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균열은 소리 없이 깊어졌고, 이제 그 갈라진 틈 위에서 32개국 정상이 마주 앉는다.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 직접 참석을 공식 확인했다. 그것도 "나토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가 될 것"이라는 묵직한 한마디와 함께. 동맹을 "종이호랑이"라 조롱하고 탈퇴까지 거론하던 그가, 왜 하필 튀르키예의 수도로 향하는가. 봉합의 악수인가, 재편의 선언인가. 7월의 앙카라가 서방 동맹의 운명을 가를 무대로 떠오른다.
이번 정상회의는 동맹 내부의 깊은 균열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한 대이란 군사작전 국면에서,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 등 주요 나토 회원국은 지지를 거부했다. 일부는 미군기에 영공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을 위한 해군 파견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트럼프는 나토를 "종이호랑이"라 부르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미국은 유럽 주둔 미군 일부를 철수했고, 동맹 분담금 축소를 예고하며 유럽과 캐나다가 더 많은 항공기와 함정을 부담하라고 압박해 왔다. 동맹의 신뢰가 시험대에 오른 시점에 앙카라 회의가 잡힌 것이다.
발표의 주인공은 루비오 장관이다. 그는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대통령께서 다음 나토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시며, 그 자리에서 모든 쟁점이 분명히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나토 안에 있다. 그러나 나토에는 중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바로잡고 분명히 해야 할 사안들이 있기에 이번 앙카라 회의가 나토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문회에서 그는 위기 국면에 일부 회원국이 미군 기지 사용을 불허한 점, 특히 스페인이 자국 기지의 대이란 작전 활용을 거부한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무대는 7월 7~8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의 대통령 단지이다. 이번 회의는 36번째 나토 정상회의이며, 2004년 이스탄불 회의 이후 튀르키예가 두 번째로 개최하는 정상회의이다. 트럼프의 참석 여부는 수개월간 추측의 대상이었으나, 이번 공식 확인으로 동맹국 수도마다 안도의 한숨이 흘렀다. 하루 앞선 화요일, 튀르키예 외무장관 하칸 피단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두 정상이 최근 한 달간 여러 차례 통화했으며 트럼프가 그때마다 참석 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한 바 있다. 1949년 출범해 77년의 역사를 쌓아온 동맹이, 격변의 갈림길에서 보스포루스의 길목을 지키는 나라로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