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 동화 - 9편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학교 뒤편 산에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이 운동장으로 날아들었다.
수업이 끝난 뒤, 지훈이는 교실 창가에 혼자 앉아 있었다.
아까 친구 민수가 한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오늘 사회 시간이었다.
선생님이 칠판에 ‘예수’라고 썼다.
“예수는 어떤 사람일까요?”
아이들이 저마다 말했다.
종교 지도자, 역사적 인물, 성경에 나오는 사람.
지훈이는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손을 들었다가, 천천히 내렸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말로 하려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민수가 말했다.
“그냥 옛날 사람 아니야? 2000년 전에 살았던.”
지훈이는 아니라고 말하려다 멈췄다.
‘아니면, 뭐지?’
그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몇 년이나 교회를 다녔는데,
정작 자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집으로 돌아오던 길,
지훈이는 교회 앞을 지나갔다.
마당에서 목사님이 낙엽을 쓸고 있었다.
쓸린 낙엽들이 한쪽으로 모였다가,
바람이 불면 다시 흩어졌다.
“지훈이구나. 왜 그렇게 생각이 많아 보여?”
지훈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목사님, 예수님이 어떤 분이에요?”
목사님은 빗자루를 멈췄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나한테 묻는 거야, 아니면 네가 궁금한 거야?”
지훈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둘이 다르다는 걸, 그제야 처음 느꼈다.
목사님은 벤치에 앉으며 말했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어.”
낙엽 하나가 발밑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제자들이 뭐라고 했어요?”
“어떤 사람은 세례 요한, 어떤 사람은 예언자라고 했지.”
목사님은 잠시 멈췄다.
그리고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다음 질문이 중요해.”
지훈이는 숨을 죽였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바람이 불었다.
쌓여 있던 낙엽이 다시 흩어졌다.
지훈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느냐가 아니라,
나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잠시 후 지훈이가 물었다.
“목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목사님은 웃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말을 했다.
“나도 평생 그 질문 앞에 서 있어.”
지훈이는 고개를 들었다.
“어떤 날은 분명한 것 같고, 어떤 날은 잘 모르겠어.”
목사님은 손에 쥔 낙엽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래도 자꾸 다시 묻게 되더라.”
그 말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정답이 아니라, 함께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날 밤이었다.
지훈이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성경책을 꺼냈다.
오랫동안 손대지 않았던 책이었다.
조심스럽게 펼쳤다.
글씨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읽었다.
한 줄, 또 한 줄.
멈추지 않고 계속 읽었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등굣길에서 민수가 다가왔다.
“어제 그 질문 계속 생각했어?”
“응.”
“그래서 결론 뭔데?”
지훈이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직 몰라.”
민수는 웃으며 말했다.
“그게 뭐야.”
지훈이도 같이 웃었다.
그런데 어제와는 조금 달랐다.
모른다는 게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질문 앞에 제대로 서 있기 때문에
모르는 것 같았다.
학교 가는 길,
낙엽이 발밑에서 바삭거렸다.
바람이 불 때마다
길 위의 낙엽들이 다시 흩어졌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그 질문은
오래된 질문이 아니었다.
지금도,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계속되고 있는 질문이었다.
지훈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직 모르지만,
그 질문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몰라도,
나는 지금 그 질문과 함께 걷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