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에 중금속이 줄었다? 찻잎의 숨겨진 능력!

애프터눈 티와 하이티

찻잎 기공이 중금속 제거효과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잠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이에 커피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커피의 소비량은 ‘차(茶)’의 소비량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는 많은 국가에서 차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인 외에도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건강을 목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녹차에는 강력한 항산화제로 알려진 카테킨이 풍부하다. 이 외에도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사포역시 적당량을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다양한 성분이 든 차를, 우리는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을까?

사진 1. 차에는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Shutterstock

일상 곳곳에 스며든 차 문화

우선 차의 원산지는 중국과 인도로 알려져 있다. 정확하게는 중국의 윈난성과 쓰촨성, 인도 아삼의 접경 지역이 차나무의 자생지로 여겨진다. 차를 처음 즐기기 시작한 것은 4,000년 전 중국이라고 알려져 있다. 차를 즐긴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차를 끓이는 과정에서 물이 자연스레 살균되는 것도 큰 이유로 보고 있다. 아무래도 우물이나 강물을 마시던 시절에는 이렇게 찻잎을 넣고 끓여주는 과정이 배앓이를 막는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한편 영국 사람들이 즐기기 시작한 건 17세기 중반부터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수입한 차를 귀족과 왕실에서 즐겼다. 하지만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차 재배에 성공하면서 차의 가격이 저렴해졌고, 대중적인 기호품이 됐다. 이에 영국의 상류층은 늦은 저녁 전까지 공복을 달래려 오후에 가벼운 간식을 먹으며 홍차를 마시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를 즐겼다. 노동 계층은 일과 후 에너지를 보충하고자 식사와 함께 마시는 ‘하이 티(high tea)’가 유행이었다. 즉 당시 영국 사람들은 차를 소화에 좋고, 심신의 안정을 주는 음료로 여기며 식사와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간 셈이다.

사진 2. 과거, 사람들은 차를 끓이면 배앓이를 예방할 수 있고, 차에 함유된 성분 덕분에 배앓이를 예방할 수 있어 차를 즐긴 것으로 추정된다. ⓒshutterstock

찻잎이 필터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차를 마셨을 때의 이점이 한 가지 더 발견됐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이 ‘ACS 식품 과학 및 기술’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차를 끓여 마실 때 물속 중금속 성분도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납, 크롬, 구리, 아연, 카드뮴 등 각종 중금속을 섞은 용액을 만든 후 끓기 직전까지 가열했다. 이후, 시중에서 판매되는 여러 가지 차를 용액에 담가 우려낸 후, 중금속 농도 변화를 확인했다. 이때, 홍차, 백차, 우롱차, 녹차 이외에도 카모마일, 루이보스 등 허브차도 실험에 활용했다.

 

그 결과, 찻잎을 우려낸 모든 용액에서 중금속 농도가 줄어들었다. 그중에서도 홍차가 중금속 제거 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예시로 홍차를 5분간 우려내면 용액 속 납을 15%까지 제거할 수 있었다. 이는 홍차의 발효처리 과정에서 찻잎의 미세한 구멍인 ‘기공’이 열리면서 표면적이 커졌기 때문이다. 찻잎을 갈아 표면적을 늘려도 중금속 흡착력이 늘어났다. 찻잎 종류와 무관하게 찻잎의 양을 늘리거나 우리는 시간을 늘려도 중금속 제거 효과가 커졌다. 다만, 찻잎을 오래 우릴수록 떫은맛이 강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모든 차가 중금속 제거 효과가 탁월한 것은 아니었다. 카모마일 차는 찻잎 대신 표면이 매끈한 꽃잎으로 제작돼 효과가 덜했다. 백차의 경우 찻잎으로 만들어졌지만, 어린싹을 덖지 않고 사용하기 때문에 표면적이 작아 효과가 상대적으로 덜했다.

 

한편 티백 소재도 중금속 제거에 영향을 끼쳤다. 면이나 나일론보다 표면적이 넓은 셀룰로스 티백을 사용한 경우, 중금속 제거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났다. 요즘은 대부분 셀룰로스를 티백 소재로 사용하므로 중금속 제거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셈이다.


 

사진 3. 실험 결과, 홍차의 중금속 제거 효과가 가장 뛰어났다. 또한 같은 차를 우릴 때는 셀룰로스 티백이, 그리고 오래 우릴수록 중금속 제거 효과가 향상됐다. ⓒShutterstock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처럼 수돗물이나 생수를 주로 먹는 곳에서는 큰 효용이 없을지 모른다. 한국의 수돗물과 생수는 중금속 농도가 적어,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연구팀도 “상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필터 효과를 노리고 차를 우려 마실 건 아니다. 찻잎이 중금속을 제대로 흡수하려면, 대략 하루 정도의 시간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대신, 후속 연구가 이어진다면, 찻잎을 표면적이 넓은 물질로서 다른 활용도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볼 수 있다.

 

 

글 : 박재웅 커뮤니케이터,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작성 2026.05.29 20:35 수정 2026.05.2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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