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보행에 제약이 있는 고령층의 의료 접근성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80대 이상의 노년층에게는 단순한 외출조차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한다. 외출을 위한 준비 과정부터 이동, 보호자의 동행 여부, 그리고 병원에서의 기나긴 대기 시간까지 모든 과정이 육체적·심리적 피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리적 한계로 인해 당장 치료가 필요한 질환을 방치하거나 진료를 무기한 미루는 안타까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환자가 머무는 자택으로 의료진이 직접 찾아가는 ‘재택 의료 서비스(방문진료)’가 훌륭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서비스 이용 시 발생하는 가중된 본인 부담금은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노년층에게 또 다른 진입 장벽이었다. 실제 국회입법조사처의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방문진료를 필요로 하는 대상자의 약 22.7%가 높은 비용 문제로 인해 서비스 이용을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장의 고충을 해결하고 노인 복지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서울특별시가 전향적인 정책을 꺼내 들었다. 서울시는 다가오는 9월부터 거동이 불편한 통합돌봄 대상 고령자를 위해 방문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정 본인 부담금의 80%를 시 예산으로 직접 지원하는 ‘어르신 방문진료 본인부담금 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병원 이동에 따른 물리적 고통을 경감시키는 동시에 경제적 압박까지 대폭 완화하여, 고령층이 평생 살아온 익숙한 환경에서 제때 수준 높은 건강 관리를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핵심 목적이 있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방식을 살펴보면 실질적인 체감 혜택이 상당하다. 지원 자격을 충족하는 통합돌봄 대상자는 1인당 1년 기준 최대 20회까지 본인 부담금의 80%를 감면받을 수 있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 다수의 시민에게 공평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연간 최대 지원 한도액은 15만 8천 원으로 설정되었다. 물론 최종 지원 금액은 일선 의료기관이 청구하는 진료 내역과 환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세부 지원 기준을 보면, 취약계층인 의료급여 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의 경우 1회 방문진료 시 발생하는 6,500원의 본인 부담금 중 5,500원을 지원받아 단돈 1,000원만 납부하면 된다. 장기요양 1~2등급 판정을 받은 와상(침상 생활) 환자 및 요양비 급여 대상자는 1만 9,700원 중 1만 5,700원을 지원받는다.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 역시 3만 9,500원의 비용 중 3만 1,600원을 서울시가 부담하므로, 환자는 약 7,900원 수준의 최소 비용만 지불하고 전문적인 자택 진료를 누릴 수 있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 절차 역시 혁신적으로 간소화했다. 고령의 환자나 보호자가 별도로 관공서에 지원금을 신청하고 환급받는 복잡한 과정을 전면 폐지했다. 진료를 마친 환자는 현장에서 서울시 지원분을 제외한 차액(본인 부담금)만 의료진에게 결제하면 상황이 종료된다. 나머지 지원금은 서비스를 제공한 의료기관이 관할 보건소 시스템을 통해 직접 청구하여 수령하는 ‘선공제 후청구’ 자동화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한 행정 시스템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대상자 발굴 및 연계망도 촘촘하게 구축했다. 지역 사회의 최일선인 동주민센터가 장기요양 판정자나 대기자 중 통합돌봄이 필요한 대상을 적극적으로 발굴한다. 이후 담당자가 대상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돌봄 의존도를 정밀하게 파악하여, 의료적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보건소 및 서울시 일차의료 방문진료 지원센터와 즉각 연계망을 가동한다. 종합병원 등에서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보건소 전담 부서가 직접 개입해 퇴원 직후부터 의료 공백 없이 자택에서 방문진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거 서울시 내 일부 자치구들이 개별적인 예산을 투입해 유사한 방문진료 특화사업을 산발적으로 운영해 왔으나, 거주하는 구에 따라 혜택의 편차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서울시는 이번 통합 마스터플랜을 통해 25개 자치구 전역에 동일한 가이드라인을 적용, 거주 지역에 따른 의료 복지 불균형을 일거에 해소하고 안정적인 재택 의료망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의료비 현금성 지원을 넘어, 의료(보건)와 요양, 그리고 생활 돌봄을 하나의 유기적인 사이클로 묶어내는 ‘지역사회 통합돌봄(Community Care)’ 생태계를 한 차원 진화시켰다는 데 깊은 의의가 있다. 고령자가 아플 때마다 병원을 전전해야 하는 기존의 시설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환자의 생애 주기와 주거 환경에 맞춰 필수 자원들이 환자를 찾아가는 수요자 중심의 패러다임이 확립된 것이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조영창 국장은 이번 사업의 출범과 관련해 “이동권이 제한된 노년층에게는 동네 의원을 방문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생존을 위협하는 커다란 고난일 수 있다”고 진단하며, “단순히 진료비를 보조하는 차원을 넘어 보건, 요양, 일상 돌봄 인프라를 입체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모든 어르신이 낯선 요양시설이 아닌 평생 살아온 내 집에서 존엄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시정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 접근성은 국민의 기본권이자 삶의 질을 결정짓는 척도이다. 서울시의 이번 방문진료 본인 부담금 80% 지원 정책은 고령화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고리를 정확히 타격한 실효성 높은 복지 모델이다. 시설 격리 중심의 요양 시스템에서 벗어나 거주지 중심의 밀착형 의료·돌봄 체계로 전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며, 향후 대한민국 전체 지자체로 확산될 수 있는 훌륭한 복지 표준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