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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거림 뒤에 숨은 불안” — PCIT에서 부모가 칭찬을 거부하는 이유

“칭찬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선택적 함묵증과 부모-아이 상호작용의 긴장

저항은 문제가 아니라 치료의 핵심이다

[놀이심리발달신문] “오글거림 뒤에 숨은 불안” — PCIT에서 부모가 칭찬을 거부하는 이유  홍수진 기자

“칭찬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그렇게까지 말해야 하나요?” 부모코칭 현장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아이가 블록을 하나 쌓았을 뿐인데, “와, 블록을 천천히 하나씩 쌓았네. 정말 집중했구나”라고 말하는 것이 부모에게는 낯설고, 심지어는 ‘오글거린다’고 느껴진다. 선택적 함묵증 아동을 둔 부모일수록 이 반응은 더 강하게 나타난다.

 

PCIT(Parent-Child Interaction Therapy)는 ‘구체적 칭찬’을 핵심 기술로 삼는다. 아이의 행동을 즉각적으로 포착하고, 그 행동을 언어로 명확히 반영해 주는 것. 이 단순해 보이는 기술이 아이의 불안을 낮추고 상호작용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아이보다 먼저 막히는 지점이 있다. 바로 부모의 입이다.

 

부모는 알고 있다. 칭찬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몸이 거부한다. “이건 너무 과장된 것 같아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어색해요.” 이 ‘오글거림’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 뒤에는 더 깊은 심리적 구조가 숨어 있다. 우리는 이 저항을 단순히 설득으로 넘기려 하지만, 사실 이 지점은 치료의 핵심 전환점이다.

 


선택적 함묵증과 부모-아이 상호작용의 긴장

 

선택적 함묵증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문제가 아니다. 특정 상황에서 극심한 불안을 느끼며 언어 표현이 차단되는 상태다. 이때 아이는 ‘말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불안을 조절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부모와의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부모는 점점 더 조심스러워진다. 

 

아이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말을 줄이고, 대신 눈치를 본다. 그러다 보면 상호작용은 점점 ‘안전하지만 비어 있는’ 상태가 된다. 말이 적고, 감정 표현이 줄어들며, 관계의 온도는 낮아진다. 이런 맥락에서 PCIT는 부모에게 적극적인 언어 개입을 요구한다.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행동을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기술적 언어’를 사용하라고 한다. 

 

그러나 기존의 상호작용 패턴과 정반대의 방향이다. 그동안 줄여왔던 표현을 다시 늘리고, 감정을 언어로 드러내야 한다. 여기서 부모는 충돌을 경험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까지 말하는 게 맞나?” 이 불편함은 단순한 낯섦이 아니라, 그동안 형성된 관계 패턴과 자기 정체성이 흔들리는 경험이다. 

 


‘오글거림’이라는 감정의 심리학

 

부모가 말하는 ‘오글거림’은 사실 세 가지 층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문화적 요인이다. 한국 사회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칭찬에 익숙하지 않다. “잘했어” 정도는 괜찮지만, “네가 눈을 맞추고 천천히 말하려고 노력했구나” 같은 표현은 과하게 느껴진다. 이는 언어 사용의 사회적 규범과 연결된다.

 

둘째, 개인적 경험이다. 많은 부모가 어린 시절 충분한 구체적 칭찬을 경험하지 못했다. 감정 표현이 절제된 환경에서 자란 경우, 언어적 칭찬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연기해야 하는 것’이 된다. 

 

셋째, 불안의 투사다. 아이의 불안은 부모에게 전염된다. 부모 역시 평가받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 “이게 효과가 있을까?” 이 자기의심은 ‘오글거림’이라는 감정으로 포장되어 나타난다.

 

결국 ‘오글거림’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문화, 경험, 불안이 결합된 복합적인 심리 반응이다.

 


저항은 문제가 아니라 치료의 핵심이다

 

많은 코칭에서 이 지점을 ‘설득’으로 넘기려 한다. “처음엔 다 어색해요”, “익숙해지면 괜찮아져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부모의 저항은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이해하고 다뤄야 할 ‘치료의 핵심 데이터’다.

 

첫째, 저항은 부모의 현재 정서 상태를 보여준다. 오글거림이 강할수록, 감정 표현에 대한 억압이 크다. 이는 아이와의 상호작용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둘째, 저항은 관계의 방향을 알려준다. 칭찬이 어색한 관계는 대개 ‘평가 중심’이다. 행동을 관찰하기보다 결과를 판단해 왔다. PCIT는 이 관점을 ‘관찰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셋째, 저항을 다루는 과정 자체가 치료다. 부모가 “이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를 탐색하는 순간, 이미 변화는 시작된다.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 습관과 감정 구조를 재구성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코칭에서 중요한 것은 ‘칭찬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칭찬이 왜 어려운지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의 침묵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

 

선택적 함묵증 아이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침묵은 비어 있지 않다. 불안, 긴장, 그리고 관계에 대한 신호로 가득 차 있다. 부모는 그 앞에서 두 가지 선택을 한다. 함께 침묵하거나,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거나. PCIT는 세 번째 길을 제시한다. ‘의도적으로, 구체적으로, 따뜻하게 말하는 것.’

 

그 과정에서 부모는 자신과 마주한다. 왜 나는 이 말을 어려워할까. 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색할까. 이 질문을 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치료는 결국 부모의 언어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글거림은 사라져야 할 감정이 아니다. 그 감정은 변화의 입구다. 아이의 침묵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부모의 언어를 다시 배워야 한다.

작성 2026.05.03 00:26 수정 2026.05.0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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