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인류는 그동안 축적해 온 기술과 인프라로 위기에 대응해 왔다. 대규모 방조제, 콘크리트 제방, 인공 배수 시스템 등은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대표적인 해법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인공 중심 대응’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자연 자체를 활용한 해결 방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자연기반해법(NbS, Nature-based Solutions)’이다.
자연기반해법은 숲, 습지, 바다와 같은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거나 보존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맹그로브 숲은 해일과 태풍의 충격을 흡수하고, 습지는 폭우 시 물을 저장해 홍수를 완화하며, 도시 숲은 열섬현상을 줄여 폭염 피해를 낮춘다. 즉, 자연은 스스로 기후 리스크를 흡수하고 완충하는 ‘살아있는 인프라’로 기능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경제적 가치로도 이어지고 있다. 자연 생태계가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기능은 탄소배출권 시장과 연결되며, 이는 곧 새로운 자산으로 평가된다. 특히 해안 숲과 습지는 ‘블루카본’의 핵심 기반으로,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는 동시에 해안 재난을 막는 이중 효과를 지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기후 대응 전략이 ‘기술 중심’에서 ‘자연과 기술의 결합’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습지 복원, 도시 녹지 확대, 해안 숲 조성 등 자연기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와 정책 지원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을 고려할 때, 해안 숲과 갯벌, 습지 등 자연 자산을 활용한 기후 대응 전략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미 해안 숲 복원과 갯벌 보호 정책을 통해 탄소 흡수와 재난 대응을 동시에 강화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단법인 해안 숲 보존협회의 백정애 회장(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자연숲치유학과)은 “이제 자연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핵심 전략 자산”이라며 “해안 숲과 습지, 바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복원하는 것이 곧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변화하고 있다. ESG 경영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탄소 감축뿐 아니라 자연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이미지 개선을 넘어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연이 곧 비용을 줄이고 미래 위험을 낮추는 ‘보이지 않는 보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자연기반해법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과학적 측정과 평가 기준이 아직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또한 개발과 보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은 분명하다. 기후위기의 규모가 커질수록 인공 구조물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으며, 결국 자연과 함께하는 방식이 가장 지속가능한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질문은 단순하다. ‘얼마나 더 기술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자연을 어떻게 활용하고 복원할 것인가’다. 기후위기 시대, 생존의 해답은 결국 자연 속에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