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여름 햇살이 비추는 오후, 충북 제천시 백운면과 봉양읍 경계에 자리한 박달재를 찾았다. 굽이진 산길을 따라 고개 정상에 도착하자 시원한 바람이 숲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이 넘나들었던 이 길은 오늘날 제천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박달재는 단순한 고개가 아니다.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애절한 사랑 전설을 간직한 곳이자, 충청 내륙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며,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 명소다.
여행객들의 소망을 품은 성황당
고개 정상 부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곳 중 하나가 성황당이다. 예로부터 고개를 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무사안녕과 평안을 기원했다. 지금도 성황당 주변에는 방문객들이 남긴 소망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박달재는 험한 산길로 알려져 있었다.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상인과 나그네들은 성황당에 들러 안전한 여정을 기원하곤 했다. 취재 갔던 날도 굿을 하고 있었다. 지역 주민A씨는 "성황당은 단순한 신앙 공간이 아니라 박달재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천자문 조형물이 전하는 배움의 의미
박달재 광장 한편에는 천자문이 새겨진 대형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천자문은 오랫동안 한자를 배우는 기초 교재로 활용돼 왔으며 우리 전통 교육문화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관광객들은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옛 선비문화와 학문의 정신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실제로 과거 한양으로 향하던 선비들 역시 이 길을 지나며 학문에 대한 꿈을 품었을 것으로 전해진다.

정자에 오르면 펼쳐지는 천등산 절경
박달재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장소는 정상 부근에 마련된 정자다. 나무 계단을 따라 정자에 오르면 제천의 산세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특히 눈앞에 우뚝 솟은 천등산의 풍경은 많은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천등산은 제천을 대표하는 명산 가운데 하나로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취재 당일에도 초록빛 숲으로 덮인 산세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정자에 올라 바라보는 천등산 풍경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진 동호회원들 역시 이곳을 최고의 촬영 명소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특히 가을철 단풍과 겨울 설경이 어우러질 때는 전국 각지에서 사진작가들이 찾아온다.

전설과 역사가 살아있는 박달재
박달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사랑 이야기다. 전설에 따르면 서로 사랑했던 두 사람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이별을 맞게 되었고, 그 애절한 사연은 지금까지 구전되고 있다. 이 이야기는 훗날 대중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의 배경이 되며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고개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과 안내판은 방문객들에게 전설 속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제천의 상징 박달재는 사계절 내내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봄에는 신록이 산을 물들이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방문객들에게 시원한 휴식을 제공한다. 가을에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겨울에는 설경이 장관을 연출한다. 여기에 성황당, 천자문 조형물, 전망 정자, 박달도령과 금봉낭자 전설까지 더해지며 단순한 자연 관광지를 넘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복합 관광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장에서
정자에 올라 천등산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른다. 아래로는 성황당이 보이고, 광장에는 천자문 조형물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뒤로는 오랜 세월 사람들의 사연을 품어온 박달재 옛길이 이어진다. 누군가는 소원을 빌고 누군가는 추억을 남기며 또 누군가는 전설 속 사랑 이야기를 떠올린다. 박달재는 단순히 지나치는 고개가 아니다. 제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