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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칼럼] 146화 학교 운동장을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납니까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나는 마지막으로 마음껏 웃고 뛰어본 적이 언제인가

나는 여전히 내 삶의 한가운데에서 움직이고 있는가

24년 전,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던 소년은 아직 내 안에 있다. [사진=김기천 칼럼니스트]

 

기억은 공간에 남고, 시간은 그 위에 쌓인다

늦은 시간,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해는 이미 저물었고, 학교는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운동장을 가득 채웠을 발걸음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저 조용한 공간만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오히려 더 또렷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었다.


멈춰 선 발걸음, 떠오른 기억

주차장으로 향하던 길, 문득 발걸음이 멈추었다. 시선이 운동장을 향했기 때문이다. 불이 꺼진 채 조용히 놓여 있는 운동장. 아무도 없는 그 공간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오래된 기억 하나가 천천히 떠올랐다.

 

2002년, 하나의 장면

2002년 6월 22일. 대한민국과 스페인의 월드컵 4강 진출을 건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그리고 그날은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 야영이 함께 진행되던 날이기도 했다. 학교는 특별한 준비를 했다. 급식실을 하나의 응원장으로 만든 것이다. 식탁과 의자를 모두 치우고, 빔 프로젝트를 설치해 경기를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공간은 금세 열기로 가득 찼다. 경기는 치열했다. 숨을 죽인 채 바라보던 순간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홍명보 선수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터져 나왔다. 함성, 웃음, 포옹.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었다.

 

운동장으로 이어진 축제

친구들은 급식실을 뛰쳐나왔다. 교실로, 복도로, 그리고 운동장으로. 장구를 두드리고, 북을 울리며 학교 전체가 하나의 축제가 되었다. 그 열기는 밤까지 이어졌고, 운동장 위에는 텐트가 세워졌다. 야영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었다. 그날의 우리는 ‘함께 기뻐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운동장은 무엇을 담고 있는가

운동장은 단순히 뛰고 노는 공간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도전의 장소이고, 누군가에게는 실패를 경험한 자리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처음으로 환호를 느낀 공간이다. 그 위에는 수많은 감정이 쌓인다. 웃음, 눈물, 긴장, 설렘.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시간이 되어 남는다.

 

우리는 언제부터 멈추게 되었는가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지금도 그때처럼 뛰고 있는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점점 ‘운동장’을 벗어난다. 더 이상 마음껏 뛰지 않고, 더 이상 소리 내어 기뻐하지 않는다. 대신 계산하고, 조심하고, 멈춘다. 어쩌면 우리는 공간을 떠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먼저 내려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지금 내 삶에는 ‘운동장’ 같은 공간이 있는가.
나는 마지막으로 마음껏 웃고 뛰어본 적이 언제인가.
나는 여전히 내 삶의 한가운데에서 움직이고 있는가.

 

다시 마음의 운동장으로

운동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공간은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다. 다만 우리가 그곳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을 뿐이다. 24년 전,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던 소년은 아직 내 안에 있다. 그래서 오늘은 다시 그 운동장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조용히 다짐한다. 조금 더 움직여 보자. 조금 더 마음껏 살아보자. 비어 있는 운동장을 바라보며,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4.08 10:14 수정 2026.04.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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