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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취재] 기록을 넘어 '소멸'을 찍다... 사진가 하만석, 송도서 '관계의 역학' 개인전 개최

"영수증 종이에 담긴 인천 남항"... 감열지의 불안정한 물성으로 포착한 시간의 흐름

매그넘 거장 데이비드 앨런 하비가 극찬한 '온화한 영혼', 정체성과 관계의 본질을 묻다

전시 기간 중 이미지가 사라지는 '과정형 사진'... 사진의 영속성에 던지는 파격적 화두

하만석 《관계의 역학》 개인전 포스터 - 작가 홈페이지 제공

 

 

 

찰나를 영원으로 박제하는 것이 사진의 숙명이라면, 여기 그 숙명에 정면으로 맞서는 예술가가 있다. 사진을 단순히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과정' 그 자체로 정의하며, 시각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하만석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2026년 1월 3일부터 20일까지 인천 송도에 위치한 '10.19 GALLERY&LOUNGE'에서 하만석의 개인전 《RELATIONAL DYNAMICS 관계의 역학》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하 작가가 탐구해온 정체성과 타자성,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역동적인 관계의 에너지를 '감열지(Thermal Paper)'라는 독특한 매체를 통해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미술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존을 거부한 사진, '감열지' 위에 새긴 시간의 마찰

이번 전시의 핵심은 단연 '감열지'를 활용한 사진 실험이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영수증이나 번호표에 쓰이는 감열지는 별도의 잉크 없이 열에 반응해 형상을 만든다. 하지만 이 종이는 빛과 온도, 공기라는 외부 환경에 극도로 취약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이미지가 흐릿해지고 결국에는 소멸한다.

하만석 작가는 이러한 감열지의 불안정한 특성을 예술적 도구로 적극 끌어들였다. "사진은 시간을 붙잡는 매체가 아니라, 오히려 시간에 자신을 내어 맡기는 매체여야 한다"(작가 인터뷰, hamanseok.com)라는 작가의 철학이 투영된 결과다. 전시장 벽면에 걸린 인천 남항의 거친 철 구조물 이미지들은 전시가 진행되는 보름여의 시간 동안 서서히 변모한다. 관람객은 어제 본 사진과 오늘 마주한 사진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이른바 '과정형 사진'의 목격자가 된다.
 

인천 남항, 관계의 흔적이 퇴적된 거대한 서사

작업의 무대가 된 인천 남항은 철과 구조물들이 끊임없이 마찰하고 노출되며 세월의 흔적을 응축해온 장소다. 하 작가는 이곳의 표면을 집요하게 관찰하며 물질이 사용되고 방치되는 과정 속에 숨겨진 시간의 기록을 수집했다. 거대한 크레인과 녹슨 철문의 이미지들은 감열지 위에서 다시 한번 소멸의 과정을 겪으며, 물질과 인간, 환경이 맺어온 관계가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그에게 관계란 고정된 감정이나 서사가 아니다. 하 작가는 "관계는 언제든 변형될 수 있으며, 그 끝은 유지보다 소멸에 가깝다"(작가 인터뷰, hamanseok.com)고 말한다. 감열지 위에서 흐릿해져 가는 철 구조물의 형상은 우리가 맺고 있는 수많은 관계의 유한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가 주목하는 '온화한 영혼의 예술가'

하만석 작가는 세계적인 사진가 집단 '매그넘(Magnum)'의 거장 데이비드 앨런 하비(David Alan Harvey)로부터 "온화한 영혼을 가진 예술가"라는 극찬을 받으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쌓아왔다. 미국 'Burn Magazine' 소속으로 활동하며 2022년 부산국제사진제, 2025년 서울 'Interhuman' 전시, 마카오 'East Asia Through the Lens' 등 국내외 주요 전시에 한국 대표 작가로 참여해왔다.

특히 경복궁에서 2년간 외국인들의 한복 차림을 기록한 사진집 《한복(Hanbok)》은 전통과 현대,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Burn Magazine 프로젝트로 아를 사진 페스티벌 기간에 소개된 바 있다. 이번 송도 전시는 이러한 그의 예술적 여정이 '관계의 본질'이라는 더욱 근원적인 질문으로 수렴되는 중요한 지점이 될 전망이다.

 

소멸의 기록, 찰나를 마주할 마지막 기회

어느덧 전시의 후반부에 접어든 이번 개인전은 오는 1월 20일 막을 내린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이미지가 서서히 사라지는 감열지 작업의 특성상, 전시 종료가 임박한 지금이 이미지의 소멸 과정을 가장 극적으로 목격할 수 있는 시기다. 지난 10일 성황리에 마친 '작가와의 대화'에 이어, 남은 기간 작가가 던진 '관계와 소멸'에 대한 화두를 직접 확인하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만석의 《RELATIONAL DYNAMICS 관계의 역학》은 단순히 사진을 보는 전시가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마주하는 경험이다. 영수증 종이 위에서 흐릿해져 가는 우리 삶의 단면들은, 역설적으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소중함을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킬 것이다.


 

[전시 정보]
전시명: RELATIONAL DYNAMICS 관계의 역학
전시기간: 2026년 1월 3일 ~ 1월 20일
장소: 10.19 GALLERY & LOUNGE (인천광역시 연수구 아트센터대로 107 가을동 122호)
비고: 작가와의 대화 (1월 10일 종료)

 


 

작성 2026.01.14 15:43 수정 2026.01.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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