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학교 현장체험학습의 안전성과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종합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교육부는 5월 28일 ‘안전한 환경 속 배움이 숨 쉬는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학교와 교사의 현장체험학습 운영 부담을 줄이면서 학생들의 체험학습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강원도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이후 학교 현장에서 수학여행과 수련회 등 체험학습 운영이 위축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시도교육청 수련회 및 수학여행 실시율은 전체 기준 2023년 63.2%, 2024년 65.7%에서 2025년 62.2%로 낮아졌다. 특히 초등학교는 2025년 실시율이 48.1%로 떨어졌으며, 서울 7.7%, 경기 9.7%, 인천 13.6%, 대전 4.0%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실시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현장체험학습 축소가 학생의 교육기회 제한과 학교 구성원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안전사고 책임 부담을 줄이는 법적 장치와 학교 행정업무를 덜어주는 지원체계를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지원 방안의 핵심 방향은 세 가지다. 첫째, 안전한 체험활동 환경을 조성한다. 둘째, 학교와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지원체계를 개선한다. 셋째, 교육과정과 연계된 배움이 있는 체험학습을 활성화한다.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교사 보호 체계 강화다. 교육부는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와 관련해 교사의 면책 범위가 대폭 확대되고 기준이 명료화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 학교안전법 개정을 추진한다.
개정 방향은 교육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 교사와 학교장, 보조인력이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 배제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령 정비를 추진한다.
또한 사전 예방조치를 면책 요건에 포함하고, 학교 안전사고관리 지침에 사전예방 활동 기준을 명시할 계획이다. 이는 교사가 안전조치와 예방조치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법적 분쟁에서 보다 명확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안전사고 발생 이후 교사를 지원하는 법률 지원체계도 강화된다. 교육부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육청 전담팀이 즉각 사고 수습을 지원하고, 피해 보상과 심리치료 등 통합적 사후 조치를 수행하는 원스톱 밀착형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사안 발생 초기부터 전담변호사를 지정해 법률상담부터 소송 대응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국가책임형 법률 대응도 추진한다. 교원이 희망할 경우 민사소송 대리와 형사소송 방어권 보장을 위한 변호사 선임을 지원한다. 다만 고의나 중과실이 명백한 경우는 제외된다.
특이 민원 대응도 기관 중심으로 전환된다. 교사 개인 연락처를 통한 민원 접수를 차단하고, 학교민원대응팀을 중심으로 학교 차원의 일원화 대응을 강화한다. 특이 민원은 학교장이 거부하거나 종결 처리할 수 있으며, 학교에서 대응이 어려운 사안은 교육지원청으로 이첩하거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전문 보조인력 배치도 확대된다. 교육부는 현장체험학습 보조인력 배치 기준을 기존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추진한다. 학급 규모와 학생 특성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되, 교육청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교육지원청에는 현장체험학습 전담인력을 확보해 학교와 전문 보조인력을 직접 매칭하는 등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인다. 소방청, 경찰청 등 안전 관련 기관과 협력해 응급 구호 역량을 갖춘 보조인력도 확대한다. 심폐소생술, 안전사고 예방과 대처, 학생 인솔 등에 관한 온라인 연수과정도 올해 하반기 개발될 예정이다.
사전 안전점검 지원도 강화된다. 교육부는 제주, 경주, 강화, 순천 등 일부 지자체가 운영 중인 ‘안심수학여행 서비스’를 수학여행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학교가 신청하면 숙박시설, 음식점, 체험시설 등에 대해 전문가 합동점검단이 사전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차량 안전점검도 강화된다. 봄과 가을 현장체험학습 집중 기간에는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등이 참여하는 교통안전 합동 현장점검을 추진한다. 전세버스공제조합과 협력해 학교장이 요청할 경우 차량 출발 전 안전 전문가가 학교를 방문해 차량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방안도 확대된다.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 교육지원청 중심의 현장 지원체계도 구축된다. 교육부는 모든 교육지원청에 현장체험학습 전담인력을 배치해 안전점검, 차량 임차, 보조인력 배치, 계약체결 등 단위학교의 행정업무를 지원할 계획이다. 관련 전담인력은 2026년 30명에서 2027년 200명으로 확대한다.
경기, 세종, 인천 등 일부 교육청의 우수사례도 확산된다. 경기교육청은 교육지원청이 버스 임차, 보조인력 배치, 체험처 연계, 계약체결 등을 종합 지원하는 선도지역을 운영하고 있다. 세종은 읍·면 지역 소규모학교 수학여행 통합계약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은 학교지원단이 권역별 전세버스 계약업무를 수행하고, 학교는 ‘체험e든든’ 플랫폼을 통해 현장체험학습 운영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인천은 2026년 기준 전세버스 2,246대와 안전요원 2,747명을 지원할 예정이다.
민간 종합 패키지 활용도 확대된다. 교육부는 계약업체가 숙식, 차량, 프로그램 운영, 안전관리까지 책임지는 현장체험학습 패키지 상품을 확대해 교사가 학생 교육활동과 특이 사항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조달청, 한국여행업협회 등과 협력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의 ‘맞춤형 수학여행 서비스’ 상품도 확대한다. 학교가 비용, 인원, 코스 등을 반영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하면 업체가 제안서를 제출하고, 학교가 평가 후 계약하는 방식이다.
현장체험학습 통합 지원 플랫폼도 구축된다. 교육부는 창의교육넷 크레존 기능을 고도화해 우수 체험처 안내, 보조인력 관리, 학교 맞춤형 프로그램 설계 등을 지원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플랫폼에는 국내외 우수 체험처, 지자체 운영 프로그램, 안전 인증 시설, 활용 후기 등이 통합 제공된다. 보조인력 희망자의 온라인 교육 이수와 전국 단위 보조인력 통합 관리, 구인·구직 매칭도 지원한다. 활동 목적, 지역, 날짜, 인원, 안전·식단·숙소 요구사항 등을 입력하면 프로그램과 숙식, 이동 경로를 추천하는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도 제공된다.
향후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현장체험학습 계획서, 사전답사 및 안전관리 계획, 학부모 안내서, 결과보고서 등 기본 문서를 간단히 작성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2026년 표준 서식 체계를 마련하고, 2027년 시범운영을 거쳐 2028년부터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체험학습 내실화도 추진된다. 교육부는 단순 견학이나 놀이 중심 체험학습을 지양하고, 교실 수업과 현장 활동, 탐구 학습, 사후 활동이 연결되는 지역 기반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전통시장에서 배우는 우리 고장의 생활과 경제’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사전 수업에서 조사 주제와 질문을 정하고, 현장에서 상인 인터뷰와 가격 비교, 시장 이용자 관찰을 진행한 뒤, 사후 활동으로 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우리 동네 시장 소개자료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지역 전문 해설 인력 지원도 확대된다. 학생과 동행하며 지역의 역사, 문화, 지리적 특성을 안내하는 전문 해설사를 지원해 체험학습의 교육적 효과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교육청 소속 교육기관의 체험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학생수련원, 안전체험관 등 교육기관이 시설 개방과 프로그램 제공에 그치지 않고, 안전관리 인력, 이동 차량, 숙박시설까지 일괄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향이다.
인천학생교육원의 경우 흥왕체험학습장, 서사체험학습장, 해양환경체험학습장, 국화리학생야영장 등 체험학습장별 지역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이 예시로 제시됐다. 대구교육청은 8개 거점 기관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역사탐방, 생태환경, 창의융합, 세계시민, 도서인문, 시공간탐험, 미래직업 등 8개 주제별 학습을 제공하는 모델을 운영한다.
교육부는 향후 학교안전법 개정, 안전점검 강화, 체험학습 상품 개발, 통합 지원 플랫폼 구축, 보조인력 온라인 연수 프로그램 개발, 현장체험학습 매뉴얼 개선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방안은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안전 책임과 행정 부담을 교사 개인에게 집중시키지 않고,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지자체, 유관기관이 함께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생에게는 안전하고 의미 있는 체험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교사에게는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