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경전을 놓고 학자마다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일이 있다. 이것은 경전이 모순되어서가 아니다. 경전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동양 경학 2,500년의 역사는 세 가지 방법론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훈고(訓詁), 의리(義理), 고증(考證)이 그것이다. 이 세 방법론은 단순한 학문 기술이 아니다. 각각은 진리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철학적 태도를 반영한다. 글자에서 진리를 찾을 것인가, 원리에서 찾을 것인가, 아니면 역사 속에서 검증할 것인가. 이 세 질문이 경학 2,500년의 논쟁을 만들었다. 이 세 방법론을 이해하면 동양 지성사의 흐름이 한눈에 보인다.
훈고학(訓詁學)은 글자를 해부하는 학문이다. 훈고학은 경전의 글자와 문장을 정확히 풀이하는 방법론이다. 훈(訓)은 말의 뜻을 설명하는 것이고, 고(詁)는 옛말을 현재의 언어로 해석하는 것이다. 한(漢)나라 학자들이 이 방법론을 체계화했다. 그들의 문제의식은 단순했다. 공자가 살던 시대의 언어와 한나라의 언어는 이미 크게 달라져 있었다. 경전의 글자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아무리 깊은 해석도 모래 위의 성이다. 훈고학자들은 한 글자에 수십 줄의 주석을 달았다. 정현(鄭玄)은 오경 전체에 주석을 달았고, 허신(許慎)은 한자 9,353자를 해설한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저술했다. 훈고학의 강점은 정확성이다. 약점은 나무를 보느라 숲을 놓친다는 점이다. 글자 해석에 집착하다 경전이 담은 큰 원리를 놓치는 경우가 생겼다.
의리학(義理學)은 경전에 담긴 철학적 원리를 탐구하는 방법론이다. 송(宋)나라 성리학자들이 개척했다. 그들은 훈고학의 한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글자만 안다고 해서 성인의 뜻을 알 수는 없다. 성인이 전달하려 한 것은 글자가 아니라 도(道)다. 주돈이·정이·주자로 이어지는 성리학자들은 경전에서 리(理)·기(氣)·성(性)·정(情)의 원리를 끌어냈다. 주자의 사서집주(四書集注)는 이 방법론의 결정판이다. 의리학의 강점은 깊이다. 경전을 우주론·심성론·정치론과 연결하여 거대한 철학 체계를 만들었다. 약점은 경전 본래의 뜻과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철학을 경전에 투영하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고증학(考證學)은 경전의 진위와 판본을 역사적으로 검증하는 방법론이다. 청(淸)나라 학자들이 집대성했다. 그들의 비판 대상은 주로 성리학이었다. 성리학자들이 경전을 자신들의 철학적 선입견으로 읽었다는 것이다. 고증학자들은 판본을 비교하고, 역사적 사실을 대조하고, 언어 변천을 추적했다. 대진(戴震)·단옥재(段玉裁)·왕념손(王念孫) 같은 학자들이 경전의 오류와 위작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고증학의 강점은 객관성이다. 주관적 해석을 배제하고 증거에 기반한다. 약점은 철학적 깊이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전을 역사 문서로만 읽다 보면 그 안의 살아 있는 진리를 놓친다.
훈고·의리·고증, 이 세 방법론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한다. 훈고 없는 의리는 허공 위의 철학이다. 의리 없는 훈고는 사전 편찬에 그친다. 고증 없는 경학은 오류 위에 선 지식이다. 가장 위대한 경학자들은 세 방법론을 통합했다. 정약용이 그 예다. 그러나 선천의 경학은 이 세 방법론을 아무리 정교하게 구사해도 채울 수 없는 빈자리가 있었다. 경전을 연구하는 방법은 발전했으나, 경전 자체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완성된 경전은 하늘이 내려준다. 도전(道典)이 그 완성된 경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