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최하위 보조금 관리 실태를 파헤친 이숙자 시의원이 ‘과도한 자료 요구’라는 황당한 이유로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았다. 부패를 척결하겠다던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개혁 의지가 지역 토호 세력의 압박 앞에 무너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의를 향한 외침, 돌아온 것은 ‘6개월 당원권 정지’
전북 남원시의회 이숙자 의원은 지난 4년간 남원시의 방만한 보조금 집행과 지역 토호 세력의 유착 의혹을 끈질기게 추적해 왔다. 남원시는 전국 지자체 종합 평가에서 보조금 부정 수급 관련 5등급(최하위)을 기록할 만큼 관리 실태가 엉망이었고, 이 의원은 시민을 대신해 이 '검은 커넥션'을 파헤치는 파수꾼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이 의원에게 돌아온 것은 포상이 아닌 ‘징계’였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지난 2024년 5월, 이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 사유는 충격적이게도 ‘과도한 자료 요구’와 ‘권한을 벗어난 개인정보 요청’이었다. 시의원이 시정을 감시하기 위해 자료를 요구한 것이 징계의 근거가 된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이자, 비리를 은폐하려는 세력의 보복성 청원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결과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12년간 53억 원, ‘동편제 마을’과 ‘운봉애향회’의 수상한 보조금
이숙자 의원이 제기한 핵심 비리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영농조합법인 ‘동편제 마을’에 대한 특혜 의혹이다.
해당 법인은 농촌 체험시설 건립 명목으로 12년간 무려 53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실상은 시 소유 건물을 사유화하여 제3자에게 임대하고, 카페와 음식점, 숙박업을 무허가로 운영하며 약 8억 4천만 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이 해당 법인의 대표는 자격 요건인 남원 거주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는 ‘사단법인 운봉애향회’가 운영하는 지리산 허브밸리 내 눈꽃 썰매장 문제다.
운봉애향회는 남원시 공유 시설을 운영하며 매년 2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으나, 시에 납부한 사용료는 고작 230만 원 수준이었다. 그러면서도 별도의 지방보조금을 지원받았으며, 이 의원의 회계 자료 공개 요청을 거부하며 시의회의 정당한 감시를 회피해 왔다.
지역 토호와 4선 의원의 압박... "그걸 왜 해?"
이 의원의 정당한 의정 활동은 시작부터 거센 압박에 시달렸다.
녹취록과 보도 자료에 따르면, 운봉읍 지역구 4선 의원인 윤지홍 의원은 2023년 1월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단체에서 자꾸 불만이 생기는데 그걸 왜 하냐"며 자료 요청 자제를 압박했다. 시민들이 알고 싶어 하니 답변할 의무가 있다는 이 의원의 반박에도 윤 의원은 "단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냐"며 사실상 비리 조사를 막아섰다.
징계를 청원한 인물들의 면면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이 의원을 징계해달라고 요청한 장 모 씨는 운봉애향회 전 회장이자 윤지홍 의원의 고향 친구로 알려졌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본인이 직접 도당을 방문해 압박을 가했고, 당시 한병도 전북도당 위원장 측에 편지를 보내 징계를 촉구했다고 과시하기까지 했다. 지역 토호 세력과 다선 의원이 결탁해 초선 의원의 입을 막으려 한 정황이 명백히 드러난 셈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클린 선거’는 허구인가?
가장 뼈아픈 대목은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의 태도다.
정청래 대표는 최근 ‘클린 선거 암행어사단’을 발족하며 공천 비리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하지만 정작 내부에서 부패를 고발한 의원이 토호 세력의 농간에 의해 징계를 당하는 상황은 방치되고 있다.
이숙자 의원과 통화한 한병도 원내대표는 "자료를 요구했다고 징계가 됐느냐"며 의아해하면서도, 구체적인 진상 파악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비리를 파헤친 이에게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토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징계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이 정청래 대표가 말하는 ‘공천 개혁’의 본모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남원시 보조금 비리 수사 및 부패 연루자 징계 촉구
남원시는 현재 모노레일 사업 실패로 600억 원대 손실 위기에 처해 있으며, 최경식 시장은 학력 위조 의혹과 인사 비리 혐의로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는 등 시정 전반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낸 이숙자 의원을 징계하는 것은 남원시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행위와 다름없다.
수사 당국은 즉각 남원시 보조금 집행 과정 전반에 대한 고강도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특히 53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 ‘동편제 마을’과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는 ‘운봉애향회’의 회계 불투명성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이숙자 의원에 대한 억울한 징계를 즉각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 비리 고발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정당은 공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부조리한 토호 세력의 편에 서서 의정 활동을 방해한 윤지홍 의원 등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남원판 ‘춘향전’에서 변학도는 누구이며, 진정한 암행어사는 누구인가?
민주당이 끝내 이숙자 의원을 외면한다면, 국민들은 민주당이 ‘암행어사’가 아닌 ‘변학도’의 편에 서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정의로운 고발자가 눈물 흘리는 정치는 이제 끝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