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랑문화재단 시청각실에서 열린 이번 특강은 현장의 온도부터 달랐다. 지난 17일 진행된 ‘윤보영 시인의 감성시 쉽게 쓰기 전략’ 초청 강연은 한국디카시인협회 이운파 기획위원이 운영하는 ‘이운파 실전 디카시 스터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날 자리에는 스터디 참여자와 한국문인협회 회원 등 30여 명이 모여 실제 창작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강의를 듣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강의는 이론보다 체감에 가까웠다. 윤보영 시인은 감성시를 어렵게 접근하기보다 “느끼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아하시’를 사례로 제시하며, 현실에서 마주한 난감한 순간이 생각의 전환을 통해 감탄으로 바뀌는 지점을 시로 포착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짧지만 강한 울림을 남기는 디카시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참석자들의 공감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이어졌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정을 붙잡아 짧은 언어로 압축하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는 작업이 곧 디카시의 본질이라는 설명에 분위기는 한층 집중됐다. 윤 시인은 “시를 잘 쓰겠다는 욕심을 내려놓는 순간, 오히려 더 좋은 문장이 나온다”며 “힘을 빼고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이운파 기획위원의 실전 강의도 이어졌다. 그는 감성시의 정서를 디카시 형식으로 확장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짚으며 작품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포인트를 설명했다. 단순한 표현을 넘어서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한 줄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이미지와 문장의 결합이 어떻게 메시지를 강화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사례 중심으로 진행된 강의는 참가자들에게 즉각적인 이해를 도왔다.
강의 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어디까지 줄여야 하는가’, ‘감정과 설명의 경계는 어디인가’와 같은 질문에 윤 시인은 “설명은 줄이고 여백을 남겨야 한다”며 “독자가 채워 넣을 공간을 남기는 것이 좋은 시”라고 답했다. 현장은 짧은 문장 하나에도 긴 고민이 필요하다는 공감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눈에 띄는 장면도 있었다. 윤보영 시인은 참여자들의 긴장을 풀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액자로 제작해 선물하고, 도서를 증정하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형식적인 강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덕분에 참여자들의 표정도 한층 부드러워졌고, 강의 후반으로 갈수록 질문과 의견이 활발해졌다.
이운파 기획위원은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명강사를 초청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특강은 단순한 강연을 넘어 감성시와 디카시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읽힌다. 짧은 문장 안에 감정을 압축하는 시대, 표현의 밀도를 고민하는 창작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한 자리였다. 무엇보다 ‘잘 쓰려는 마음’보다 ‘느끼려는 태도’가 먼저라는 메시지는, 현장을 찾은 이들의 손에 오래 남을 문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