와 과거 병력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위축성위염·장상피화생이 있다면 치료해도 늦었을까
헬리코박터 감염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위 점막에 만성 염증이 생기고, 일부 환자에서는 위축성위염이나 장상피화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위축성위염은 위 점막의 정상적인 샘 구조가 줄어드는 상태다. 장상피화생은 위 점막의 세포가 장 점막과 비슷한 형태로 바뀌는 변화를 말한다. 이러한 변화는 위암 발생 위험과 관련이 있다.
이미 위축성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생겼다면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도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
감염이 지속되고 있다면 제균치료를 통해 추가적인 염증 자극을 줄이고 위암 위험을 낮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제균치료를 받는다고 이미 생긴 장상피화생이 반드시 정상 점막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위축성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진행된 환자는 제균에 성공한 뒤에도 위암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제균치료 여부와 별개로 위내시경 추적검사 계획을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나이가 많으면 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될까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헬리코박터 제균치료가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장년과 고령자는 치료에 따른 장기적인 예방 이득과 단기간의 약물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헬리코박터 제균치료에는 여러 약물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다양한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약물 상호작용이나 부작용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신장이나 간 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 과거 항생제 알레르기가 있었던 환자,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서는 치료약 선택과 복용 방법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고령자에게는 복용해야 할 약의 종류와 횟수가 많아지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위궤양이 반복되거나 조기위암 치료 후 감염이 남아 있는 경우처럼 제균치료의 이득이 큰 상황도 있다.
따라서 나이만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보다는 위 점막 상태와 위암 위험, 기대되는 치료 효과, 약물 부작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생제 내성 증가…과거의 3제요법 그대로 써도 될까
헬리코박터 제균치료에서 최근 중요하게 떠오른 문제는 항생제 내성이다.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려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과 여러 항생제를 함께 사용한다. 그러나 균이 특정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면 치료 성공률이 떨어질 수 있다.
국내 개정지침은 대표적인 항생제인 클래리스로마이신에 대한 내성률이 높아진 국내 상황을 반영했다.
과거에는 위산억제제와 아목시실린, 클래리스로마이신을 함께 사용하는 3제요법이 널리 사용됐다. 그러나 항생제 내성을 확인하지 않고 이 치료법을 사용하면 제균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국내 지침은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검사를 바탕으로 항생제를 선택하는 맞춤치료를 1차 치료 전략으로 강하게 권고했다.
검사 결과 클래리스로마이신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비스무트 4제요법을, 감수성이 있는 경우에는 클래리스로마이신 기반 3제요법을 선택할 수 있다.
내성검사를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여러 항생제를 함께 사용하는 동시요법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따라서 과거 가족이나 지인이 처방받았던 제균약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이전에 치료받은 경험을 알리지 않고 같은 약을 다시 복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과거 제균치료에 실패했다면 사용했던 약의 종류와 치료기간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제균치료 부작용은 얼마나 걱정해야 할까
제균치료에는 일반적으로 위산억제제와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가 사용된다. 치료방법에 따라 비스무트 제제가 추가되기도 한다.
복용 중에는 설사와 메스꺼움, 복통, 입맛 변화, 더부룩함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비스무트 제제를 사용하는 경우 대변 색깔이 검게 변할 수 있으며, 약의 종류와 복용 횟수가 많아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
부작용의 발생 빈도와 정도는 치료법과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르다.
특히 고령자는 이미 복용하고 있는 약과 제균치료 약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항생제 알레르기 병력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복용 후 심한 발진이나 호흡곤란, 얼굴·입술의 부종 등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중 불편한 증상이 발생했다고 임의로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면 제균에 실패할 수 있다.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처방한 의료기관에 연락해 복용 지속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복용 방법과 예상되는 부작용,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을 충분히 설명받는 것이 중요하다.
유산균이나 건강식품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면 유산균이나 발효식품으로 균을 없앨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프로바이오틱스가 제균치료 중 발생하는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보고됐다.
그러나 연구마다 사용한 균주와 투여량, 치료방법이 달라 효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
2024년 미국소화기학회 진료지침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제균 성공률이나 치료의 내약성을 개선한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유산균이나 요구르트, 건강기능식품을 헬리코박터 제균치료의 대체 수단으로 볼 수는 없다.
감염이 확인돼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진과 상의해 검증된 약물요법을 선택해야 한다.
약 다 먹으면 끝?…제균 성공 여부 확인해야
헬리코박터 제균치료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치료 후 확인검사다.
처방받은 약을 모두 복용했다고 해서 균이 반드시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항생제 내성이나 복약 문제 등으로 제균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미국소화기학회 진료지침은 제균치료를 받은 모든 환자에게 치료 성공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권고했다.
일반적으로 제균치료가 끝난 뒤 최소 4주가 지난 시점에 요소호기검사나 대변항원검사 등을 시행한다.
요소호기검사는 헬리코박터균이 만들어내는 효소의 작용을 이용해 날숨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다만 검사 직전까지 일부 위산억제제를 복용하면 균이 남아 있어도 음성으로 나오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검사 정확도를 위해 프로톤펌프억제제(PPI)와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는 일반적으로 검사 전 2주, 항생제와 비스무트 제제는 4주 동안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한다.
복용 중인 위산억제제를 언제 중단할지는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혈액 항체검사는 치료 후에도 오랫동안 양성으로 남을 수 있어 제균 성공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로 적절하지 않다.
확인검사에서 균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이전에 사용한 항생제와 내성 가능성을 검토해 다음 치료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제균에 성공하면 위내시경은 안 받아도 될까
헬리코박터균을 성공적으로 없앴다고 해서 위암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위축성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진행된 사람, 위암 치료 병력이 있는 사람 등은 제균 이후에도 위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할 수 있다.
국내 국가암검진은 만 4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2년마다 위암검진을 실시한다.
다만 위축성위염이나 장상피화생 등 위암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에게 필요한 추적검사 간격은 개인의 위내시경 소견과 병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제균치료는 위암 위험을 낮추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이지, 위내시경 검진을 대신하는 치료가 아니다.
따라서 제균에 성공한 뒤에도 자신의 위 점막 상태와 위암 위험에 맞는 검진계획을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균치료 전 확인해야 할 것은
헬리코박터 감염이 확인됐다면 치료를 결정하기 전에 몇 가지 사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현재 감염이 확인됐는가. 어떤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는지, 과거 감염을 나타내는 항체검사인지, 현재 감염을 확인하는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살펴봐야 한다.
▲ 위내시경에서 어떤 이상이 발견됐는가. 위·십이지장궤양, 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 등 동반 소견에 따라 치료 필요성과 추적관리가 달라질 수 있다.
▲ 항생제 알레르기나 과거 치료 실패 경험이 있는가. 이전에 사용했던 항생제와 치료 결과는 다음 치료법을 선택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된다.
▲ 현재 복용 중인 약과 건강상태는 어떠한가. 여러 약을 복용하는 고령자나 신장·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약물 상호작용과 부작용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 치료 후 확인검사 계획은 정했는가. 약을 모두 복용한 뒤에도 균이 없어졌는지 확인해야 하며, 검사 전에 일부 약물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 양성, 치료의 이득과 부담 함께 판단해야
헬리코박터 제균치료에 대한 국내 진료지침은 과거보다 적극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최신 개정지침은 헬리코박터 위염 환자에게도 위암 예방을 위한 제균치료를 제안했다.
기존 연구를 통해 제균치료가 위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가 축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권고가 모든 감염자에게 동일한 치료를 반드시 시행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감염 여부와 위 점막 상태, 항생제 내성, 약물 부작용,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는 위암 예방의 장기적인 이득과 제균치료에 따른 단기간의 약물 부담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치료를 결정했다면 적절한 약제를 선택하고, 처방된 기간 동안 복용한 뒤 제균 성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됐을 때 중요한 것은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거나 무조건 약부터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위 상태와 위험요인에 맞는 치료 여부를 의료진과 결정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