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100세 시대와 다중단계 생애 구조의 변화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직업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커리어를 설계해야 할까.

나이와 직업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과거에는 나이에 따라 삶의 단계가 명확히 구분됐다. 20대에는 배움, 30~40대에는 안정적 직장, 50대 이후에는 은퇴라는 공식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평균 수명 증가와 기술 발전, 그리고 개인 가치관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퍼레니얼(perennial)’이라는 새로운 인간상이 부상하고 있다.
퍼레니얼은 특정 세대가 아니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커리어 가소성(career plasticity)’이다. 이는 하나의 직업에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역할과 정체성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능력을 뜻한다. 이 두 개념이 결합되면서 직업의 의미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다. 이제 직업은 선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이 되고 있다.
나이를 초월하는 퍼레니얼의 부상
퍼레니얼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변화를 반영하는 핵심 개념이다. 미국의 트렌드 분석가 지나 펠리치아(Gina Pell)가 처음 제시한 이 용어는, 나이가 아닌 ‘태도와 행동’으로 개인을 정의한다는 점에서 기존 세대 구분과 차별화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40대에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거나, 60대에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 선택이 아니라 경제 구조와 노동 시장 변화의 결과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학습과 전환의 장벽을 낮췄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과 원격 근무 환경은 누구나 언제든지 새로운 분야로 이동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결국 퍼레니얼은 ‘늙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업데이트하며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커리어 가소성, 직업의 개념을 재구성하다
커리어 가소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한 직장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는 것이 안정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경험과 전환이 경쟁력이 된다. 이 개념은 뇌의 ‘가소성(plasticity)’에서 차용된 것으로, 환경 변화에 따라 구조와 기능이 바뀌는 특성을 의미한다. 이를 커리어에 적용하면, 개인이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자신의 역할을 재구성하는 능력을 뜻한다.
특히 플랫폼 경제와 프리랜서 시장의 확장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나의 직업이 아니라 여러 개의 직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포트폴리오 커리어’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직업 안정성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 안정은 더 이상 한 직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기업이 마주한 새로운 인재 패러다임
기업 역시 이러한 변화를 피할 수 없다. 과거에는 특정 직무에 특화된 인재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경험과 유연성을 갖춘 인재가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 특히 프로젝트 기반 조직 구조가 확산되면서, 직원들은 고정된 역할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조직 내에서도 커리어 가소성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또한 기업은 직원의 지속적인 학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내 교육, 리스킬링(reskilling), 업스킬링(upskilling)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다. 결국 기업과 개인 모두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개인이 준비해야 할 생존 전략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개인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을 하나로 고정하지 않는 것’이다. 직업은 더 이상 명사가 아니라 동사에 가깝다.
첫째, 지속적인 학습이 필수다. 기술과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둘째,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경력 나열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경험을 연결하는 능력이다.
셋째, 네트워크와 협업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커리어 가소성 시대에는 혼자보다 함께하는 것이 더 큰 가치를 만든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더 풍부한 삶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직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형태가 바뀔 뿐이다
퍼레니얼과 커리어 가소성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이는 노동시장과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변화하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직업은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과정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태도이며, 안정이 아니라 적응이다. 퍼레니얼과 커리어 가소성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변화하고 있는가?”
커리어는 한 번의 선택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커리어온뉴스는 변화하는 커리어의 흐름을 해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