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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라는 이름의 양날의 검이 빚어낸 거대한 비극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3)

완벽한 환경 속에서 시작된 인간의 자율성

신뢰의 파기가 가져온 치명적인 실존적 추락

상실된 낙원의 폐허 위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서사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13문

 

Q. 13. Did our first parents continue in the estate wherein they were created? A. Our first parents, being left to the freedom of their own will, fell from the estate wherein they were created, by sinning against God.
문 13. 우리의 첫 조상이 창조함을 받은 본래의 상태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습니까? 답. 우리의 첫 조상은 자기들의 자유의지에 내버려진 바 되어 하나님께 죄를 범함으로써 창조함을 받은 본래의 상태에서 타락하였습니다.


내가 깨달은 것은 오직 이것이라 하나님은 사람을 정직하게 지으셨으나 사람은 많은 꾀들을 낸 것이니라(전 7:29)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들어왔나니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롬 5:12)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창 3:6)

 

AI 이미지 (제공: 미디어 울림)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한 단어는 단연 '자유'일 것이다. 인류는 자유를 얻기 위해 혁명을 일으키고 피를 흘려왔지만, 역설적으로 그 자유가 인류를 가장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기도 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13문은 인류의 첫 단추가 어떻게 잘못 끼워졌는지를 다루며, 그 원인을 신의 설계 결함이 아닌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지'에서 찾는다. 창조주가 인간을 자신의 형상대로 지으셨다는 것은 인간을 단순한 본능의 노예나 입력된 대로 움직이는 '오토마톤(Automaton)'으로 만들지 않으셨음을 의미한다. 신은 인간에게 '실수할 수 있는 자유'까지 허용할 정도로 인간의 인격적 주체성을 존중하셨다. 이것이 바로 소요리문답이 표현한 '자기들의 자유의지에 내버려진 바 되어'라는 문구의 참된 의미다.

 

아담과 하와의 타락은 단순한 도덕적 과실을 넘어선 '실존적 반역'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는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라고 말했다. 선택의 자유에는 반드시 그에 따르는 책임의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에덴동산이라는 완벽한 환경, 부족함 없는 결핍의 부재 속에서도 인간은 왜 굳이 '금지된 것'을 선택했을까? 이는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자기 신격화'의 욕망을 보여준다. 신이 설정한 경계선을 넘어 스스로 선악의 기준이 되려 했던 인간의 선택은, 창조주와의 인격적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건강한 의존성을 거부하고 독선적인 독립을 선택함으로써 발생하는 '관계적 소외'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비극적인 선택을 현대 관점에서 보자면, 비즈니스 세계의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주인(Principal)인 '신'은 대리인(Agent)인 인간에게 세상을 다스릴 막대한 권한과 자원을 위임했다. 그리고 단 하나의 핵심적인 계약 조건인 '순종'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리인은 주인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권한을 남용했고, 결국 계약은 파기되었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가 주창한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처럼, 인간은 무한한 선택지 앞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보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다. 그 결과로 얻은 것은 해방이 아니라, 창조 질서로부터의 이탈이라는 뼈아픈 '타락'이었다. 타락이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궤도를 이탈한 행성이 우주의 미아가 되듯, 신의 통치 아래 머물기를 거부한 인간은 존재의 근원을 상실한 방랑자가 되었다.

 

 

문학적으로 이 사건은 '존 밀턴(John Milton, 1608-1674)'의 『실낙원(Paradise Lost)』에서 가장 웅장하게 묘사된다. 밀턴은 인간의 불순종이 가져온 우주적 파장을 그리며, 인간의 자유가 어떻게 비극의 불씨가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흥미로운 점은 타락의 순간에도 신은 강제로 인간의 손을 막지 않으셨다는 사실이다. 만약 신이 인간의 선택을 강제로 통제했다면, 인간은 더 이상 인격적인 존재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의지는 인간을 신과 소통하게 하는 가장 고귀한 선물인 동시에, 신을 거역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위험한 무기였다. 이 양날의 검을 잘못 휘두른 결과로 인류는 '창조함을 받은 본래의 상태', 즉 신과의 온전한 연합과 평화의 상태를 상실하게 되었다.

 

인간의 위대함은 자유에 있지만, 인간의 비극 또한 그 자유의 오용에서 비롯된다. 아담의 실패는 우리 모두의 거울이다. 우리는 매일 '나만의 선악과' 앞에서 신의 자리를 탐낼 것인지, 아니면 피조물로서의 겸손한 순종을 선택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가 타락의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실수를 한탄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에게 남겨진 자유의지를 이제는 '사랑의 순종'을 위해 사용해야 함을 깨닫기 위해서이다.

 

제13문은 우리에게 "우리는 오늘 우리의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타락은 수천 년 전 에덴에서 일어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매 순간 우리의 일상에서 반복되는 실존적 사건이다. 우리는 여전히 신의 지혜보다 나의 판단을 신뢰하고 싶어 하며, 자유를 방종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소요리문답은 이 비극의 지점에서 절망으로 끝을 맺지 않는다. 인간이 스스로 파괴한 이 언약의 잔해 위에서, 신은 인간의 실패조차 자신의 거대한 구원 드라마의 재료로 삼으신다. 실낙원의 슬픔은 역설적으로 '복락원'의 희망을 향한 서막이 된다. 우리의 자유가 빚어낸 폐허 위로 신의 더 큰 은혜가 임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허동보 목사 | 수현교회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외

 

 


 

작성 2026.02.07 08:15 수정 2026.02.0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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