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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칼럼] 111화 햄버거를 통해 배우는 마음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아이의 솔직함 앞에서 웃을 수 있는 부모의 마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받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야근 끝에 들려온 저녁 이야기

며칠 전, 회사에서 야근을 하게 되어 회사 식당에서 저녁을 간단히 해결했다. 식사를 하며 집에 있는 아내에게 저녁은 무엇을 먹을 예정인지 물었다. 아내에게 답변이 왔다. 아들이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해서 이미 햄버거를 주문했다고 말이다. 그 말만으로도 집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아빠 빼고 먹자”라는 한마디

아내는 이어서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다. 
“내가 아들에게 ‘오늘 아빠 늦게 오니까 그럼 아빠랑 내일 같이 먹자’고 했더니, 그냥 먹자고 하더라.” 

그리고 아들의 대답은 이랬다고 한다.
“그냥 먹자. 아빠 빼고 먹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왠지 모르게 웃음이 먼저 나왔다. 서운함보다는 아이의 솔직함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직접 들은 이유는 더 단순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웃으며 물었다.
“왜 아빠 빼고 먹었어?”
아들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먹고 싶으니까.”
그 대답은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아이답고 솔직해서 괜히 한 번 더 웃음이 났다.

 

자연스럽게 떠오른 나의 어린 시절

그 순간, 나의 어린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나 역시 맛있는 것이 생기면 부모님을 먼저 떠올리기보다 내 입부터 챙기던 아이였다. 나누기보다는 혼자 먹고 싶었던 기억도 많았다. 그때의 내 모습이 부모님께는 혹시 서운하지 않으셨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 떠오른 하나의 답

하지만 곧 이런 답이 떠올랐다. 아니었을 것이라고. 부모님은 이미 충분히 드실 수 있는 어른이었고, 무엇보다 자식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 분들이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나는 이제서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햄버거 하나가 건네준 깨달음

아이의 대답과 웃음을 바라보다가, 나는 부모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자식은 어른처럼 배려하지 않아도, 솔직한 마음만으로도 사랑받아도 되는 존재라는 사실 말이다. 그 깨달음이 마음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사랑은 기대보다 깊은 곳에 있다

또한 부모는 자식에게서 무엇을 얻기보다, 자식이 편안하게 웃고 자기 마음을 숨기지 않는 모습을 보며 만족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아빠 빼고 먹자”고 말했을 때 서운함이 아닌 미소가 나온 이유는, 아마도 그 말을 사랑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내 안에 조금은 쌓여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가 되어 이해하게 된 마음

그리고 그 순간, 나 역시 나의 부모님이 나를 바라보며 품었을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이의 솔직함 앞에서 웃어주던 그 마음, 부족함보다 충분함을 먼저 느끼던 그 마음 말이다.

 

작은 일상에서 배우는 큰 감정

햄버거 하나를 통해 나는 또 하나의 마음을 배웠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나누지 않아도 줄어들지 않고, 받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쩌면 부모의 사랑은 늘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상대의 배려를 먼저 바라고 있는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사랑은 부족함이 아니라 충분함에서 시작된다

아마 다음에도 아들은 또 말할지도 모르겠다. “아빠 빼고 먹자”고. 그 말이 나올 때마다 나는 오늘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웃게 될 것 같다. 햄버거 하나를 통해 배운 이 마음을 오래 기억하면서 말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2.08 14:33 수정 2026.02.08 15:14

RSS피드 기사제공처 : 보통의가치 미디어 / 등록기자: 김기천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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